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식민지다 – 강준만

사회적 모순에 대한 근엄하지 않은 비판, 강준만의 글은 여전히 날카롭다. ‘서울이 만원’이라는 말이 나온지 40년도 넘었다. 그간 오른 물가와 화폐가치를 따지면 이젠 얼마나 할까?

超집중화 hyper-centralization란 정치적 권력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자원들이 지리적,공간적으로 서울이라는 단일 공간 내로 집중됨을 의미한다. .. 정치적 차원에서 집중화는 모든 정치권력이 정점으로 집중됨으로써 피라미드적인 위계적인 구조를 만들어내며, 중앙집중화의 인과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던 정치를 비롯하여, 사회, 문화, 교육 등 사회의 중요 부문에서의 엘리트들이 서로 중첩됨으로써 동심원적 구조를 갖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선진화’, ‘경쟁력’, ‘선택과 집중’, ‘파이 키우기’ 등등 다양한 수사 속에 서울은 더 커졌고 복잡하다. 다 같은 삽질이더라도 행정수도가 그럴듯 해보였다. 뜬금없는 ‘관습헌법’이 나왔고, 운하가 나왔지만. ‘내부식민지’같은 말보다 현실이 더 와닿는다. Continue reading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 강준만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 강남의 정의는 각기 다를수 있지만 저자는 방향없는 비난보다 한국 자본주의의 농축된 형태, 그 전형이자 엔진으로서의 고찰을 제안한다. 괜히 사람들끼리 미워하지 말자는 말이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한국적인 현상이며 강남의 역사는 부동산의 역사다.
남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진 것이 나쁜 것인가? 더 노력해서 더 많은 것을 가졌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그러나 경제적, 교육적, 정치적인 집중은 건전하지 만은 않은 영향을 초래했다. 미적지근한 부동산 대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생산없는 부의 집중은 심해져만 간다. 학벌의 공고화, 그 위계질서에 따라 교육은 경쟁을 위한 ‘구별짓기’이며 인맥 만들기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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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 산책 1990년대편 – 강준만

‘3당합당에서 스타벅스까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3권의 책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부족했음을 인정하게 한다. 군사정권의 말미에서부터 외환위기. 신세대, 10대 위주의 방송에서 케이블과 민방. 서태지에서 인디밴드, 수많은 사고와 학벌, 입시. 지역주의와 남북관계. 정부와 재벌, 언론. 그 10년이 아찔하게 펼쳐지면 책장은 금세 넘어간다.

우리 현대사가 그렇지만, 1990년대는 특히나 변화가 몰아쳤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는 탓일지 모르지만 지금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건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면 평가나 분석이 이른 것이 아닐까? 강준만 교수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머리말에서 말한다. 신문, 잡지 및 다양한 책을 인용한 글은 어려운 이론이나 특별한 처방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학문적인 연구와 평가는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것이고, 현대사에 대한 조망은 지금의 많은 현상과 문제들이 한 순간 특정한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관찰에 도움을 준다.

3당합당이라는 1990년대의 통합은 꿈으로 사라지고 2000년대 중반의 운명은 분열이지만 연대라는 깨달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보는 90년대의 한 교훈이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많은 것은 변하지 않았다. 지치고 불안한 개인은 독재자나 재벌의 보호를 기대하지만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언론의 왜곡은 여전하지만 인터넷에서 밝혀지기 쉽다. 선정적인 포탈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인신공격과 비방이 인터넷에 가득하다. 가족을 나누어 낯선 땅으로 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