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용히 미치고 있다 – 이정익

여기서 죽어가도 아무도 모를 수 있다는 공포.. 그렇게 자행되었던 일을 잊는 일 역시 마찬가지로 두려운 일이 아닐까 라고 추천하는 글에서 박재동 화백은 말한다.

200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책 속에서 작가는 잊혀져 가는 부담스러운 그 기억, 불편한 이야기들을 그려낸다. 역사는 과거를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를 보는 시각으로 읽는 것이다. ‘역사의 평가’라는 허울좋은 말로 미루어 책임을 회피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할 가치가 없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가 넘쳐난다고 거기에만 취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닐까.

책을 낸 길찾기에서 나온 중 흥미로운 책들이 많다.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 강준만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 강남의 정의는 각기 다를수 있지만 저자는 방향없는 비난보다 한국 자본주의의 농축된 형태, 그 전형이자 엔진으로서의 고찰을 제안한다. 괜히 사람들끼리 미워하지 말자는 말이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한국적인 현상이며 강남의 역사는 부동산의 역사다.
남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진 것이 나쁜 것인가? 더 노력해서 더 많은 것을 가졌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그러나 경제적, 교육적, 정치적인 집중은 건전하지 만은 않은 영향을 초래했다. 미적지근한 부동산 대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생산없는 부의 집중은 심해져만 간다. 학벌의 공고화, 그 위계질서에 따라 교육은 경쟁을 위한 ‘구별짓기’이며 인맥 만들기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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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 산책 1990년대편 – 강준만

‘3당합당에서 스타벅스까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3권의 책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부족했음을 인정하게 한다. 군사정권의 말미에서부터 외환위기. 신세대, 10대 위주의 방송에서 케이블과 민방. 서태지에서 인디밴드, 수많은 사고와 학벌, 입시. 지역주의와 남북관계. 정부와 재벌, 언론. 그 10년이 아찔하게 펼쳐지면 책장은 금세 넘어간다.

우리 현대사가 그렇지만, 1990년대는 특히나 변화가 몰아쳤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는 탓일지 모르지만 지금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건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면 평가나 분석이 이른 것이 아닐까? 강준만 교수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머리말에서 말한다. 신문, 잡지 및 다양한 책을 인용한 글은 어려운 이론이나 특별한 처방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학문적인 연구와 평가는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것이고, 현대사에 대한 조망은 지금의 많은 현상과 문제들이 한 순간 특정한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관찰에 도움을 준다.

3당합당이라는 1990년대의 통합은 꿈으로 사라지고 2000년대 중반의 운명은 분열이지만 연대라는 깨달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보는 90년대의 한 교훈이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많은 것은 변하지 않았다. 지치고 불안한 개인은 독재자나 재벌의 보호를 기대하지만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언론의 왜곡은 여전하지만 인터넷에서 밝혀지기 쉽다. 선정적인 포탈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인신공격과 비방이 인터넷에 가득하다. 가족을 나누어 낯선 땅으로 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one king, one soldier – alexander c. irvine

one king, one soldier | 병사와 왕 상이용사 랜스 lance가 닿은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샌프란시스코. 시티라이트 citilights책방 가까이 베수비오 vesuvio블랙 캣 black cat도 실재한다. 잭 스파이서 jack spicer처럼.

scifi weekly의 서평은 1963년 월남전을 이야기하지만 2004년 나온 초판은 1953년 한국전을 이야기한다. 월남전과 반전운동의 부담을 피한 것일까.

첫단추를 잘못 끼운 주인공에 몰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거창한 의미로 많은 이를 유혹한 성배가 볼 일 없음을 생각하면 그게 더 걸맞을지도. 이집트 신화, 아프리카, 기사단과 제국주의, 노예선과 음모론을 거침없이 쏟아놓는 시인과 우화. 전능할듯 하던 성배는 만파식적이 아니다.(맞나?) 세상을 바꿀 힘이란 결코 저 너머나 과거에서 짠~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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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roque cycle – neal stephenson

quicksilver - the baroque cycle #1 the confusion - the baroque cycle #2 the system of the world - the baroque cycle #3

바로크 사이클, 두툼한 하드커버 세권의 부담감은 산수로도 분석된 바 있다. 그러니 뿌듯할 수 밖에 :p 한 동안 펼쳐들고 있어도 팔이 묵직해진다는 것은 핑계지만, 첫째권 퀵실버를 읽기 시작한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아마 2004년 말이나 2005년 초? 읽다 말다 하기도 했고 바깥에 나갈때는 덜 무거운 책을 집어들기도 했지만 2년이 넘어서야 다 읽은 셈이다. 그래도 7년 동안 책을 쓴 닐 스티븐슨과 많은 조력자들의 노력에 비하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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