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syl – ian mcdonald

brasyl 영국 작가 이언 맥도널드 Ian McDonald의 책 브라질 Brasyl은 작년에 나왔다.

18세기의 브라질, 사명을 띠고 아마존을 가르는 예수회 수사 루이스 퀸 Luis Quinn. 현재, 야심에 찬 TV 제작자 마르셀리나 Marcelina Hoffman. 21세기 중반 근미래, 눈치빠른 팔색조 엣슨 Edson Jesus Oliveira de Freitas. 첫눈에 반하는 사랑, 종교의 열정, 직장에서의 야심. 다른 시대, 딴판의 삶이 브라질에서 엮이고 양자劍 Q-Blade를 휘두르는 의문의 결사가 그들을 쫓는다.

과거, 미래, 현재가 뒤섞이고 과학과 미신, 감시카메라와 분신, 절도계획이 열대의 대도시 구석구석과 밀림을 헤치는 카누를 타고 선명하게 그려진다. 매트릭스를 연상하게 되는 문제에서 각기 다른 매듭으로 연결되는 주인공들의 개성이 또렷하다. 닥터로우 말처럼 뉴로맨서도 생각이 난다. 책 속의 카포에이라는 이기기 위한 무술보다는 나름의 격이 있는 무예다. 원 roda 안에서 펼쳐지는 기술 jeito과 속임수 malicia. 그래서 전사 Zemba는 터미네이터보다는 자객이나 무사에 가깝다.

브라질의 역사, 종교, 축구, 양자컴퓨팅, 보톡스, 카포에이라, 선정적인 TV. Continue reading

철들지 않는다는 것 – 하종강의 중년일기

철들지 않는다는 것 프레시안, 한겨레에서 글을 접했던 하종강. 그의 홈페이지 게시판 중년일기에 썼던 글을 모은 책이 작년에 나왔다.

소박하고 짧은 글에 마음을 담는 것이 매력이다. 아끼지 않고 매진하는 삶은 어렵다. 그래서 그 마음이 짜내는 여유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진실하다. 사람들을 기억하는 글에 글쓴 사람이 녹아있다.

그렇게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철들지 않는다”는 것은 그 시절을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평범한 소시민의 소중한 정서만큼 귀한 것도 없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지금도 그 시대를 겪어 본 중년의 사내에게는 언제나 뒤통수를 잡아끄는, 도저히 떨칠 수 없는 생각들이 있다.

the iron dragon’s daughter – michael swanwick

the iron dragon’s daughter

녹색표지의 미국판 하드커버는 1994년 나온 것으로 되어있다. 바벨의 용 The Dragons of Babel과 느슨하게 연결된 이야기. 무척 다르다.

兒名으로 개똥,쇠똥,말똥이 한 것이 우리 풍습이었다. 서양도 다르지 않아서 예쁜 아기를 귀신이 훔쳐가고 바꿔치기 한다는 것이 changeling이란다. 그렇게 딴 세상으로 간 아기가 제인 Jane이다.

반지의 제왕/반지전쟁 Lord of the Rings해서 근간에 판타지/환상 소설이 인기를 얻었다. 환상의 세계는 이상적으로 그려진다. 고귀한 엘프, 거칠고 둔탁하지만 재주가 좋은 드워프, 흉물스럽고 어리석은 오르크나 트롤.. 뻔하디 뻔한 설정으로 여기저기 쓰이고 질린다.

스완윅의 첫 판타지/환상 소설은 만만치 않다. 흔히 그리는 이상세계, 과연 그럴까? Continue reading

the dragons of babel – michael swanwick

the dragons of babel 다재다능한 마이클 스완윅의 신작(2007년) 바벨의 용들 The Dragons of Babel은 1994년에 나왔던 철룡녀 The Iron Dragon’s Daughter와 같은 세계의 이야기다.

바빌로니아 가운데 바벨탑이 있고, 생명을 가진 전투기계인 용이 나오는 이 세계는 뒤죽박죽. 엘프, 반인반수, 오거, 코볼드, 클루리컨, 헤인트 등등 수도 없는 다양한 종족.

요정이야기, 아프리카 민담과 크로아티아 신화, 아이슬랜드 에다 등등 정신없이 쏟아지는 말과 꼬리를 무는 상징과 비유. 이 경우에는 어리버리하게 되는 효과가 더 커진다 :p

아발론 서쪽 촌동네에도 전쟁의 불씨가 떨어져 망가진 용이 추락한다. 싸울 수 없지만 위험한 존재, 자신이 마을을 지배하겠노라 선포한다. 아이들이 폭탄을 신기해하다 사고가 나고, 용은 약해진 전지를 아끼려 고아인 윌 Will을 졸병으로 삼는다. 마을 사람들과 용의 사이에서 친구를 잃는 윌은 결단을 내리지만 결국 길을 떠나게 된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크고 작은 모험을 겪으며 윌은 성장한다. 시간과 기억을 팔아버린 꼬마 에스메 Esme와 냇 Nat Whilk를 만나 바벨로 향하는 길은 정신없다. 화끈하게 도착한 바벨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냇과 재회한다. 그리고 야바위부터 펜싱, 예절 등 사기꾼 교육을 받는데 냇이 꾸미는 일은 또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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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우석훈,박권일

88만원 세대 성급한 일반화나 사이비 과학으로 빠질 위험이 크지만 세대라는 개념은 쉽게, 가깝게 느껴진다. IMF 이후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에 책임이 거의 없지만 가혹한 상황에 내몰린 10대와 20대. ~세대라는 마케팅 말고 그들에게 이름을 주고 함께 고민해보자는 문제를 제기한 의미가 크다.

잘못을 시인한 적이 없는 김영삼 정부에서 온갖 문제에서 비난을 받은 노무현 정부까지 우리나라는 살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승자독식, 이기지 못하면 죽는 이 게임은 바로 독과점화의 강화다.

‘선택과 집중’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에 책임이 있다. 모방이 생존전략이 되고 대마불사가 통하는 가운데 돌연변이를 통한 혁신의 여지는 심하게 줄어들었다. 이런 일이 군사정권, 독재정치가 아닌 최근에 일어났다는 것이 참 역설적이다.

생산자본은 후려치기를 계속하여 중소기업과 함께 산업의 다양성을 죽이고 있다. 유통자본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자영업이 발붙일 땅을 덮어버렸다. 이런 가운데 ‘사치’와 ‘민족’의 열쇠로 럭셔리+쇼비니즘 마케팅이 노골적으로 승승장구한다. 방송과 언론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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