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우석훈

'명랑'으로 21세기 초 한국사회의 열쇠말 가운데 하나가 된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이 기고했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노무현 시대의 비망록’ 같은 의미라는 설득에 내었다는데, 한데 묶어놓으니 맥이 통해서 기사로 접했던 글도 새로운 맛이 있다.

1부인 ‘고공비행, 노무현 시대의 하늘을 날다’가 날카롭다. 기대와 실망, 막연한 미련을 확 깨게할 얼음장같은 비판은 지금도 여전히, 어쩌면 더 의미가 있다. 순수를 잃은 좌파, 도덕을 버린 우파. 잘못된 판단과 정책, 합의없는 실행, 민중의 위기. 후련한 글솜씨. 왜 통쾌하지 않고 서글퍼지나?

‘인물열전’이라고 묶은 2부는 20대를 응원하며 맺는다. ‘녹색환경’을 이야기하는 3부가 흥미로운데, 물질과 속도에 사로잡힌 사회의 대안을 이명박의 서울을 뒤집어가며 찾는다. ‘심시티‘보다 ‘그린시티’, 녹색도시가 더 낫고 재미있다는 것을 그려주는 사용설명서랄까. “(돈있는)너만 부자되세요” 하는게 아니라 구민, 시민들의 편익을 찾고 합의를 구하는게 바로 정치다. 지금 뜨거운 쟁점이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에 관해서도 길지 않지만 쉽게 얘기한다. “미국 국민들도 다 그거 먹는데, 왜 한국만 난리냐!”는 고위직 인사나 정책 결정자들의 사고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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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orld too near – kay kenyon

by Kay Kenyon 케이 케년 Kay Kenyon전체와 장미 the Entire and the Rose 제 2권, 너무나 가까운 세상 A World Too Near.

구리빛 피부에 길다란 이계의 신, 타리그가 지배하는 전체는 광대하다. 전능에 가까운 타리그가 이쪽 세상을 본따 생명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전체의 신은 기피의 대상이란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밤낮, 계절, 월년이 없는 세상과 다양한 족속들. 중세나 로마제국을 떠올리게 하는 계층구조와 문명이 다채롭다.

작가의 홈페이지에 설정과 인물, 족속에 관한 짤막한 설명이 있다. The Universe Extras.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내 요하나 Johanna는 살아있고, 빼앗긴 딸 시드니 Sydney는 마음을 읽는 뿔달린 말 이닉스 Inyx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밤이 없는 전체를 유지하기 위해 인류가 사는 이쪽 세계를 땔감으로 쓰려는 타리그 Tarig들의 계획을 막아야 하는 티터스 퀸 Titus Quinn. 불청객 헬리스 Helice Maki와 함께 아넨훈 Ahnenhoon 요새로 향한다. Continue reading

the servants – michael marshall smith

열한 살 마크 Mark는 브라이튼 Brighton에서 아픈 어머니와 양아버지와 산다. 런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없는 촌동네. 날씨는 궂고 스케이트보드는 잘 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늘 집에만 있고 양아버지 데이빗 David은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어느날 지하층에 홀로 사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예전에는 지하에 하인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국 작가 마이클 마샬 스미스 Michael Marshall Smith는 멋부리지 않은 글을 쓴다. 200 페이지 조금 넘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를 보고 싶었지만, 역시 그렇지 않았다. 집이, 어머니가 두려웠다. 그는 오랫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 뭘 하든지 세상은 비슷비슷하리라는 생각처럼.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제 안다.
집으로 돌아가면 지난 번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고, 다음은 또 다를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세상은 그대로 있지 않았다. 현실의 삶은 런던처럼 영원하지 않았다. 현실은 더 브라이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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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ght of the sky – kay kenyon

케이 케년 Kay Kenyon은 카피라이터, 광고 모델을 하다 소설을 쓰고 진로를 결정했다고 한다.

불타오르는 하늘, 明天 쯤 될까. 전체 the Entire라는 세계, 평행우주와 23세기 인류의 이야기다. 유년기에 받는 표준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되고, 최소한의 전식주가 보장되는 미래. Electronic Domain Entitlements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정보와 오락의 배급으로 만족하는 서민과 마천루에서 호사를 누리는 대기업 간부들.

블랙홀을 통한 급행로를 독점하는 기업 미네르바 Minerva Company의 잘 나가던 조종사 티터스 퀸 Titus Quinn은 사고로 승객과 아내, 딸을 잃고 홀로 외딴 별에서 발견된다.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고 백발이 된 그의 넋두리를 회사는 무시하고 미치광이 취급하는데. 궁지에 몰린 슈테판 Stefan Polich과 야심에 찬 헬리스 Helice Maki가 그를 다시 찾는다.

인류가 있는 우주를 장미 the Rose라 부르는 전체는 타리그 Tarig들이 지배한다. 밤이 없는 세계는 수은같은 혼돈의 나이 강 Nigh으로 나뉘어있다. 중국을 닮은 샬린 Chalin인들 사이에서 띄엄띄엄 기억을 수습하는 티터스는 딸 시드니 Sydney를 되찾을 수 있을까? Continue reading

missile gap – charles stross

missile gap by charles stross 미사일 격차(인제는 미쓸? :p) Missile Gap란 냉전기 소련과 미국의 군비경쟁에 관한 용어다. 누가 더 많이, 더 센 탄도를 갖고 있나 키재기 하던 얘기인 셈이다. 당시 미국은 실제보다 소련의 화력을 과장했고 첩보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소련의 군사적 우위’가 그거다. 실체나 정보가 어쨌거나, 쟤네 미사일 많아 우리 죽는다 하는 얘기다. 대량살상무기 WMD라는 더 최근의 허깨비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야 멀리 볼 것도 없겠다. 스커드, 노동*호 해서 안보에 노심초사 잠 못 이루는 애국열사들이 많지 않은가. 묘하게도 다양한 사연으로 병역의 의무는 건너뛰더라 마는. (-ㅅ-)

로고가 근사한 지하출판, Subterranean Press에서 재작년에 나온 스트로스의 중편 하드커버의 제목이기도 하다. 2007년 로커스 온라인 중편 best novella에 오른 이야기다. 작은 출판사의 책이니 구하기 어렵다? 전문을 여기서 즐기시라.

1962년 쿠바 위기 즈음의 지구가 거대한 마젤란 원반으로 옮겨진다. 누가, 무슨 까닭으로, 어떻게.. 아무도 모른다. 태양의 5만배 질량, 이전의 로켓이 소용없는 탈출속도에도 불구하고 구로 뭉개지지 않는 미지의 원반은 광대하다. 브레즈네프 Brezhnev, 세이건 Sagan, 가가린 Gagarin. 표지의 저 얼굴들. 냉전의 의심과 군비경쟁이 계속되지만 뻔한 물음을 무시하기만 할수 있을까.

미대륙-유럽-아시아 순으로 펼쳐진 상황은 지리공부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기존의 탄도 미사일은 소용이 없다. 유럽이 거의 공산화되고 미국이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가가린은 초저공선으로 신대륙을 탐사하는 임무를 받는다. 집에서 축복하지 않는 결혼과 함께 신대륙 이민을 결심한 매디는 곤충학자 밥의 조수 일거리를 맡는다. 엇갈리는 인물과 이야기, 원반 가운데 뻥 뚫린 구멍에서 처럼 빛이 보이긴 하는데..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