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 sono l’amore – luca guadagnino

루카 구아다니노 Luca Guadagnino의 영화는 밀라노의 저택에서 시작한다. 늙고 병들었으나 아직 쾌활한 백발의 에도아르도 시니어의 은퇴를 알리는 만찬. 준비하는 손길이 바쁜 실내는 눈이 내리는 바깥과 달리 부산하다.

Io sono l'amore

감독 구아다니노는 팬의 꿈을 이룬 셈이랄까, 20년 전 이미 스타였던 틸다 스윈튼을 만났을때 그는 학생이었다. 버로우즈의 책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제의에 왜 답이 없냐는 말로 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아이 엠 러브 Io Sono L’Amore세번째 영화다.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영화는 한편으로 아리아 없는 오페라 같다. Continue reading

coco chanel & igor stravinsky – jan kounen

얀 쿠넨 Jan Kounen의 영화 코코와 이고르 Coco Chanel & Igor Stravinsky는 크리스 그린핼시 Chris Greenhalgh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피아노 건반과 샤넬의 흑백에서 동시대를 산 두 사람의 이야기에 착상했다는 이야기는 좀 귀엽다.

coco & igor

봄의 제전이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 1913년, 거의 100년이 되어간다. 파격적이었던 음악과 발레는 관객들을 경악케 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유럽의 혼돈 속에서 강한 개성의 인물들이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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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macs à tire-larigot – jean-pierre jeunet

미크맥스 Micmacs à tire-larigot는 장 피에르 쥬네 Jean-Pierre Jeunet의 작년 영화다.

micmacs

늦은 밤 비디오가게. 불어로 녹음된 흑백영화 빅 슬립을 보며 립싱크를 하던 바질은 오발탄을 맞고 정신을 잃는다. 수술하면 식물인간이 될 것이고 놔두면 위험, 동전이 결정한 운명으로 탄환을 머리 속에 간직하게 된다.

집도 절도 없이 거리를 떠돌던 바질을 맞아준 것은 재활용 패밀리. 고물상 폐품굴에 모여사는 별난 사람들이다. 삼륜차로 폐품을 수집하던 바질은 길을 사이에 둔 두 건물을 발견하고, 그들의 문양을 기억에서 떠올린다. 총알을 품고 있는 사내의 위험한 모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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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brown – daniel barber

아일랜드 반군의 투쟁도 20세기 이야기다. 대니얼 바버의 영화 해리 브라운 Harry Brown은 런던 남부의 재개발지구가 무대다.

harry brown

재개발과 도심의 슬럼화는 전세계적인 추세일까. 퇴역 해병 해리 브라운의 동네도 거칠고 삭막하다. 나서지 않고 조용하게 사는 것이 안전한 일상의 전략이다. 적당히 눈을 감는게 편하게 사는 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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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secreto de sus ojos – juan josé campanella

은퇴한 연방수사관 벤허민 에포지토는 25년 전 사건에 대한 책을 쓰기로 한다. 배당에 불만을 느꼈던 그는 사건을 되넘기려 했지만 현장을 찾고는 수사에 매진했다. 아내를 잃은 은행원 모랄레스는 차분하게 범인이 잡히면 어떤 형벌을 받을지를 물었다. 사형은 너무 간단하고 편안한 자비가 아니냐고.

el secreto de sus ojos

영화는 반백의 에포지토와 25년 전 그가 갓 부임한 상사 이레네 메넨데스 헤이스팅스, 부하 파블로 산도발과 함께 일하던 시절의 회상을 오고간다. 매끄러운 플래시백. 젊은 에포지토는 무고한 인부들을 범인으로 만들어 사건을 종결하려는 로마노와 싸우지만 수사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사진 속에서 찾은 실마리는 시작에 불과하다.

용의자 고메즈를 잡고 놓치는 무력감과 동료 산도발의 죽음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났던 에포지토가 찾으려 하는 것은 사건의 종결이지만 매듭짓지 못한 자신의 과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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