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 none – tim lebbon

bar none 영국 작가 팀 레본 Tim Lebbon의 바 논 Bar None은 또 하나의 종말 이야기다. 제목은 無주점도 되고 아무것도 막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 맥주잔에 잠긴듯 한 사내 뒤로 폐허가 된 도시가 그려진 표지. 부제는 ‘오싹한 긴장감, 종말론적 美와 좋은 맥주’.

알수없는 역병으로 사람들이 죽고 살아남은 다섯 명은 시골저택에 살고 있다. 제시카, 제클린, 코델과 아일랜드 사내, 나. 뭔가가 하늘을 떠도는 도시, 냄새를 피해 집에 틀어박힌 세상의 끝. 모두 다 죽은 것인지, 왜 살아남았는지 알지 못한다.

지하에 들어찬 술이 위안이다. 술이 가져다 주는 기억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러던 하루 오토바이를 탄 이방인 마이클이 찾아온다. 바 논을 찾는 여행이 시작된다. 과거의 일부를 지고 가는 현재, 저 구비 너머에는 없을지 모르는 미래.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뭔가 말하고 있었다. 경찰차 뒷자리에 갇히지 않고서도 더 효과적으로.
동지의식은 아찔하고 강력했다. 식당이나 화장실에 줄을 서는 동안도 조급함, 분노나 성내는 일은 없었다. 애쉴리와 나는 그날 오후 술집 바깥에 앉아 런던 프라이드를 마시고 있었다. 멀리 걸은 탓에 다리가 뻐근하고 발도 아팠다. 요크셔의 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거리에서 즉석 곡예를 선보이는 동안 선생님들은 한잔 하며 쉬었다.
“얘들은 이 경험을 영원히 기억할거예요.” 한 선생님이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빛나는 눈으로 말했다. Continue reading

saturn’s children – charles stross

saturn's children 재작년에 나왔던 찰스 스트로스의 ‘스페이스 오페라’, 토성아이들 Saturn’s Children을 이제야 읽었다. 사놓은 책은 서두르지 않게 된다. 어쩌면 아껴 읽으려던 마음이 있을지도.

인류 멸종 200년 후, 태양계를 누비는 것은 다양한 인공지성체, 로봇들이다. 인간(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레아 Rhea 형 로봇인 프레야 Freya는 가난과 불운에 빠졌다. 안타깝게도 프레야가 세상을 보았을때 인류는 이미 사라진 뒤. 금성을 급히 떠나야하는 그녀에게 면접기회가 생긴다. 정체불명의 지브스 주식회사 Jeeves Corporation가 그녀에게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노예제 사회-노예제를 승인할 뿐 아니라, 그에 기반한 문화를 지닌-는 정적인 경향이 있다. 노예를 소유한 엘리트는 피지배층을 두려워하고 변화의 위협을 거부하는 데 힘을 더 기울인다. 혁신은 피지배층에게 금지되고 그들은 개인적인 영달 밖의 일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잃는다.

소행성대를 기준으로 내행성계와 외행성계로 나누었다. 프레야는 자매들과 메일 비슷한 네트웍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Continue reading

the windup girl – paolo bacigalupi

the windup girl

주목받는 신인 파올로 바치갈루피 Paolo Bacigalupi의 첫 장편 태엽 소녀 | 와인드업 걸. 라파엘 라코스테의 표지에는 마천루와 비행선, 거대수 메고돈트가 있다.

미제국의 소멸, 파편화된 유럽과 분열한 중국. 원유가 고갈되어 제트기 대신 범선과 비행선이 무역을 맡는 미래. 팽창 Expansion과 수축 Contraction이라는 말로 소개되는 파국 이후의 경제. 우리가 아는 고양이 Felis Domesticus는 유전자조작으로 카멜레온처럼 색깔이 변하는 체셔고양이로 대체되었다.

오 Ngaw. 수포녹병과 시비스코시스를 견디고 일본 유전조작 바구미, 잎말이병에도 내성을 가진 완벽한 농산물. 애그리젠 AgriGen과 다른 칼로리 회사들이 모르는 유전자 물질의 창구.
이 나라 어딘가에 종자은행이 숨어있다. 수천, 수십만의 종자가 보존되어 있다. 생물학적 다양성의 보고. 제각기 잠재력을 가진 DNA의 무한한 연쇄. 태국인들은 이 노다지에서 생존의 난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태국 종자은행을 갖는다면 디모인 Des Moines은 유전암호를 파먹고 역병의 돌연변이를 몇 세대 동안 저지할 수 있다. 생존을 연장할 수 있다.

수포녹병, Cibiscosis 등 사람이 초래한 역병에 대한 공포와 다국적 기업의 독점특허 농산물의 폭리. 태국의 권력은 어린 여왕의 섭정 아래 무역성과 환경성으로 나뉘어져 있다. 쇄국 對 개방, 존경받지만 부재하는 왕권과 강력한 당파. 공무원의 부패와 정치적 알력, 외세와의 야합. 슬럼이 된 고층건물과 합성목재 판자촌, 인력거와 자전거는 개발과 팽창의 흔적. 폭염과 빈곤, 게으른 노동자들과 거대한 코끼리 메고돈트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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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돈 (책, 인터넷 그리고 구글)

개중 선전하는 일본의 출판업계도 울상이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재치있는 온라인 활동을 보여온 뉴욕타임즈 역시 2010년 다시금 유료서비스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아마존의 킨들이 불을 지피고:p 구글책 스캔 프로젝트가 논란을 일으켰다. 국내는 어떤지 모르겠으나(예상 밖으로 조용하다) 이거 작지 않은 문제다. 먹고 살자는 문제, 그 수익구조 문제, 돈 문제 아닌가.

스트로스의 블로그도 의견을 구하고 있다. 곱씹어 생각할 거리를 주는 “돈 문제 (왜 구글은 내 친구가 아닌가)“를 사정없이 대충 옮겨본다.

The monetization paradox (or why Google is not my friend) – Charlie’s Diary

신문은 독자의 구독료로 돈을 벌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광고로 수익을 낸다. 어쩌면 독자 개인은 발행비용의 10%도 부담하지 않을지도. (영국 기준이겠지만) 64페이지 신문에는 6만 단어 이상이 든다. 글쓰는데는 돈이 든다. 재촉을 하고 현장취재 대신 재활용을 시키더라도 하루에 다섯 꼭지 이상 쓰기는 어렵다. 그러면 글쓰는 사람 스무 명에 오탈자에 문법을 교정하고 확인하고 이래저래 편집자 열 명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판, 인쇄 등등. 삼사십에 경영진이 최소, 현실적으로는 200 명 정도 들게다. 부당 반 파운드씩 연 330일을 백만부씩 낸다면 연 1억 8천만 파운드 쯤. 종이, 인쇄, 배포 비용은 계산에 넣기도 전이다.

상당수의 신문은 실제 기자와 편집자 수를 줄여 비용을 깎는다. 연합뉴스, AP, 로이터 등등 덕이다.

장부 상으로는 말이 된다. 기자 80%, 편집자 50% 줄이면 이 가상의 40인 신문사는 30명 줄여 연 90만 파운드를 절약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정신나간 짓이다. 결산에서 1,2% 아끼느라 독자를 엿먹이는 짓이다. 정기물을 살리는 것이 구독자요 그 숫자가 광고단가를 결정한다. 독자를 줄이는 수는 광고수익을 줄이고 인터넷 광고와 경쟁한다는 것은 재앙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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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사용후기 – 한윤형

상식인을 위한 역사전쟁 관전기. 관전기라는 말은 그 싸움에서 한발짝 비켜 거리를 두고 보자는 이야기다. 그래서 뉴라이트민족주의자 양쪽을 다 비판할 생각이라고 한윤형은 머리말에서 밝힌다.

뉴라이트라는 세력의 등장과 ‘대안 교과서’ 자체가 정치적인 사건이고 정권과도 관련이 있다. ‘자학사관’을 고치고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겠다는 사람들 아닌가.

대안교과서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읽어보면 맞는 이야기도 있고, 논리적인 모순도 발견된다는 얘기다. 그러면 가치있는 교과서인가? 그리고 이와 함께 기존 교과서에 대한 검열과 수정요구 등 정치적인 논란은 어떻게 볼 것인가.

과거사진상규명이나 친일파의 정의에 대한 비판은 좋다. 그 의의는 부당하게 묻히고 잊혀진 현대사의 희생을 인정하자는 것이 아닐까? 참여정부의 활동을 중단하고 되돌리려는 주장오히려 왜 그런 일이 필요했나를 생각해보게 한다.

뉴라이트, ‘이승만, 박정희 옹호 + 김대중, 노무현 부정’에 논리적, 학술적 기반을 만드려는 시도 이상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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