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k – gus van sant

구스 반 산트의 영화 밀크는 미국에서 동성애자임을 공개하고서 처음으로 공직자가 된 하비 밀크의 이야기이다.


반 산트 자신이 게이이기도 하고 소수자나 청소년 등 주변 이야기를 다루어 오기도 했다.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동성 결혼 금지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영화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마흔이 되도록 자랑할 일 하나 해놓은게 없는’ 밀크는 20년 연하의 연인과 샌프란스시코에 정착한다. 영화는 유서를 녹음하는 밀크의 회상으로 펼쳐진다. 경찰의 거친 단속과 함정수사에 SIR, DOB 등 동성애 옹호단체가 반발하던 1970년대 – 월남전, 히피, 워터게이트. 카스트로거리에서 카메라 가게를 하던 밀크는 정치로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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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ol – anton corbijn

비행기에서 본 영화 둘.

1970년대 펑크락과 1980년대 뉴웨이브 사이 포스트펑크라는 음악이 영미권에서 호응을 얻었다. 개인적으로 애정을 지닌 밴드가 꽤 있는데, 개중 조이 디비전, 일명 기쁨조라는 불온한 이름의 밴드가 있었다. 국내 발매반이 있었다면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건 이름 탓도 있으려나.

오일쇼크에 경제적으로 곤란하던 영국, 내성적인 이언 커티스와 친구들이 음악을 시작했다. 독특한 소리와 개성에 아찔한 현기증 같은 성공. 간질과 70년대 처방의 부작용으로 인한 심한 우울증. 일찍 결혼한 커티스는 마음을 잡지 못하고 외면적인 성공에 혼란을 느꼈나 보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찾는가 했으나 스스로 납득할 결단이나 균형을 찾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다, 미국 순회공연을 앞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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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ruges – martin mcdonagh

비행기에서 본 영화 하나. 개봉관에서 놓친 ‘브루쥐(에서)‘.


벨기에의 고풍스러운 도시 브루쥐. 그 곳에서는 브러허 비슷하게 발음한다고 한다. 경박한 젊은 킬러 레이와 아저씨 킬러 켄이 몸을 숨기러 온다. 여유롭게 관광을 즐기려는 켄과 좀이 쑤셔 못견디는 레이.. 하니 정훈이 만화가 어울릴지도.

배달사고(?)로 소년을 죽인 레이, 그들이 묵은 호텔의 임신한 여주인, 거리에서 만난 애 만 한 난쟁이. 다채로운 조연들과 우스꽝스러운 상황, 잡힐듯 한 구원과 업보의 블랙 코미디.

콜린 패럴의 영화는 그다지 본 적이 없는데, 괜찮은 연기를 보여준다. 브렌단 글리슨, 레이프 파인즈 역시 상극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그린다. 영화의 수상이력 가운데에는 감독 마틴 맥도너 Martin McDonagh의 각본상도 있다.

순정만화 – 류장하

다 알 만큼 유명해진 강풀의 만화, 예쁘게 매끄럽게 만든 영화.

포스터가 영화와 좀 따로 노는데, 꼭 드문 일은 아니니까.

낡은 아파트와 골목길 풍경을 잡아냈다, 조금 과하다 싶게 예쁘게. 분식집은 동화에 나올 법 한 세트 같이. 음악이 그럭저럭, 적어도 듣기 괴로운 노래는 없어 좋았다. 자잘한 숨은그림찾기가 종종 눈에 띄고, 유지태는 여전한데 채정안은 꽤 달라보였다.

동화같은 이야기로 다루는 꼭 동화같지 만은 않은 세상. 난 그게 외면인지 극복인지 잘 모르겠다.

il y a longtemps que je t’aime – philippe claudel

작가 필립 클로델의 첫 영화.
나는 너를 오래 사랑했다 I’ve loved you so long.


공항에서 홀로 줄담배를 피우는 중년의 공허한 눈빛. 15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한 줄리엣. 동생 레아는 재판 이후 의절하고 부모의 명령대로 잊고 있던 언니를 반기지만 어색하고 낯설다. 사서학자인 레아의 남편 뤽과 말을 못하는 그의 아버지, 입양한 두 딸. 줄리엣은 좀처럼 세상에 자신을 열지 않는다. 관찰/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그녀를 면접보는 사람들도 그녀를 바로 보려하지 않는다.

불안과 불신, 그리고 예의와 완곡법. 평범한 일상을 지키려는 갸날픈 경계의 반대편.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