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he Mountain Bound – Elizabeth Bear

고난의 에다 둘째권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화와 미래 사이, 빛의 전사들과 발키리들이 싸우고 종말을 맞은 사연.

빛의 전사 Einhajar의 수장 스트리프비욘 Strifbjorn과 회색늑대 밍건 Mingan의 금지된 사랑. 삼각관계와 함께 무지개 목걸이를 한 헤이테 Heythe가 등장한다. 신들의 전쟁으로 파괴된 세상을 떠나왔다는 그녀는 예언 속의 여신일까. 기만과 의심, 혼돈과 파괴 속에서 깜박이는 촛불같은 인간의 영혼을 마신 천사의 검은 검고 탁하게 변한다.

옳지 않은줄 안다. 내게 어울린다. 나는 더럽혀졌다. 늑대에게는 사악함이 없다. 오직 필요와 희열, 그 둘을 충족하기 위한 싸움이 있을 뿐이다. 죄악과 죄악을 탐함은 인간의 일이다. 늑대가 아니라, 인간과 괴물을 위한 것.
헤이테가 면도날 같은 손길로 내 뺨을 쓰다듬는다. 너무 날카로와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고통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진실은 내 안에 아무 것도, 허기와 진공 밖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통이 왔을 때, 그것은 위안이요 침묵의 노래가 된다. 나를 지상에 묶어 두는 유일한 고통은 클수록 더 좋다. 내게 과분한 고통의 쾌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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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Me Your Heart – Joyce Carol Oates

조이스 캐롤 오츠 Joyce Carol Oates 단편집 Give Me Your Heart의 표지는 마그리트의 그림 ‘기억 La mémoire‘이다. 푸른 하늘에 고개를 돌린 두상에는 피자국이 있다.

의사 K에게 쓴 편지 형식의 ‘당신의 심장을 주세요 Give Me Your Heart‘는 깜찍하고 끔찍하다. 예전에 내게 준다던 그 심장 찾으러 왔다는 얘긴데. 누구에게는 스쳐가는 바람, 잊혀진 사람일지 모르지만 편지의 형식을 빌어 온 과거는 유창하고 신랄하다.

대체로 미국 동부를 무대로 한 10편의 짧은 이야기는 사적이지만 꼭 진실하지는 않고, 얄미운 글에는 여운을 남기거나 뒤통수를 간지럽히는 맛이 있다.

All The Windwracked Stars – Elizabeth Bear

엘리자베스 베어의 고난의 에다 The Edda of Burdens 첫 권.

북유럽 신화는 어둡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죽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진 세상의 끝. 산 자의 생명을 취해 더럽혀진 자들도 천사들도 쓰러졌지만 배신자 회색 늑대는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덮인 주검들 사이에서 도망갔던 천사 뮤레 Muire의 마지막 기적이 聖獸 발라벤 valraven 카시미르 Kasimir를 되살린다.

“And all the windwracked stars are lost and torn upon the night
Like candleflames they flicker, and fail to cast a light.
To begin with there was darkness, darkness, Light, and Will
And in the end there’s darkness, darkness sure and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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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 – 임성순

현실적이고 실감나는 도입부가 반짝거린다.

불운이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를 한창의 나이에 백수로 만든 회사였을까, 도망간 부인이었을까, 아니면 전세금 사기를 친 부동산 업자였을까, 함부로 주먹을 휘둘렀던 아들이었을까, 혹은 합의해주지 않았던 피해자였을까. 어쩌면 그의 절박한 사정을 들어주지 않고 무작정 구치소에 감금했던 경찰 탓일 수도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이 불행의 연쇄작용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경찰은 공무를 법대로 행했을 뿐이고,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최대한 합리적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다들 부속품 처럼 제한된 일을 하고 책임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사회나 구조조정의 비유는 재치있다. 조직에 녹아드는 개인의 인간성 상실을 묘사한 하커웨이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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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oodlight Chronicles: Reconciliation – Steve Stanton

캐나다 작가 스티브 스탠튼 Steve Stanton블러드라이트 크로니클: 화해 The Bloodlight Chronicles: Reconciliation에는 든게 많다.

뉴로맨서의 케이스를 연상하게 하는 주인공 자캐리어 Zachariah Davis가 등장하는 미래는 가상공간 V넷이 있고, 정체불명의 ‘영원 바이러스’가 영생을 가져다 준다. 문제는 이 바이러스는 제 마음대로 찾아온다는 것. 불사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 피를 사서 생명을 연장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주인공을 버렸던 아버지 필립이 있고, 헤어진 여동생이 있다. 사랑하는 아내 미아와 아들 릭스가 있고, 일반인인 아들의 영생을 위해 위험한 모험을 떠난다. 적어도 그렇게 대충 시작한다. 언급만 하지만 이 미래는 자원이 고갈된 미래이고, 인공지능이나 ‘업로드’도 가능하고 우주여행도 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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