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지난 금요일은 미국밴드 문선길 Sun Kil Moon 공연을 보았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은게 없지만 공연은 좋았다. 오프닝을 맡았던 미아 도이 토드 Mia Doi Todd도 여전했는데, 나중에 시디를 팔러 앉아 있던 모습이 좀 쓸쓸하더라.

돌아와서는 구글 웨이브 발표를 보는 바람에 곧 잠들지 못했다. 한시간을 훌쩍 넘기는 걸. 그래도 흥미진진. 만들기만 하는게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술자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그런데 구글에는 꽤 많다 :p 비공개 베타인 셈이지만 흥미롭다. 두고 볼 일이다.

경향신문 사이트는 이제 대체로 제목을 기사에 맞추는데, 여전히 공통 제목을 쓰는 weekly경향(분발하시라!)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다.

* weekly경향[문화]“우리 노래 들으면 통쾌하대요”

원래 참요, 민요, 풍요가 포크고 딴따라에 음유시인이 다르지 않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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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 우석훈

괴물의 탄생 자신의 말처럼, 우석훈은 c급 경제학자일지 모른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그의 책에 참고서적의 정확한 목록이 달려있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가 경제학자로서의 그를 평가할 수 있을까. ‘쿨’하지 않은 그의 글에는 열정이 느껴지고 안타까움이 배어난다.

괴물 Leviathan에서 홉스가 이야기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은 지탱할 수 없는 상황이요 사회계약을 논하기 위한 조건이다. 또한 분립되지 않은 권력의 전횡은 반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한 학기 강의를 염두에 둔 책은 12 장과 결론으로 짜여져 있다. 세계경제의 흐름과 변화, 한국경제와 괴물, 대안의 모색과 숙제 확인. 超토건국가 대한민국과 토호들에 대한 분석을 주목할 만 하다.

정말로 윤택하고 풍성한 지역경제란 ‘방문하거나 관광하고 싶은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을 뜻한다는 사실입니다. 관광자원이라는 미명 아래 관광요소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바로 그것이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경제학이 돌아봐야 할 가치입니다. … 자신이 태어난 곳, 자라난 곳,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곳과 여러분의 후손들이 살았으면 하는 , 그런 것들에 대해서 한번 가슴으로 생각해보실 수 있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랜드마크가 아니라 ‘정주human settlement’의 의미에 대해서 찬찬히 생각해보시면, 최소한 여러분 개개인의 삶이라도 조금은 윤택해질 것입니다. … 도대체 지금까지 우리의 정권과 중앙의 신문들, 토호들이 얼마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왜곡하고 있었는지 한번 꼼꼼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삶에도, 정주定住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2009년, 서울의 벽

2009년 5월 23일. 고인의 명복을 빈다.

“페르시아의 왕 캄비세스가 이집트의 왕 사메트니우스를 붙잡았을 때, 그는 이 포로에게 모욕을 주고자 했다. 캄비세스는 페르시아의 개선행렬이 지나는 거리에 사메트니우스를 세워두라고 명령했다. 사메트니우스는 자신의 딸이 물동이를 인 하녀의 모습으로 제 앞을 지나는 것을 봐야 했다. 모든 이집트인이 이를 보고 슬퍼했지만 사메트니우스만은 눈을 땅에 떨어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 아들이 처형당하기 위해 행렬 속에 함께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로행렬에서 자신의 하인 가운데 하나를 보는 순간, 그는 손으로 머리를 치면서 가장 깊은 슬픔을 표했다.”

fare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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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오창익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부제는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의 글은 한겨레에서 본 것 같다. 최근 인터넷판에서 ‘상단주요기사’라는 엄청난 편집상의 모험을 한 한겨레 말이다.

짤막짤막하게 우리 사회의 이모저모를 뜯어본다. 딱히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고 깊은 이론이나 날카로운 논리를 담고 있지도 않다. 감각있는 조승연의 그림과 함께 일상과 현실에서의 모순과 부조리를 부담없이 몇 페이지씩 보고했다.

글이 좀 산만하지만 한국 사회의 일면이 그렇게 또 드러난다. 원래 그런 것, 관행과 폐단을 안고 외면하면서 나 하나와 가족의 성공을 꿈꿀 것인가. 무력하더라도 의분을 마음에, 손길에 담을 것인가. 평범한 사람들은 그 사이를 오가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게 익숙했던 일상의 반대편에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 없을까.

강준만의 한국인 코드와 같이 읽어도 좋겠다.

뜬금없지만 2009년 3.1절, 대한민국 우파는 다 어데로 갔나? Continue reading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우석훈

'명랑'으로 21세기 초 한국사회의 열쇠말 가운데 하나가 된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이 기고했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노무현 시대의 비망록’ 같은 의미라는 설득에 내었다는데, 한데 묶어놓으니 맥이 통해서 기사로 접했던 글도 새로운 맛이 있다.

1부인 ‘고공비행, 노무현 시대의 하늘을 날다’가 날카롭다. 기대와 실망, 막연한 미련을 확 깨게할 얼음장같은 비판은 지금도 여전히, 어쩌면 더 의미가 있다. 순수를 잃은 좌파, 도덕을 버린 우파. 잘못된 판단과 정책, 합의없는 실행, 민중의 위기. 후련한 글솜씨. 왜 통쾌하지 않고 서글퍼지나?

‘인물열전’이라고 묶은 2부는 20대를 응원하며 맺는다. ‘녹색환경’을 이야기하는 3부가 흥미로운데, 물질과 속도에 사로잡힌 사회의 대안을 이명박의 서울을 뒤집어가며 찾는다. ‘심시티‘보다 ‘그린시티’, 녹색도시가 더 낫고 재미있다는 것을 그려주는 사용설명서랄까. “(돈있는)너만 부자되세요” 하는게 아니라 구민, 시민들의 편익을 찾고 합의를 구하는게 바로 정치다. 지금 뜨거운 쟁점이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에 관해서도 길지 않지만 쉽게 얘기한다. “미국 국민들도 다 그거 먹는데, 왜 한국만 난리냐!”는 고위직 인사나 정책 결정자들의 사고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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