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 nombre – cary fukunaga

온두라스에서 미국까지, 중미의 지리는 낯설고 주머니에서 꺼낸 지도 속 미국은 저 경계 너머의 나라다. 미국에서 추방당한 아버지를 처음 만난 사이라 Sayra. 아버지는 그녀를 미국으로 데려가고 싶어한다. 화물차 지붕에 탄 채 구아테말라를 지나 멕시코로, 사람들은 국경 경비대의 눈을 피해 여행한다. 고생스러운 희망의 길.

sin nombre

십대 캐스퍼/윌리는 갱단의 중견. 꼬마 스마일리를 마라 살바트루차 Mara Salvatrucha에 끌어들인다. 잔혹한 신고식을 후회하는 마음은 들지 않을까. 마라 La Mara 혹은 MS-13이라고 불리는 이 범죄집단은 중미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쟁고아로 미국으로 와서 갱단에 들어가고 추방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악순환.

세상을 다 산듯 담담하던 윌리는 사랑을 잃고, 조직도 잃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구원을 받은 사이라는 그를 눈여겨 보지만 윌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조직의 그물. 너무 늦은 깡패에 반한 순진한 소녀, 그렇다고 신파로 빠지지는 않는다.

무명영화 신 놈브레 Sin Nombre는 감독 케리 후쿠나가의 데뷔작이다. 밀이민을 다루었던 단편에서 이어진 이 영화에는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디에고 루나가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밀이민과 폭력집단 그리고 사랑이야기. 어려운 소재를 용감하게 다룬 영화는 첫 장편이지만 밑그림을 제대로 그린 것 처럼, 서투른 느낌이 없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출신인 후쿠나가는 멕시코에서 기차를 몰래 타며 조사를 했고 이민자의 시각을 담아냈다.

윌리 역의 에드가 플로레스 Edgar Flores, 사이라 역의 파울리나 가이탄 Paulina Gaitan의 연기가 괜찮고 조역들도 좋다. 그렇지만 무서운 꼬맹이 크리스티안 페레르 Kristyan Ferrer가 대단하다.


예고편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느끼한 목소리가 :p

35mm로 담은 화면은 색이 좋고 거칠면서도 현실적이다. 음악도 적절하게 어울린다. 기댈 곳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겪는 공포, 연대감과 찰나의 아름다움.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