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ken – China Miéville

작년에 나온 차이나 미에빌 China Miéville의 소설 크라켄 Kraken.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 다윈 센터 Darwin Center에 변고가 생긴다. 오징어박사 빌리 해로우 Billy Harrow가 맞닥뜨린 왕오징어 아치 Architeuthis 실종사건.

심해에서 올라오는 미지의 생물, 그 권능을 믿는 종교가 있는데 과연 오징어 납치범은 누구인가. 세상의 종말이 그렇게 가능한걸까.

런던 같은 도시에서…
정지: 도움이 안되는 생각인데, 런던 같은 도시는 없으니까. 그것이 요점이다.
런던은 죽은 믿음이 출현하는 묘지다. 도시와 풍경. 봉건주의 위에 놓인 시장. 채집과 수렵 그리고 약간의 타자성, 그렇지만 빌리가 사는 세상은 영향력의 구역, 신정 공국, 영지를 놓고 영주와 조폭이 노려본다. 누가 누구를 알고, 무엇을 허락하며, 어디로 어떻게 갈지 기름칠을 하는가 하는 문제다.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에 수수께끼가 이어지고 위협과 공포, 말도 안되는 살육에 도망가는 학예사의 오컬트 2.0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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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Code – Duncan Jones

영화 소스 코드 Source Code는 덩컨 존스 Duncan Jones의 두번째 영화. 그는 데이빗 보위의 아들이기도 하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그림 같은 영상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타이틀은 무척 간소하다. 콜터 스티븐스 대위는 열차에서 깨어나 혼란스럽다. 건너편에 앉은 아가씨 크리스티나는 자신을 아는듯 한데, 낯선 상황은 갑작스럽게 폭발과 함께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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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Mountain Bound – Elizabeth Bear

고난의 에다 둘째권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화와 미래 사이, 빛의 전사들과 발키리들이 싸우고 종말을 맞은 사연.

빛의 전사 Einhajar의 수장 스트리프비욘 Strifbjorn과 회색늑대 밍건 Mingan의 금지된 사랑. 삼각관계와 함께 무지개 목걸이를 한 헤이테 Heythe가 등장한다. 신들의 전쟁으로 파괴된 세상을 떠나왔다는 그녀는 예언 속의 여신일까. 기만과 의심, 혼돈과 파괴 속에서 깜박이는 촛불같은 인간의 영혼을 마신 천사의 검은 검고 탁하게 변한다.

옳지 않은줄 안다. 내게 어울린다. 나는 더럽혀졌다. 늑대에게는 사악함이 없다. 오직 필요와 희열, 그 둘을 충족하기 위한 싸움이 있을 뿐이다. 죄악과 죄악을 탐함은 인간의 일이다. 늑대가 아니라, 인간과 괴물을 위한 것.
헤이테가 면도날 같은 손길로 내 뺨을 쓰다듬는다. 너무 날카로와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고통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진실은 내 안에 아무 것도, 허기와 진공 밖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통이 왔을 때, 그것은 위안이요 침묵의 노래가 된다. 나를 지상에 묶어 두는 유일한 고통은 클수록 더 좋다. 내게 과분한 고통의 쾌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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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royer @gamh – 03/21/2011

좀 오랜만에 GAMH을 갔다. 월요일 저녁, DJ 브릿 고비어 Britt Govea가 턴테이블 둘을 갖다 놓고 음악을 골랐다. 너무 새롭지 않지만 매끄럽게, MP3나 CD가 아니라 레코드판을 가지고서.

데븐 윌리엄스 Devon Williams는 L.A. 밴드 오스커 Osker에 있었나 보다. 거칠지 않은 펑크는 90년대 느낌이 났다. 오션블루 등 이런저런 밴드 생각도 잠깐.


마약전쟁 The War on Drugs은 필라델피아 인디 밴드. 기타를 치는 아담 그랜듀시엘 Adam Granduciel이 중심인 모양이다. 헝클어진 머리에 밥 딜런을 조금 닮은 목소리, 기타는 곧잘 치더라.

댄 베이허 Dan Bejar의 밴드 디스트로이어 Destroyer는 좋아하는 캐나다 밴드 중 하나다. 새 앨범 Kaputt를 내고 공연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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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Me Your Heart – Joyce Carol Oates

조이스 캐롤 오츠 Joyce Carol Oates 단편집 Give Me Your Heart의 표지는 마그리트의 그림 ‘기억 La mémoire‘이다. 푸른 하늘에 고개를 돌린 두상에는 피자국이 있다.

의사 K에게 쓴 편지 형식의 ‘당신의 심장을 주세요 Give Me Your Heart‘는 깜찍하고 끔찍하다. 예전에 내게 준다던 그 심장 찾으러 왔다는 얘긴데. 누구에게는 스쳐가는 바람, 잊혀진 사람일지 모르지만 편지의 형식을 빌어 온 과거는 유창하고 신랄하다.

대체로 미국 동부를 무대로 한 10편의 짧은 이야기는 사적이지만 꼭 진실하지는 않고, 얄미운 글에는 여운을 남기거나 뒤통수를 간지럽히는 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