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host in love – jonathan carroll

아껴두었던 책, 사랑에 빠진 유령 The Ghost in Love을 읽었다.

같은 주제의 변주일지 모르지만 그의 시선은 늘 새롭고 신선하며, 그 인물들은 헐리웃 영화의 선남선녀들 보다 더 사랑스럽다. 일상과 공상의 모호한 단상을 잡아내는 글솜씨는 여전하고 그 속에서 미소짓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살면서 우리는 몇안되는 사람들을 선택하고 가슴에 간직한다. 연인, 가족, 친구.. 세월이 흐르면서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한 동안 머무르는 사람도 있고, 떠나라 하여도 꾸물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한 손, 운이 좋다면 두 손으로 꼽을 사람들만 언제나 환영이다. 스필키 선생님은 저먼에게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요리 잘하는 유령 링 Ling과 품절 아닌 반품犬 파일럿 Pilot, 산 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과 짖기만 하는 개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첫번째 비밀이다. 요리를 사랑하지만 재능이 없음을 깨닫고 웨이터가 된 벤 굴드 Ben Gould와 키 크고 열정적인 미술교사 저먼 랜디스 German Landis의 사랑과 실연에는 삶과 죽음의 비밀이 있는데, 캐롤의 글솜씨로 신비롭고 묘한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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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책은 어디에?

전업작가로 거듭나기까지의 역정을 최근에 간추렸던 찰스 스트로스. 컴퓨터 잡지 기고 시절의 기억이 블로그로 이어졌다. 내 짐작에 Guesswork. 껑충껑충 추려보자.

스티브 잡스 曰, “500불 짜리 컴퓨터를 어떻게 만들라고.”

유닉스 계보상 맥 신도로 분류될 수 있을 스트로스. 그는 애플 브랜딩과 BMW의 비교를 이해한다. 그리고 신기종 1.0을 멀리할 것을 충고한다.

그리고 이제 애플 넷북/태블릿 소문. 오스본 효과를 몸으로 아는 잡스가 비밀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화면부품을 잔뜩 주문하면 표가 나는 법. 수 년 간의 소문에 중국 기업 폭스콘 Foxconn 직원의 자살 사건이 일어났다. 두 달전에 새로 나온 아이폰이 개비될리는 없고, 이게 뭐냐 하는 추측이 난무하는데..

맥 넷북이 나오지 않을 이유. 첫째, (적어도 애플의 관점에서) 맥북과 아이맥 매출을 깎아먹는 일이다. 둘째, 잡스가 옳다. 500불 짜리 컴퓨터에서 애플 운영체제 OS X을 돌린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해봤고, 안다. 넷북이란 저출력 CPU와 통합 그래픽 칩셋으로 만든 것이라 애플 고객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경험을 줄 수가 없다. 넷북에서 OS X은 비스타처럼 엉금엉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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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good day of the year, 2008

11월 같지 않게 따사로운 며칠이었다. 지난 달 찍었던 필름을 맡기고 찾았다. 여름 내내 차에 갖고 다녀 조리개가 염려되었는데 괜찮은 것 같다. 지난번에 필름을 너무 오래 묵혀두었거나 들어있던 필름에는 어두운 곳에서 부실하게 찍은 탓인가. 어쨌거나 캐롤 아저씨 사진은 양호하니 다행.

금문공원에 있는 드영 미술관에서는 이브셍로랑 전시 말고도 동양계미국인 현대전, 마야 린 전시가 진행 중 이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홀의 나무 풍경은 인상적이다. 플리커에 그 설치 과정이 올라와 있다. 새로 연 과학원 밖에도 그녀의 독특한 조각이 걸려있다.

비도 오고 좀 쌀쌀하기도 하여 감기 든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계절이 가기 전 허락된 온기에 쿠스토 노래가 떠올랐다. 2001년 Slim’s에서 본 Cousteau의 첫 인기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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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host in love – jonathan carroll

샌프란시스코 서점 북스미스에서 캐롤의 낭독 및 서명 행사가 있었다. 주차하고 조금 걸어 서점 앞에 당도하자 키가 큰 아저씨가 뿔테 안경에 검은 양복을 입고 들어간다. 캐롤이다! 캐롤과 책방 주인이 인사를 나누는 동안 그 옆 계산대에서 새 책 ‘유령의 사랑 Ghost in Love’을 샀다.

캐롤은 점잖고 부드러운 사람 같았다. 그의 글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게 사람을 보고 나서 글을 보고 드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낭독과 서명을 위해 온 팬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새 책을 작가의 목소리로 듣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키 큰 랜디스, 유령, 개 파일럿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JC at Booksmith, SF JC at Booksmith, SF

? – 복잡한 이야기를 짧은 영화로 옮기는 것을 보면 놀랍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C – 모르겠다. 정말로. 두 가지 유형의 작가가 있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쓸지 알고 쓰는 사람과 쓰면서 알게 되는 사람. 나는 후자다. 첫 장을 쓰고 그 책에 자연스러운 안에서 이야기를 쓴다. 첫 소설 ‘웃음의 나라’에서 개가 말을 하는 구절이 그 예가 되겠다. 쓰면서 ‘아하!’ 하고 그게 말이 된다고 깨달았다고 할까.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럴듯 하게 들리는 대답을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가는 것과 비슷하다.
(비슷한 질문에) 결말을 미리 알지 못하지만 쓰다보면 끝이 가까와지는구나 하게 된다. 결말로 불평도 듣곤 하지만 인생이 뭐 황혼의 바다 장면으로 끝나나.
(6부작의 무대가 엮이게 된 것도 비슷한 이유로 설명했다.) 따로 따로 이야기이지만 저기도 요기도 나오는 인물들. 이야기 속의 인물 후일담이 궁금해지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하나하나 독립된 이야기면서 연결이 되는 책을 예로 들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 – 이번 소설을 쓰게 된 동기가 있나.
C – 예전 헐리웃에서 일했을 때 부터 스크루볼 연애담을 쓰고 싶었다. 그 공식이 삼각관계다. 내 취향으로 쓰자니 남자, 여자, 유령 이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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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 homepage updated

캐롤의 홈페이지가 새 단장을 마쳤다.
새 책 ‘사랑에 빠진 유령 the Ghost in Love’의 미국 발간에 맞추어 순회도 할 예정이다.

닐 게이먼의 소개글 일부를 옮긴다.

8년 전 쯤 나는 조나단 캐롤, 데이브 맥킨, 몇몇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한 적이 있다. 여태 기억이 나는 것은 음식이나 대화가 아니다. (나중에 벌집에 입맞추기에 나올 조나단의 경험담은 기억이 난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조나단 캐롤 인물들 사이에서 조나단 캐롤 인물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우리는 재치있고, 지혜롭고 빛났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남녀. 우리는 예술가, 창작인이요 마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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