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 임성순

현실적이고 실감나는 도입부가 반짝거린다.

불운이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를 한창의 나이에 백수로 만든 회사였을까, 도망간 부인이었을까, 아니면 전세금 사기를 친 부동산 업자였을까, 함부로 주먹을 휘둘렀던 아들이었을까, 혹은 합의해주지 않았던 피해자였을까. 어쩌면 그의 절박한 사정을 들어주지 않고 무작정 구치소에 감금했던 경찰 탓일 수도 있다. 그들 중 누군가는 이 불행의 연쇄작용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경찰은 공무를 법대로 행했을 뿐이고,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최대한 합리적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다들 부속품 처럼 제한된 일을 하고 책임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사회나 구조조정의 비유는 재치있다. 조직에 녹아드는 개인의 인간성 상실을 묘사한 하커웨이도 떠오른다.

후반 이후의 전개가 좀 아쉽지만 상을 타고 책으로 나온 첫 작품이기에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PC통신과 인터넷, IMF와 신자유주의, 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어지는 감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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