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he teeth of angels – jonathan carroll

from the teech of angels눈을 감으려 했지만 공포는 허락하지 않았다. 최악을 이해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대수 문제, 여행길, 사랑이 실패한 까닭, 많고 많은 일은 간단해도 깨닫지 못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해력은 만 배, 그 이상 좋아진다. 절망적인 숨을 급하게 들이쉴 수 밖에 다른 수가 없다. “무슨 말씀입니까?”

i tried to shut my eyes but fear wouldn’t let me. how quickly we understand the worst. so many simpler things in life we fail to grasp — algebra problems, trip directions, why love failed. but we hear “it is more than that,” and our understanding increases a hundred thousand times. more. take that quick desperate breath that is the only possible first reaction, then say, “what do you mean?”
he explains even more slowly. it is your first lesson in the language of death.

1994년 출간된 캐롤의 소설. 죽음에 관한 이야기에 a child from the sky 의 와이엇이 나온다.

소피의 동생 부부는 여행에서 기묘한 사내를 만난다. 꿈 속에서 죽은 이를 만나고, 죽음에 대한 물음을 던지지만 그 답을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깨어나면 상처를 발견하는 mcgann. 그리고 동생 jesse 가 실종되고 소피는 백혈병으로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와이엇을 끌고 비엔나로 향한다.

은막에서 명성을 누렸던 arlen ford 는 할리웃을 버리고 유럽에서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비교적 평범하고 고독한 삶을 즐기던 어느날, 거리에서 카메라를 겨누고 있는 사내를 발견하고 유쾌하지 않은 만남을 겪는다. 그리고 배달된 비범한 사진들은 자신도 모르던 모습을 잡아낸 것. 이윽고 그녀는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

“Love anything and your heart will be wrung and possibly broken. If you want to make sure of keeping it intact you must give it to no one, not even an animal. Wrap it carefully round hobbies and little luxuries; avoid all entanglements. Lock it up safe in the casket or coffin of your selfishness. But in that casket–safe, dark, motionless, airless– it will change. It will not be broken: it will become unbreakable, impenetrable, irredeemable. To love is to be vulnerable.”

C.S. Lewis

thank you as usual for great insight, Mr. Carroll.

여전히 빼어난 문장으로 여운을 남기는 구절구절은 연관이 없더라도 매력적이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잊을 수 있는 갸날픈 존재..
기관차처럼 질주하는 결말의 충격

우승열패의 신화 – 박노자

myth of social evolution 신화神話 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myth 라는 낱말은 근거없는 믿음, 낭설을 뜻한다. 아무래도 우리 말은 아닌게지.

優勝劣敗, 사회진화론은 여전히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듯 하다.
그렇지만, 강자가 약자를 뜯어먹는 것이 진리라면 그 모든 진리가 다 무엇인가?
강자를 진리로, 정의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는데 익숙한 나라도 있지만 그것이 당신의 신념이 되어야 하나?

근대사 우물을 파온 저자는 인종주의 제국주의 근대에 핍박받고 뒤쳐진 아시아에서 사회진화론을 물게 된 배경을 추적한다. 그리고 아시아에서의 영향과는 좀 달랐던 우리나라에서의 계몽 지식인들의 발자취를 쫓았다. 정신과 현실의 괴리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선택, 그 포부와 한계에서 아직 정리하지 못한 오늘날의 숙제를 되짚어 본다.

일련의 저작에서 다루었던 이야기들이 조금 매듭지어지는듯, 아직 기대가 더 남지만 추천하고 싶다.

보론에서 밝히는 역사관과 고민도 싱그럽다.

kings of infinite space – james hynes

kings
paul trilby 는 텍사스 조달청 조달부서(TxDoGS) 의 임시직 타이피스트. 결혼 생활과 전도 유망한 학자로서의 인생을 바람기로 잃어버리고 욕조에 수장한 고양이 charlotte 의 유령에 시달린다.

박사라는 직함이 이제 그에게는 조롱에 가깝지만, 아침마다 방문객 명찰을 출입구에서 발급받고 경시당하면서도 지식인의 부러진 자존심이 허무하게 고개를 든다.

텍사스의 뜨거운 여름 아침 출근길 체증 속에 창백한 부랑자 boy g 와 조우하면서부터 묘한 징조를 보인다. 고양이의 유령과 동거하는 사람에게는 별일이 아닐지도.

우편물을 담당하는 callie 와 가까와지고 바닥까지 떨어진듯 하던 그의 인생에도 볕이 드는가 했는데, 이제 이상한 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커다란 몸뚱이를 드러내고 나른하고 폐쇄적인 큐비클은 더 이상 평범하고 안전한 공간이 아님을 알게된다.

타조처럼 눈을 감고 현실을 보려하지 않는 폴은 비겁하고 나약한 주인공. 오클라호마 시골에서 와 좋은 일이 많지 않았던 터프걸 칼리캘리가 그에게 전환점이 될까. 못난이 3인조의 써클에 합류하고는 싫어하면서도 또 미적거린다.

h.g. wells 의 ‘모로박사의 섬’에서 인용한 우리는 사람이 아닌가? are we not men? 가 되풀이되면서 기괴한 모험은 정신없는 질주가 된다.

재미있고 우습다. 우스워야 하는데 왜 서글프고 처량한 기분이 들까?

sleepside: the collected fantasies – greg bear

sleepside
과학소설 작가로 알려진 greg bear 의 환상소설 모음. ibooks 에서 페이퍼백으로 재간했다. ibooks 판의 표지는 이미지가 없으니 하드커버 이미지로 대신.

webster – 사랑을 모르는 노파의 꿈 이야기, 낡은 책장처럼 노랗게 바래고 메마른.

the white horse child – 일곱살 꼬마가 하교 길에서 만난 나이를 알 수 없는 남녀. 인류상 가장 지독하다는:p 병과의 만남이다.

richie by the sea – 해변에 사는 톰과 카렌의 집에 들락거리는 알 수 없는 꼬마 리치, 뭔가 묘하지막 싹싹한 아이인데..?

sleepside story – 없이 사는 올리버네. 밤중의 지하철로 썬사이드로 올리버가 가야 엄마가 풀려난다. 마력과 비밀이 가득한 파크허스트의 집에서는 융숭한 대접을 받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인데.. 네, 미녀와 야수 베어 버전이죠.

dead run – 지옥으로 영혼을 나르는 트럭 운전수 얘기.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것은 천사나 신이 아니었다나.

the visitation – 과학자인 레베카의 정원에 나타난 3위 일체(매트릭스의 트리니티는 아님), 우주의 신비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through road no whither – 길 잃은 두 성마른 여행자가 낡고 지저분한 오두막에서 길을 묻지만..

petra – 신의 죽음 이후 혼란에 휩싸인 대성당에는 인간과 석상, 반석인이 경계를 지어 산다. 박쥐같이 작고 못난 화자가 엿보고 엿듣는 사이 뭔가 변화의 조짐이.

the way of all ghosts – 소행성선 thistledown 연작의 외전. 수없이 많은 우주와 이어지는 ‘길’ 에 문제가 일어난다.

tor 에서 나왔던 중단편집과 수록된 이야기가 꽤 겹친다. 총명하지 않지만 재빠른 주인공이 그리는 反지옥 petra 유쾌하고, 어두운 비밀과 마력에 떨어진 올리버의 다운타운 환상 우화 sleepside 이야기도 재미있다.

looking for jake – china mieville

공상소설환상소설 작가 china miéville 의 단편집 looking for jake 는 작년에 나왔다.

편안한 가상의 푸줏간 호러도, 일상 한켠에 숨은 그림자의 쭈뼛함도 아닌. 하늘이 뒤집힌듯 음습하고 불쾌한 공포. 만만한 유령이 아닌 열네 편의 이야기들.

혼돈과 상실의 도시 런던을 그리는 looking for jake 은 시작으로 적절하다. emma bircham, max schaefer 와 함께 쓴 the ball room 은 대형매장 놀이방 괴기물. 야간경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 나중에 읽을 것. 자신에게 잘못 배달된 모종의 보고서 얘기 reports of certain events in london 은 광란의 골목길/viae ferae/feral street 에 대한 연구 ;) 를 다루고 있다. 의학사전에서 발췌한 entry taken from a medical encyclopaedia 는 버스카드병/病言을 흥미롭게, 옮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ㅅ-)

항상 세부조항, 깨알같은 글씨를 조심하라는 경구에서 어린시절 기괴한 경험을 details 에서 만날 수 있다. 상호불신 현대사회에 걸맞는 이중첩자의 편집증, go between. 묘하게 마음을 끈 골동품 유리창과 밤, 피하면 좋았을 신비주의 different skies. 사이버펑크 국제 스릴러 :p an end to hunger 는 영화같다.

저작권이 말처럼 창작 의욕을 고취하는 긍정적인 도구라고만 믿나요? 산타, 트리, 순록 모두 사유 재산권의 보호를 받는 미래의 별천지, ’tis the season 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봐요. 반대쪽에서 늘어놓는 영웅 jack half-a-prayer 얘기. 만화 on the way to the front (liam sharp 그림).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the tain 은 길이로 보나 얼개로 보나 마무리로 어울린다. 거울 이편과 저편의 경계가 무너진 런던에서 imago(image?amigo?) 와 뱀파이어가 날뛰고, 거리의 생존자 scholl 과 이름모를 사이비 뱀파이어는 각기 알듯 모를듯 기묘한 여행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