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16 百鬼夜行抄 – 이마 이치코 今市子

백귀야행 16 이마 이치코 今市子의 백귀야행 16권. 듣던대로 예전의 맛을 어느 정도 찾은듯 하다. 대략 13년이 되도록 계속되는 이야기. 느리고 산만한 가운데 담담하게 그려지는 인간의 집착이 매력이다. 관심없고 무심하지만 잡귀가 꼬이는 주인공 리쓰 飯嶋律는 색깔이 없는게 특징인데, 나름 개성이 있다.

일본적인 색채를 부담없이 그려내고, 커다란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다. 전통적인 향수를 무리없이 담아내는 것이 작가의 저력이 아닐까. 이이지마 飯嶋 집안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도 흐릿하고 악의도 여간해서는 독하게 보이지 않는다. 恨은 아니라고 할까.

my brightest diamond @the independent – 05/24/2008

A Weather는 포틀랜드에서 온 4인조 밴드. 잔잔한 멜로디에 나직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노래.

반짝반짝 나의 다이아몬드 My Brightest Diamond샤라 워든 Shara Worden의 프로젝트. 노래와 곡을 쓰고 다루는 악기도 여러가지인데, 다양한 음악적인 배경이 그 음악을 어느 정도 설명하는 듯 하다.

장난기 어린 눈으로 까불다가도 노래를 하면 청명한 목소리에 매력이 있다. 노래를 극적으로 펼쳐내는 힘이 있다고 할까. 목소리만 따지면 미아 도이 토드애니 클락(St. Vincent) 생각을 안할 수 없는데, 끼는 한 수 위다. 유사한 점도 있지만 개성을 갖춘 면면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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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perro del mar & lykke li @bimbo’s 365 – 05/18/2008

샌프란시스코 빔보네 365 클럽 Bimbo’s 365 Club은 꽤 오래 된 공연장이다. 자세한 소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요번 공연은 스웨덴 팝 3종 세트.

안나 턴하임 Anna Ternheim은 남자처럼 차려입은 껑충한 아가씨.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리키 리 Lykke Li는 다른 분위기의 댄스팝. 샌프란시스코가 소문처럼 잘 노는지 보자는데. 올해 SXSW에서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Little Bit 같은 노래에 반응이 좋더라, 유튜브 비디오에서 같은 백댄서들은 없었지만 정직하고 열심을 다하는 무대, 거기에 약하지 않은 사람 드물다.


엘 페로 델 마 El Perro del Mar는 스페인말로 ‘바다의 개’라는 뜻이란다. 곡을 쓰고 노래하는 사라 Sarah Assbring, 성이 참 난감하다. 두번째 앨범 ‘계곡에서 별들에게로 From the Valley to the Stars‘를 내고 공연을 왔다.

담담하게 청승도 담아내는 목소리, 옛날팝(60년대 프렌치팝이라면 한국FM에서 낯설지 않을지도) 같은 단순함. 스웨덴 팝이야 하루아침에 나온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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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순환선 – 최호철

을지로 순환선 서울은 크다, 넓다, 사람이 많고 집도 차도 회사도 학교도 돈도 너무나 많다. 역사와 유적과 개발과 변화가 들어차 넘치는 곳이 서울이다. 그런 서울을 그린다는 일을 온전하게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딘가 기사에서 보고 을지로순환선을 책갈피에 접은게 2006년인데, 책이 이제서야 나왔다.

만화일까 그림일까. 만화는 단순하게 어쩌면 간결하게 이야기를 담고 칸으로 나누어 전하는 것인가 보다. 그러면 그림은 꼭 나눌 수 만은 없는 빛깔을 화폭에 올리는 것일까. 그림이라고 할지 만화로 보아야할지 그 사이를 오가는 것일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꼭 나눌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야기그림’이라고 했을지도.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렸을까. 빼곡하게 거리와 버스와 집들이 있고 사람들이, 일상의 조각들이 숨을 쉰다. 그 색깔과 선이 시선을, 사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창은 다시 나의 눈에 보이는 세상에 겹쳐진다.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도회가 아닐지라도 그림 속에서 세상을 본다.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우석훈

'명랑'으로 21세기 초 한국사회의 열쇠말 가운데 하나가 된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이 기고했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노무현 시대의 비망록’ 같은 의미라는 설득에 내었다는데, 한데 묶어놓으니 맥이 통해서 기사로 접했던 글도 새로운 맛이 있다.

1부인 ‘고공비행, 노무현 시대의 하늘을 날다’가 날카롭다. 기대와 실망, 막연한 미련을 확 깨게할 얼음장같은 비판은 지금도 여전히, 어쩌면 더 의미가 있다. 순수를 잃은 좌파, 도덕을 버린 우파. 잘못된 판단과 정책, 합의없는 실행, 민중의 위기. 후련한 글솜씨. 왜 통쾌하지 않고 서글퍼지나?

‘인물열전’이라고 묶은 2부는 20대를 응원하며 맺는다. ‘녹색환경’을 이야기하는 3부가 흥미로운데, 물질과 속도에 사로잡힌 사회의 대안을 이명박의 서울을 뒤집어가며 찾는다. ‘심시티‘보다 ‘그린시티’, 녹색도시가 더 낫고 재미있다는 것을 그려주는 사용설명서랄까. “(돈있는)너만 부자되세요” 하는게 아니라 구민, 시민들의 편익을 찾고 합의를 구하는게 바로 정치다. 지금 뜨거운 쟁점이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에 관해서도 길지 않지만 쉽게 얘기한다. “미국 국민들도 다 그거 먹는데, 왜 한국만 난리냐!”는 고위직 인사나 정책 결정자들의 사고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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