은닉 – 배명훈

배명훈의 소설 ‘은닉’의 표지에는 체스 말이 연막에 둘러싸여 있다. 뒤쪽은 체스판 같은 격자무늬.

주인공 ‘나’는 기술자다. 애매한 연방의 조직에서 죽음을 다루는 현장 기술자인 나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받은 휴가를 추운 겨울의 체코에서 보내고 있다. 컨설턴트에서의 조직체계가 연상되는 설정은 근미래 정도의 기술수준에 냉전 첩보물의 향기를 풍긴다. 냉정하고 치밀해야 할 나는 의외의 비공식적 의뢰에 흔들리고 안개 속의 체스판에서 깨어난다.

“왜?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어서? 평소 하던 대로 안 움직이면 되지.”
“그러고 싶겠지만 사실 그것도 쉽지는 않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전화랑 인터넷에서만 자료를 긁어모으는 게 아니니까. 뭐, 그래도 그건 네 말대로 훈련을 좀 하면 개선될 여지가 있는데, 문제는 취향이야. 그건 절대 숨길 수가 없거든.”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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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rk Knight Rises – Christopher Nolan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세번째, 마지막 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두시간 반이 넘는 긴 영화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최근의 영화가 대부분 디지털 촬영을 선택하는데, 놀란은 큰 필름이 담아내는 디테일을 이유로 IMAX를 선호한다. 그래서 이 영화도 아이맥스로 볼 만 하다.

인상적인 하이재킹으로 영화가 시작하면 고담은 비교적 평화롭고 시장과 경찰 부국장은 배트맨과 고든 국장이 없는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지팡이를 짚고 세상을 등진 브루스 웨인은 집사 알프레드를 실망시키고, 날랜 도둑 셀리나 카일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베인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도시는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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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by Sparks – Jonathan Dayton, Valerie Faris

꼬마 미스 썬샤인을 만들었던 부부 감독 조너선 데이튼과 발레리 파리스의 영화 루비 스파크스 Ruby Sparks.


젊은 소설가 캘빈은 첫 소설로 유명한 작가가 되었지만 그 후 글을 쓰지 못한다. 내성적인 얼굴의 폴 데이노가 연기하는 그는 비사교적이고 우울하다. 피츠제럴드의 이름을 딴 강아지 스코티와 사는 집은 하얀 종이 처럼 비어 보인다. 친구도 애인도 없는 그에게 정신과 의사 로젠털 박사가 개를 산책시키다 만나는 사람, 싹싹하지 않고 낯가리는 스코티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사람을 글로 써보라는 숙제를 준다. 못쓰면 더 좋다?! 그리고 그 숙제가 현실로 나타나는데, 그건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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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History – William Gibson

윌리엄 깁슨블루 앤트 3부작 마무리. 제로 히스토리 Zero History를 읽었다. 유령 국가 스푸크 컨트리에 나왔던 통금 밴드 커퓨의 홀리스 헨리와 약물중독이던 통역 밀그림이 2톱 주인공이다.

그들이 입은 모든 것이 “아이콘”의 가치가 있었지만 우아하게 길들여질 능력으로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파티네이션 patination에 심취해 있었다. 품질은 닳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 반해 디스트레싱 distressing은 파티네이션의 아류여서 품질이 없음을 감추는 방법이었다. 베이전드의 의류 디자인에 관여하기 전 까지, 그는 옷에 대하여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

홀리스는 베이전드를 좋아하지 않지만,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언더그라운드 브랜드 ‘가브리엘 하운드’의 출처를 찾는다. 밀그림은 베이전드에게 재활치료의 빚을 지고 있는 탓에 그를 돕는다.

“왜냐면,” 베이전드가 말했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고, 내 호기심을 충족할 여유가 있기 때문이지. Continue reading

Shearwater @both – 2012/07/17

골드 리브스 Gold Leaves는 그랜트 올슨 Grant Olsen의 밴드인데, 기타 하나 들고 혼자서 무대를 열었다. 서정적인 포크랄까, 목가적인 면에서는 플리트 폭시즈 생각도 난다. 듣기에 편안하고 무난한 음악.


허스키 Husky는 호주 멜번 출신의 밴드. KCRW에서 몇 곡을 들었다. 보컬에 허스키 가웬다 Husky Gawenda, 건반에 기디언 프라이스 Gideon Preiss, 베이스에 에반 트위디 Evan Tweedie, 드럼에 루크 콜린스 Luke Collins 4인조. 팝/포크/락 발라드 밴드 쯤이라고 할까, 공연은 생각보다 좋았다. 건반도 인상적이고. 음반은 말랑말랑 얌전한 호주 서정팝.



조나단 메이버그의 밴드 시어워터 Shearwater를 오랜 만에 보았는데, 꽤 변했다. 밴드도 바뀌고 소리도 거칠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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