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ularity sky – charles stross

singularity sky 스트로스의 첫 장편 소설 유일점 하늘 Singularity Sky는 유쾌하다.

싱귤래리티는 옮기기가 난감한 말이다. 특이점 혹은 유일점으로 옮겨지는 모양인데, 60년대 굳 Good이 주창한 지성의 청출어람을 90년대 빈지 Vinge가 블랙홀에서의 유일점/특이점에 비유한 말이다. 지성의 진보가 누적되어 기하급수적으로 솟구치는 현상이라고 할까. 21세기 들어 이런저런 사람들이 나름대로 가져다 쓰고 남용한 말이라고도 한다.

21세기 중반을 훨씬 지난 미래, 인류는 그런 유일점을 지났다. 변화와 진보에 반발한 집단이 반동적으로 군주제를 고집한 新공화국의 변방 식민지에 난데없이 전화 비가 내린다. “여보세요? 재미있게 해주세요.” 신문명을 거부하고 금지한 곳에 무차별로 닥친 정체불명의 집단 ‘페스티발’. 재미있게 해준다면 뭐든 들어준다.

체제와 질서에 심대한 위협이 닥친 공화국이 급파한 함대에는 지구출신 기술자 마틴 스프링필드 Martin Springfield와 그를 수상하게 여긴 공화국의 풋내기 꽉막힌 바보 공안원 바실리, U.N.의 외교관 레이첼 맨수르 Rachel Mansour가 끼어있다.

“하지만 정보는 공짜가 아니야. Continue reading

taking woodstock – ang lee

리안영화 우드스탁 잡기/유치/땡기기 Taking Woodstock는 다큐멘터리도, 음악과 축제의 재현도 아니다.

taking woodstock

엘리엇 티버 Elliot Tiber의 회고를 바탕으로 한 우드스탁 축제 옆 후즐그레한 모나코 모텔 이야기이고, 티버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내성적이지만 꿈이 있고 비밀이 있는 젊은이가 뉴욕에서 변두리로 와서 러시아 이민자 가족의 문제를 떠맡는다.

40년 전 여름, 월남전과 히피의 미국. 사흘(그리고 하루 더)의 평화와 음악의 제전. 어쩌면 우주를 넘어서 Across the Universe의 반대편이라고 할까, 비틀즈는 없지만. 음악과 역사를 버무린 가벼운 여흥보다 소외자의 시각으로 본 일화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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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ty three @gamh – 09/19/2009

Faun Fables는 던 맥카시 Dawn McCarthy의 프로젝트. 옷차림에서 보듯 기발하고 조금 묘한 민화 느낌이랄까. 닐스 프릭달 Nils Frykdahl이 베이스/기타와 함께 낮은 목소리로 노래도 불렀다.

fawn fables #1 - dawn mccarthyfawn fables #2 - nils frykdahlfawn fables #3

더티 쓰리 Dirty Three는 호주 출신의 3인조. 짐 화이트 Jim White가 드럼을 치고 믹 터너 Mick Turner가 기타를 치고 워렌 엘리스 Warren Ellis가 바이얼린을 치고 켠다.

dirty three #1 - warren ellisdirty three #2dirty three #3

L.A.에서 장만한 영국산 뾰족구두를 자랑한 엘리스는 재미있었다. Continue reading

the revolution business – charles stross

the revolution business 상업왕족 제 5권. 브릴과 신세대, 미리암을 놀래키는 빠른 전개. 다른 역사라는건 결국 시간과 가능성의 갈래다. 미리암은 방계혈족 리 가문의 도움으로 왕위를 찬탈한 이건을 피하고 新영국에서는 위기를 넘긴 에라스무스가 혁명의 성사를 목도한다. 미국에서 FTO는 마티아스가 반환한 휴대핵탄두로 ‘메시지를 보낸다’. 전편에서 부상한 플레밍은 상사 스미스 대령과 제임스 박사, 묘한 정보 업무를 통해 믿기힘든 일들을 알게된다.

“거리두기. 우리는 그루인막트에서 우월한 기술을 통해 부를 축적했어. 전갈을 빨리 보내고, 시장을 만드는 그런 일. 그리고 이쪽에서는” – 그녀는 창너머 버려진 공터를 보았다.”밀수를 했지. 그러나 그들이 정말로 하고 있던 것은 개발 불균형을 이용하는 거야. 우월한 기술을 독점해서 돈을 번거지. 가문의 재능이라 해도 좋고, 선택적으로 양육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네가 옳고 기술이라면, 더 이상 독점이 아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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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c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 최규석

10년을 잃었다던 사람들이 시간을 되돌리는 괴력을 보여준다. 잃어버린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위장전입으로 맹모삼천재테크를 한번에 실현하던 시간?

최규석이 망설이다 결심한 만화는 그 시간의 다른 편, 지금 잃고 있는 가치를 얻던 이야기다. 이런 만화가 학교에 배포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1년 반이 지나 책으로 다시 나왔다.

87년 이전 공고를 졸업한 동네 형님들은 20대 후반이면 혼자 벌어서 제 소유의 자그마한 주공아파트에서 엑셀을 굴리며 아이들을 낳고 키웠었지만, 지금 내 또래의 친구 중에 부모 잘 만난 경우를 빼면 누구도 그런 사치를 부리지 못한다.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에 격리된 사람들에게 밥을 해 먹였던 철거민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맞고 쫓겨나고 있고, 노동자들은 제 처지를 알리기 위해 전태일 이후로 수십년째 줄기차게 목숨을 버리고 있지만 전태일만큼 유명해지기는커녕 연예인 성형 기사에조차 묻히는 실정이다. 선생님이 멋있어 보여 선생님을 꿈꾸던 아이들이 지금은 안정된 수입 때문에 선생님을 꿈꾸고 아파트 평수로 친구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