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 nombre – cary fukunaga

온두라스에서 미국까지, 중미의 지리는 낯설고 주머니에서 꺼낸 지도 속 미국은 저 경계 너머의 나라다. 미국에서 추방당한 아버지를 처음 만난 사이라 Sayra. 아버지는 그녀를 미국으로 데려가고 싶어한다. 화물차 지붕에 탄 채 구아테말라를 지나 멕시코로, 사람들은 국경 경비대의 눈을 피해 여행한다. 고생스러운 희망의 길.

sin nombre

십대 캐스퍼/윌리는 갱단의 중견. 꼬마 스마일리를 마라 살바트루차 Mara Salvatrucha에 끌어들인다. 잔혹한 신고식을 후회하는 마음은 들지 않을까. 마라 La Mara 혹은 MS-13이라고 불리는 이 범죄집단은 중미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쟁고아로 미국으로 와서 갱단에 들어가고 추방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악순환.

세상을 다 산듯 담담하던 윌리는 사랑을 잃고, 조직도 잃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Continue reading

maria larsson’s everlasting moments – jan troell

스웨덴 감독 얀 트로엘 Jan Troell의 영화 마리아 라슨의 영원한 순간들 Maria Larsson’s Everlasting Moments은 참한 영화다. 딸인 마야가 전하는 부모의 이야기. 가족사라기 보다는 어머니 마리아의 그리 행복하지 않은 결혼, 그리고 사진에 대한 이야기다. 로저 에버트의 말을 빌면, ‘한 여자와 딸, 남편과 사진기 그리고 타인의 친절에 관한 영화’.

everlasting moments

마리아는 젊어서 결혼했다. 춤 잘 추고 건장한 남편 시그프리드와 그녀를 맺어준 것은 상으로 뽑은 사진기. ‘표를 산 내것 – 쓰고 싶으면 결혼하라지’ 했던 것. 살아보니 이 남자, 술만 마셨다 하면 사고를 치고 여자도 찾고, 손찌검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이상적인 남편과는 거리가 멀다. 엊어맞은 얼굴로 찾은 친정부모는 결혼의 신성함을 설교한다. 팔러 꺼낸 사진기가 마리아에게 다른 세상을 열어준다. 한번 써보고 결정하라고 콘테사 Contessa 사진기를 되돌려보낸 사진관 주인 페데르센 Pedersen씨 덕분이다. 사진은 세상을 보는 창이 되고 고단한 삶을 지탱해준다.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을 돌보랴, 바느질과 식모일로 가정을 지키랴 그녀는 어머니의 전형 같다. 단, 사진이라는 숨겨진 취미가 있는. 사진, 조심스럽고 배려하는 친구, 남편과 자식들. 마리아의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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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hine cleaning – christine jeffs

거의 다 자랐지만 아직 현실과 시간의 시험에 들기 전, 타고난 외모와 재능이 젊음으로 빛날 때가 고등학교 시절이 아닐까. 태양 청소용역 Sunshine Cleaning은 뉴질랜드 출신 감독 크리스틴 제프스의 영화다.

고교시절 치어리더로 유명했던 로즈는 청소로 삶을 꾸려간다. 미혼모인 그녀가 사고뭉치 아들 오스카를 사립학교에 보내려 죽음의 현장을 청소하는 일에 뛰어든다. 결혼한 애인의 충고로. 이게 잘 굴러갈까.

sunshine cleaning

사건현장, 싸구려 모텔, 노부부의 집.. 심드렁한 백수 동생 노라와 일하기는 쉽지 않다. 냄새에 기겁을 하기도 하고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한다. 사람들의 삶에 작으나마 도움을 준다는 로즈의 말처럼 남편을 보낸 노파의 손을 잡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죽음과 공간, 기억과 남은 사람들을 길게 다루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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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men – zack snyder

와치멘앨런 무어 Alan Moore의 80년대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생계와 작품활동을 뒷받침하자는 것이지만 문화’산업’에는 이해를 가진 이들이 많아 복잡해진다. 서양 만화계에서 널리 알려진 무어는 출판사들과 영화사들과 싸우고 영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줄 것을 요청하기 까지 했다. 감독, 제작자와 영화사를 둘러싼 분쟁을 거쳐 162분 짜리 긴 영화가 나왔다.

watchmen

닉슨이 3선 대통령으로 있는 1985년의 미국, 냉전이 계속되는 다른 세계. 코미디언 블레이크의 살인을 수사하는 로르샤하 Rorschach의 가면이 흥미롭다. 미국 현대사를 줄여놓는 회상장면은 마치 유행같은데, 보위나 워홀, 리보위츠도 등장하니 재미있다. 고도의 컴퓨터 작업에도 불구하고 화면의 색감이 80년대 느낌을 은근히 풍긴다. 딜런의 노래로 시작하지만 네나의 88개의 풍선, 헨드릭스, 사이먼과 가펑클 등 80년대에 어울리는 노래가 꽤 나온다. 레너드 코헨의 ‘맨하탄 선취 First we take Manhattan‘의 가사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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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dolce video – nytimes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에 따르자면 사업은 키워야 하고, 커야 산다. 먹고 먹히는 육식정글, 프렌차이즈가 유행 아니던가. 외식업, 유통업, 교육 등등. 거대하고 화려한 마트에 구멍가게는 버틸 수 없다.

그러나 다수의 선택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는 없다. 다수결을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믿는 이들도 있지만, 그들은 대세와 일치하는 코드를 타고난 행운아일지도 모른다.

크지 않고 변하지 않고 생존할 수는 없을까? 다양한 색깔이 자리를 찾는 뉴욕에서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없는 곳 없는 인터넷의 물결을 원망하랴. NYT에 난 소피아 홀랜더의 기사, 김氏네 달콤한 비디오 이야기가 흥미롭다.

La Dolce Video – NYTimes.com

건장한 한국 이민 김용만氏가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비디오 대여점을 연 것이 1987년, 다양한 8000여 영화가 있었다. 독특한 영화에 돌아선 이도 있었지만 모험심 넘치는 단골들이 늘어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영화들로 55000개로 늘었다. 인터넷의 강자 넷플릭스 Netflix가 등장하기 전까지.

90년대 전성기 20만 명을 넘던 고객이 작년 말에는 고작 1500여 명이 단골로 남았다. 컬트 팬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추억을 간직하고 떠나간 것이다. 지난 9월 그는 공개 도전장을 냈다. “지난 20년 간 김氏네를 성원한 고객들에게 소장영화를 열어줄 후원자를 구합니다.” 세가지 조건이 있었다. 소장품을 유지하고, 추가하고, 회원 및 대중에게 개방할 것. 많은 신청에도 불구하고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없었다. 단 하나를 제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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