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eel remains – richard k.morgan

the steel remains 리처드 K.모건 Richard K. Morgan의 근작 The Steel Remains는 환상물이다. 영국판 표지가 더 어울리는 것도 같은데, 뭐 좀 다르다. 선악이 명료하지 않고 부조리한 상황에서 겪는, 어둡고 격한 분노를 담는데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작가曰, 한 판 붙자면 ‘총보다 도끼’. 판타지 누아르 – 철은 남는다. 강철무한? :p 3부작 예정이라는데, A Land Fit for Heroes 하면 난세가 영웅을 부른다 뭐 그런 분위기인데?

칼을 휘두르는 주인공 링길 Ringil Angeleyes는 무용담을 팔기도 하고 주점/객점 주인을 돕기도 하는 은퇴한 전사. 은거고수가 강호로 돌아가는 것은 언제나 그렇지만 자발적인 일은 아니다. 가문의 수치인 그를 찾은 어머니는 팔려간 사촌의 구출을 부탁한다.

평원의 유목민 에가 드래곤베인 Egar Dragonbane은 전후 돌아온 고향의 좁은 시각을 견디지 못하고 무당과 갈등을 겪는다.

족장이 칭얼거리기는. 여자애보다 못해. 네 셔츠를 입은 이 여자애는 적어도 미래를 걱정하며 울어, 어쩌면 바꿀 수도 있을 것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해 침울해 하는건 얘가 아니야.

기술 문명으로 유명한 키리아스 Kiriath의 마지막 잔류자 아키스 Archeth Indamaninarmal는 황제 지랄 킴란 2세 Jhiral Khimran II 를 모시는 몸이 되었다. 냉소적이고 명석한 엔지니어인 그녀는 제국의 항구도시에 일어난 변괴를 수사하게 된다. 변덕스러운 황제는 어리석지 않다.

외지인과 적들에 대한 그런 얘기는 이전에도 들었으나 대체로 믿지 않아. 너무 간편하잖아. 다름을 다루는 빠르고 쉬운 방법이지. Continue reading

maria larsson’s everlasting moments – jan troell

스웨덴 감독 얀 트로엘 Jan Troell의 영화 마리아 라슨의 영원한 순간들 Maria Larsson’s Everlasting Moments은 참한 영화다. 딸인 마야가 전하는 부모의 이야기. 가족사라기 보다는 어머니 마리아의 그리 행복하지 않은 결혼, 그리고 사진에 대한 이야기다. 로저 에버트의 말을 빌면, ‘한 여자와 딸, 남편과 사진기 그리고 타인의 친절에 관한 영화’.

everlasting moments

마리아는 젊어서 결혼했다. 춤 잘 추고 건장한 남편 시그프리드와 그녀를 맺어준 것은 상으로 뽑은 사진기. ‘표를 산 내것 – 쓰고 싶으면 결혼하라지’ 했던 것. 살아보니 이 남자, 술만 마셨다 하면 사고를 치고 여자도 찾고, 손찌검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이상적인 남편과는 거리가 멀다. 엊어맞은 얼굴로 찾은 친정부모는 결혼의 신성함을 설교한다. 팔러 꺼낸 사진기가 마리아에게 다른 세상을 열어준다. 한번 써보고 결정하라고 콘테사 Contessa 사진기를 되돌려보낸 사진관 주인 페데르센 Pedersen씨 덕분이다. 사진은 세상을 보는 창이 되고 고단한 삶을 지탱해준다.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을 돌보랴, 바느질과 식모일로 가정을 지키랴 그녀는 어머니의 전형 같다. 단, 사진이라는 숨겨진 취미가 있는. 사진, 조심스럽고 배려하는 친구, 남편과 자식들. 마리아의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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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왈츠 – 대니얼 j. 레비틴 / 장호연

this is your brain on music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대니얼 J.레비틴 Daniel Levitin의 경력은 독특하다. 음반제작, 음향엔지니어, 녹음엔지니어로 유명한 밴드와 가수들과 일했다. 뇌의 왈츠 This is Your Brain on Music 소개 가운데 ‘신경과학자가 된 락커’같은 표현이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교수이자 사업가인 아버지와 소설가인 어머니. MIT에서 전기공학을, 버클리음대에서 음악을 공부하다 그만두고 밴드를 전전했다. 30대에 학교로 돌아와 스탠포드에서 인지심리학/인지과학을 시작으로 오리건, 버클리, 스탠포드의대 등에서 석박사 및 연구를 이어갔다. 그외에도 코미디언, 자동차 정비기술자, 운전기사, 그래픽 디자이너, 컴퓨터 조작원, TV 수리공, 방문판매원 등등 다채로운 경력을 지녔다고 위키피디아는 전한다. :p

우리 모두는 전문적인 음악 청자로서, 비록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미묘하게 가려낼 줄 안다. 과학은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 뭔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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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당신이 책이라면?

animal farm 조지 오웰동물농장이야!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 지도자는 전임자 만큼 나빠지는 법이라는 진리의 산 증인이 바로 당신. 이는 당신을 정서적으로 갈등하게 하고 정신 못차리는 이상과 비극적인 진저리 사이에서 헤매게 한다. 무엇보다, 돼지는 믿을 수 없다. 네 발로 기어다닐 때가 좋았던 것이여.

You’re Animal Farm!

by George Orwell

You are living proof that power corrupts and whoever leads you will become just as bad as the past leaders. You’re quite conflicted about this emotionally and waver from hopelessly idealistic to tragically jaded. Ultimately, you know you can’t trust pigs. Your best moments are when you’re down on all fours.

Take the Book Quiz at the Blue Pyramid.

sunshine cleaning – christine jeffs

거의 다 자랐지만 아직 현실과 시간의 시험에 들기 전, 타고난 외모와 재능이 젊음으로 빛날 때가 고등학교 시절이 아닐까. 태양 청소용역 Sunshine Cleaning은 뉴질랜드 출신 감독 크리스틴 제프스의 영화다.

고교시절 치어리더로 유명했던 로즈는 청소로 삶을 꾸려간다. 미혼모인 그녀가 사고뭉치 아들 오스카를 사립학교에 보내려 죽음의 현장을 청소하는 일에 뛰어든다. 결혼한 애인의 충고로. 이게 잘 굴러갈까.

sunshine cleaning

사건현장, 싸구려 모텔, 노부부의 집.. 심드렁한 백수 동생 노라와 일하기는 쉽지 않다. 냄새에 기겁을 하기도 하고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한다. 사람들의 삶에 작으나마 도움을 준다는 로즈의 말처럼 남편을 보낸 노파의 손을 잡아주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죽음과 공간, 기억과 남은 사람들을 길게 다루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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