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사이클, 두툼한 하드커버 세권의 부담감은 산수로도 분석된 바 있다. 그러니 뿌듯할 수 밖에 :p 한 동안 펼쳐들고 있어도 팔이 묵직해진다는 것은 핑계지만, 첫째권 퀵실버를 읽기 시작한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아마 2004년 말이나 2005년 초? 읽다 말다 하기도 했고 바깥에 나갈때는 덜 무거운 책을 집어들기도 했지만 2년이 넘어서야 다 읽은 셈이다. 그래도 7년 동안 책을 쓴 닐 스티븐슨과 많은 조력자들의 노력에 비하면야.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 근대가 오기 전의 세계.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과 신천지 아메리카, 아프리카.. 영국 왕립협회의 태동과 뉴튼, 라이프니쯔, 후크, 호이겐스 등등 과학의 거인들. 화폐와 무역, 자본주의의 초창기. 다양한 사건들과 온갖 계층의 다채로운 인물들. 말들을 찾아 보았다고 해도 더 쉽게 잊어버렸고, 원체 큰 줄기는 잘 못잡고 세세한 것들은 기억을 못하니 무슨 소용이냐고 해도 반박할 수 없지만.
런던 빈민 섀프토 형제가 그 혼란의 와중에 사건의 중심에 서고, 반골의 출신 다니엘이 귀족 대접을 받고, 노예제의 해악을 경험한 일라이자는 경제와 과학에 대한 안목을 갖고 사교계를 헤쳐간다. 해적과 노예선이 나오는 모험이기도 하고, 왕실의 음모와 전쟁이 벌어지고, 뉴튼과 라이프니쯔가 맞붙는 과학소설 :p 이면서 세월과 대륙을 넘나드는 연애담이기도 하다.
너무 많은 것을 야심을 갖고 담으려 했을지도 모르지만, 곳곳에서 스티븐슨은 시적인 통찰로 역사와 과학을 읊는다. 간결하고 효율적인 글쓰기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의 장황함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
퀵실버는 금의 정제하는데 쓰는 수은, 통상의 수단으로 쓰는 통화, 자유로운 탐구심 그리고 잭의 별명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