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Like the Lightning – Ada Palmer

에이더 파머 Ada Palmer의 첫소설 번개처럼 Too Like the Lightning은 미지의 땅 Terra Ignota연작의 시작이다. 2424년의 지구는 아주 다른 세계. 교회전쟁 Church War이라는 큰 전쟁 이후 국가, 종교 등 이전의 집단은 사라지고 하이브 Hive가 어느 정도 대신하는 미래는 먹고사는 걱정없이 풍요롭고 살기좋아 보인다. 디드로 Diderot, 볼테르 Voltaire 등 계몽시대 거물들의 철학에서 청사진을 빌린 세상은 당시의 말투나 문화가 낯설지 않다.
수퍼우버 같은 공중택시망으로 먼곳까지 금방 이동하는 인프라가 있는 세상에 사람들은 주요한 하이브에 소속되곤 하지만 다른 하이브로 옮길수도, 하이브 없이 살수도 있다. 역사와 철학, 경제와 사회학, 미학이 녹아든 설정은 다시 읽을만 하다. 성별이나 편견이 제거된 미래는 그래서 더 정치적인데..

사람들이 서비서 제복을 보면 생각하는 것은 이득을 위한 살인, 사유재산의 권리를 법적으로 상실한 죄수가 되풀이할 이유가 없는 범죄다. 상상력이 많은 사람들은 거창한 기업절도, 복수 살인, 법이 미치지 않는 곳의 거대한 악에 대한 복수, 적수의 품에 안긴 연인을 본 광기에 저지른 살인을 생각하리라. 15세기 초엽에 聖 토머스 무어 경은 가상이지만 인간적인 페르시아 법체계를 묘사했는데, 거기에서는 죄수가 역병이 가득한 암흑에 사슬에 묶이는 대신 국가의 노예가 되어 집이나 재산은 없지만 노동력이 필요한 시민에게 봉사하며 돌아다닌다. 이들이 죄수임을 아는 시민은 하루의 노동없이는 양식이나 쉴곳을 주지 않으며, 더 이상 얻을것도 잃을것도 없는 죄수들은 여생을 평화롭고 야심없이, 공동체에 봉사한다. 22세기 선조들이 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유인들 사이를 걸어도 될 만큼 해가 없다고 판단하는 범죄자들에게 평생의 공동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존재한 적 없는 700년전 시스템을 구현한 그들은 진보적이었을까요, 퇴보적이었을까요?

Continue reading

Slaughterhouse-Five (a graphic novel adaptation) – Kurt Vonnegut with Ryan North & Albert Monteys

라이언 노스가 앨버트 몬티스와 그래픽노블로 만든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 Slaughterhouse-5. 그래픽노블의 장점은 변화하는 시간과 무대를 쉽게 볼수있다는 점이다. 작가 노스의 책을 몇가지 읽고나니 자연스럽게 손이 닿았다. 왠지 보니것의 책은 아직 읽은 것이 없었으나, 이 참에 그래픽노블이나마.

과거와 미래, 전쟁터와 전후의 빌리를 그려낸 몬티스의 그림도 어울린다.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

 

Nettle & Bone – T. Kingfisher

T.킹피셔의 소설 쐐기풀과 뼈다귀 Nettle & Bone은 독특한 팬터지다. 왕국과 대모, 마법이 나오고 심지어 주인공이 공주이지만 전형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좋은 항구가 있는 작은 나라 항구왕국은 두 왕국의 사이에 있고, 남북쪽의 두 왕국은 그 항구를 원한다. 항구왕국의 왕에게는 딸 셋이 있어 첫째딸이 북쪽 왕국의 왕자와 결혼을 한다. 북쪽왕국은 항구를, 항구왕국은 정략결혼을 통한 안보를 얻는데, 사고로 그 첫째딸이 죽고 얼마 후 둘째딸이 언니의 뒤를 이어 왕자 볼링 Vorling과 결혼을 한다. 세째딸 마라 Marra는 몇달이 지나 수녀원으로 간다. 왕비인 어머니에 의하면 볼링이 마라가 결혼해서 언니보다 먼저 아이를 낳는 가능성을 원하지 않았다고.
마라는 수녀원에서 공주라는 신분을 숨기고 일을 한다. 다른 수녀들처럼 같이 일하고 대우받는 생활에 만족하던 그는 언니의 출산을 도우러 북쪽왕국으로 간다.

“세상에다 발길질을 하는것뿐이야.”
어느정도 사실이었지만 마라는 화가 났다. 열여섯 살때 끝냈어야하는 종류의 일이었지, 서른에 할 일은 아니었다. 내가 언제나 나이보다 늦었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Continue reading

Ducks : Two Years in the Oil Sands – Kate Beaton

케이트 비튼 Kate Beaton의 그래픽노블 오리들 Ducks을 알게 된 것은 가디언 기사였다. 신간 오리들은 아직 도서관에 들어와 있지 않아 Hark! A Vagrant를 보았고 괴짜스럽지만 개성있다 여겼다. 해가 바뀌어 도서관에 들어온 책을 빌리고 400페이지가 넘는 하드커버라는 사실에 좀 놀랐다. 그리고 가디언 기사를 슬렁슬렁 넘겨보았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원하는 공부를 끝내고 졸업했으나 빚진 학자금을 갚고 생활할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렵다. 캐나다 만의 상황은 아니겠으나, 외딴 황야에서 몇년 일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캐나다의 상황. 중동에서 건설일을 하러 떠나던 건설노동자나 원양어선을 타는 일과 비슷할까.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때로 무겁고 분노에 찬 기록이고, 담담하게 나름의 균형을 지키면서 사정없는 산업현장의 현실과 캐나다 오일 샌드의 거친 환경 그리고 거기있는 사람들의 삶을 관찰했다. Continue reading

The Writer’s Map: An Atlas of Imaginary Lands – Huw Lewis-Jones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큰 하드커버, 작가의 지도: 상상 속 나라들의 지도 The Writer’s Map: An Atlas of Imaginary Lands는 커피테이블이나 서가에 모두 멋지게 어울릴 법하다.

우리의 지도는 예술작품이다. 주요한 화산들은 종이에 불이 붙을듯한 불꽃과 화염을 토해낸다.

필립 풀먼 Philip Pullman, 데이빗 미첼 David Mitchell, 레브 그로스먼 Lev Grossman, 브라이언 셀즈닉 Brian Selznick, 키란 밀우드 하그레이브 Kiran Millwood Hargrave 등 다양한 작가들이 책 속에 등장하는 지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열거하는 가운데 다채롭고 화려한 지도들이 등장한다. 피터팬의 네버랜드, 나르니아, 미들어스, 아틀란티스, 모비딕을 쫓는 피쿼드호의 여정, 캡틴 스콧의 남극탐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신곡의 지옥, 걸리버의 여행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SF, 팬터지, 고전문학 등을 넘나들며 지도라는 도구에 담긴 지혜와 상상력을 맛본다.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