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16 百鬼夜行抄 – 이마 이치코 今市子

백귀야행 16 이마 이치코 今市子의 백귀야행 16권. 듣던대로 예전의 맛을 어느 정도 찾은듯 하다. 대략 13년이 되도록 계속되는 이야기. 느리고 산만한 가운데 담담하게 그려지는 인간의 집착이 매력이다. 관심없고 무심하지만 잡귀가 꼬이는 주인공 리쓰 飯嶋律는 색깔이 없는게 특징인데, 나름 개성이 있다.

일본적인 색채를 부담없이 그려내고, 커다란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다. 전통적인 향수를 무리없이 담아내는 것이 작가의 저력이 아닐까. 이이지마 飯嶋 집안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도 흐릿하고 악의도 여간해서는 독하게 보이지 않는다. 恨은 아니라고 할까.

을지로 순환선 – 최호철

을지로 순환선 서울은 크다, 넓다, 사람이 많고 집도 차도 회사도 학교도 돈도 너무나 많다. 역사와 유적과 개발과 변화가 들어차 넘치는 곳이 서울이다. 그런 서울을 그린다는 일을 온전하게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딘가 기사에서 보고 을지로순환선을 책갈피에 접은게 2006년인데, 책이 이제서야 나왔다.

만화일까 그림일까. 만화는 단순하게 어쩌면 간결하게 이야기를 담고 칸으로 나누어 전하는 것인가 보다. 그러면 그림은 꼭 나눌 수 만은 없는 빛깔을 화폭에 올리는 것일까. 그림이라고 할지 만화로 보아야할지 그 사이를 오가는 것일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꼭 나눌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야기그림’이라고 했을지도.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렸을까. 빼곡하게 거리와 버스와 집들이 있고 사람들이, 일상의 조각들이 숨을 쉰다. 그 색깔과 선이 시선을, 사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창은 다시 나의 눈에 보이는 세상에 겹쳐진다.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도회가 아닐지라도 그림 속에서 세상을 본다.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우석훈

'명랑'으로 21세기 초 한국사회의 열쇠말 가운데 하나가 된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이 기고했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노무현 시대의 비망록’ 같은 의미라는 설득에 내었다는데, 한데 묶어놓으니 맥이 통해서 기사로 접했던 글도 새로운 맛이 있다.

1부인 ‘고공비행, 노무현 시대의 하늘을 날다’가 날카롭다. 기대와 실망, 막연한 미련을 확 깨게할 얼음장같은 비판은 지금도 여전히, 어쩌면 더 의미가 있다. 순수를 잃은 좌파, 도덕을 버린 우파. 잘못된 판단과 정책, 합의없는 실행, 민중의 위기. 후련한 글솜씨. 왜 통쾌하지 않고 서글퍼지나?

‘인물열전’이라고 묶은 2부는 20대를 응원하며 맺는다. ‘녹색환경’을 이야기하는 3부가 흥미로운데, 물질과 속도에 사로잡힌 사회의 대안을 이명박의 서울을 뒤집어가며 찾는다. ‘심시티‘보다 ‘그린시티’, 녹색도시가 더 낫고 재미있다는 것을 그려주는 사용설명서랄까. “(돈있는)너만 부자되세요” 하는게 아니라 구민, 시민들의 편익을 찾고 합의를 구하는게 바로 정치다. 지금 뜨거운 쟁점이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에 관해서도 길지 않지만 쉽게 얘기한다. “미국 국민들도 다 그거 먹는데, 왜 한국만 난리냐!”는 고위직 인사나 정책 결정자들의 사고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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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orld too near – kay kenyon

by Kay Kenyon 케이 케년 Kay Kenyon전체와 장미 the Entire and the Rose 제 2권, 너무나 가까운 세상 A World Too Near.

구리빛 피부에 길다란 이계의 신, 타리그가 지배하는 전체는 광대하다. 전능에 가까운 타리그가 이쪽 세상을 본따 생명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전체의 신은 기피의 대상이란다.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밤낮, 계절, 월년이 없는 세상과 다양한 족속들. 중세나 로마제국을 떠올리게 하는 계층구조와 문명이 다채롭다.

작가의 홈페이지에 설정과 인물, 족속에 관한 짤막한 설명이 있다. The Universe Extras.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내 요하나 Johanna는 살아있고, 빼앗긴 딸 시드니 Sydney는 마음을 읽는 뿔달린 말 이닉스 Inyx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밤이 없는 전체를 유지하기 위해 인류가 사는 이쪽 세계를 땔감으로 쓰려는 타리그 Tarig들의 계획을 막아야 하는 티터스 퀸 Titus Quinn. 불청객 헬리스 Helice Maki와 함께 아넨훈 Ahnenhoon 요새로 향한다. Continue reading

the servants – michael marshall smith

열한 살 마크 Mark는 브라이튼 Brighton에서 아픈 어머니와 양아버지와 산다. 런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없는 촌동네. 날씨는 궂고 스케이트보드는 잘 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늘 집에만 있고 양아버지 데이빗 David은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어느날 지하층에 홀로 사는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예전에는 지하에 하인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국 작가 마이클 마샬 스미스 Michael Marshall Smith는 멋부리지 않은 글을 쓴다. 200 페이지 조금 넘는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를 보고 싶었지만, 역시 그렇지 않았다. 집이, 어머니가 두려웠다. 그는 오랫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 뭘 하든지 세상은 비슷비슷하리라는 생각처럼.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제 안다.
집으로 돌아가면 지난 번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고, 다음은 또 다를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세상은 그대로 있지 않았다. 현실의 삶은 런던처럼 영원하지 않았다. 현실은 더 브라이튼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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