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le gap – charles stross

missile gap by charles stross 미사일 격차(인제는 미쓸? :p) Missile Gap란 냉전기 소련과 미국의 군비경쟁에 관한 용어다. 누가 더 많이, 더 센 탄도를 갖고 있나 키재기 하던 얘기인 셈이다. 당시 미국은 실제보다 소련의 화력을 과장했고 첩보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소련의 군사적 우위’가 그거다. 실체나 정보가 어쨌거나, 쟤네 미사일 많아 우리 죽는다 하는 얘기다. 대량살상무기 WMD라는 더 최근의 허깨비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우리야 멀리 볼 것도 없겠다. 스커드, 노동*호 해서 안보에 노심초사 잠 못 이루는 애국열사들이 많지 않은가. 묘하게도 다양한 사연으로 병역의 의무는 건너뛰더라 마는. (-ㅅ-)

로고가 근사한 지하출판, Subterranean Press에서 재작년에 나온 스트로스의 중편 하드커버의 제목이기도 하다. 2007년 로커스 온라인 중편 best novella에 오른 이야기다. 작은 출판사의 책이니 구하기 어렵다? 전문을 여기서 즐기시라.

1962년 쿠바 위기 즈음의 지구가 거대한 마젤란 원반으로 옮겨진다. 누가, 무슨 까닭으로, 어떻게.. 아무도 모른다. 태양의 5만배 질량, 이전의 로켓이 소용없는 탈출속도에도 불구하고 구로 뭉개지지 않는 미지의 원반은 광대하다. 브레즈네프 Brezhnev, 세이건 Sagan, 가가린 Gagarin. 표지의 저 얼굴들. 냉전의 의심과 군비경쟁이 계속되지만 뻔한 물음을 무시하기만 할수 있을까.

미대륙-유럽-아시아 순으로 펼쳐진 상황은 지리공부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기존의 탄도 미사일은 소용이 없다. 유럽이 거의 공산화되고 미국이 발을 동동 구르는 동안 가가린은 초저공선으로 신대륙을 탐사하는 임무를 받는다. 집에서 축복하지 않는 결혼과 함께 신대륙 이민을 결심한 매디는 곤충학자 밥의 조수 일거리를 맡는다. 엇갈리는 인물과 이야기, 원반 가운데 뻥 뚫린 구멍에서 처럼 빛이 보이긴 하는데.. Continue reading

enon @both – 04/13/2008

여름이 가까와졌나 싶게 햇살이 뜨뜻하더니 일요일 저녁은 바람이 서늘했다. 소매치기 DJ Pickpocket 때는 무대 앞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한 소녀가 선물이라며 자그마한 독서등을 주고 간다. 고맙기도 하지.

the blacks #1the blacks #2the blacks #3

the blacks #4the blacks #5the blacks #6

샌프란시스코 밴드 블랙스 The Blacks는 기타치는 루이자 블랙 Luisa Black과 드럼에 개빈 블랙 Gavin Black, 그리고 신들린:P 탬버린 사나이 JDK 블랙커 JDK Blacker. 힘이 넘쳐 펄쩍펄쩍 뛰는 JDK 는 무대 아래에도 내려왔었다.


에논 Enon은 필라델피아 밴드. 無라는 none을 거꾸로 해도 되지만, 오하이오 주의 에논이라는 도시 이름을 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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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syl – ian mcdonald

brasyl 영국 작가 이언 맥도널드 Ian McDonald의 책 브라질 Brasyl은 작년에 나왔다.

18세기의 브라질, 사명을 띠고 아마존을 가르는 예수회 수사 루이스 퀸 Luis Quinn. 현재, 야심에 찬 TV 제작자 마르셀리나 Marcelina Hoffman. 21세기 중반 근미래, 눈치빠른 팔색조 엣슨 Edson Jesus Oliveira de Freitas. 첫눈에 반하는 사랑, 종교의 열정, 직장에서의 야심. 다른 시대, 딴판의 삶이 브라질에서 엮이고 양자劍 Q-Blade를 휘두르는 의문의 결사가 그들을 쫓는다.

과거, 미래, 현재가 뒤섞이고 과학과 미신, 감시카메라와 분신, 절도계획이 열대의 대도시 구석구석과 밀림을 헤치는 카누를 타고 선명하게 그려진다. 매트릭스를 연상하게 되는 문제에서 각기 다른 매듭으로 연결되는 주인공들의 개성이 또렷하다. 닥터로우 말처럼 뉴로맨서도 생각이 난다. 책 속의 카포에이라는 이기기 위한 무술보다는 나름의 격이 있는 무예다. 원 roda 안에서 펼쳐지는 기술 jeito과 속임수 malicia. 그래서 전사 Zemba는 터미네이터보다는 자객이나 무사에 가깝다.

브라질의 역사, 종교, 축구, 양자컴퓨팅, 보톡스, 카포에이라, 선정적인 TV. Continue reading

you kill me – john dahl

알콜중독자 프랭크 Frank Falenczyk의 직업은 살인청부업자. 버팔로의 겨울을 나는 인상적인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나를 죽여라 You Kill Me. 폴란드 갱 아저씨를 둔 프랭크가 술 탓으로 청부를 실패하고 재활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쫓겨난다.

you kill me

무명 금주회 Alcoholics Anonymous는 1934년 술로 월街 경력을 망친 빌 윌슨 Bill Wilson이 창시한 금주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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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영화 私營化 privatization

공(公)기업의 반대가 사(私)기업이고 사립학교가 private school이니 privatization은 사영화(私營化)가 아닌가. ‘민영화’라는 용어는 해방 이후 귀속재산불하(歸續財産拂下) 같은 흔적을 지우려는 설탕물 덧씌우기가 아닐까.

아참, 언제부터인가 이글루의 예전 글은 구글에서는 찾기 어렵다. 네이버나 다음에서는 나오는 모양인데, 역시 주인이 바뀐 결과인가.

그리하여 이사들은 단기 수익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 거기에다 흔히 보는 스톡 옵션을 더하면 주가에 대한 압박은 더 높아진다. 장기적인 성장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그다지 큰 문제는. 지출을 줄이고 이번 4분기의 수익률을 과시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된다. 물론 수익률 성장으로 받는 커다란 보너스는 반납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최적화가 장기적인 파국을 가져오더라도.

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자: 떠오르는 새 CEO가 있다. 그는 연구부서를 폐쇄하고 지출을 절감한다. 판매에 돈을 좀 쏟고, 매출이 오르면 마케팅 직원들을 줄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술 지원, 유지 보수, 품질 관리 차례대로. 지출은 훨씬 줄어든다. 매출이 좋아보인다. 수익률이 오르고, 주가가 뛴다. 넋이 나간 주주들의 만장일치로 커다란 보너스를 받는다. 잘난 이 사람은 다른 회사의 제의를 망설이다 못이기는 척 수락하고, ‘이 곳에서의 내 일은 끝났소’라는 주제의 인사와 함께 떠난다. 시간이 지나고 회사가 흔들린다. 고객은 더 이상 브랜드를 믿지 않고, 마케팅이 없어졌으니 매출도 떨어지며, 새로운 제품은 더 이상 없다. 주식이 곤두박질한다. 모두가 불행해진다, ‘내가 떠날때는 주가가 높았죠. 새 경영진 아래 일어난 일을 어쩌겠어요’라는 잘난 친구 마저.

기업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회사에 있다보니, 경제도 세상도 모르던 엔지니어라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합병을 하거나 당하거나, 경제가 좋거나 나쁘거나 하는게 월급받는 데 상관이 있더란 말이다. 그렇게 보니 사영화란게 도깨비 방망이다. 책임없는 말들을 흘리면서 헐값으로 사들이고 조직을 대폭 정리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까닭으로 가격을 올린다. 비용이 줄고 매출이 늘면 이윤이 쑥쑥. 뭐하면 분할매각, 쪼개고 팔고 그 사이 또 돈주머니를 키울 기회는 많다. 거기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등등 수도 많다. 똑같은 일 하는 사람이 지난 달에는 정규직이다가 하청업체 소속으로 보험도 잔업수당도 없이 줄어든 월급을 보게 된다. 이게 다 사영화를 추진한 사람과 인수 혹은 불하에 성공한 사람의 업적으로 돌려질텐데, 이 사람들은 책임도 없고 곧 떠난다, 깔.끔.하.게. 그 와중에 이 불하과정에 관계된 사람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장판 밑으로 감쪽같이 숨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전력, 상하수도, 도로 등 공공 서비스를 미국에서는 유틸리티 utility라고들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배운 영어단어라 처음에는 낯설었다. 이게 다 사기업판이다 보니, 근래 캘리포니아의 전력 문제가 불거졌다. 전기, 가스, 쓰레기 처리 등등 가격은 오르고 품질은 오르지 않거나 떨어진다. 신비스러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데 그 마력이 있다. 발전소와 우리집 사이에는 수도 없는 중계업체가 존재하고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오가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중동사태가 어떻고, 정유시설이나 폭풍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전기가 끊기기도 하고 사용량은 거기서 거긴데 가격은 쭉쭉 오른다. 투자는 비싸다고 해서 품질개선은 흔치 않은데, 가끔 가격인상의 이유로 등장하긴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공공 서비스는 가격도 품질도 뛰어난거다. 이런저런 비리도 적발하지만, 사기업이나 다른나라는 그게 없을까? 사영화하면 해결될 문제인가, 국회와 감사원이 제대로 하면 나아질 문제인가. 처우나 다른 문제도 있을테고, 그것도 어쩌면 비용의 일부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쳐도 그만하면 훌륭한게 아닌가 싶다. 철밥통, 황금낙하산이야 국회의원, 지방의원 어르신들만 할라고. 정부 고위직과 사기업 감사/이사 오가는 사람들은 금밥통이라고 할까. 업무와 연관이 있는 업체로 옮기는 일은 워낙 흔해서 강제성 없는 규정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솔직하게 나는 대운하보다 행정수도 이전이 낫다고 본다. 적어도 멀쩡한 강과 산을 파헤치겠다는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사영화, 사유화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다. 사영화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람들보다 그 대상이 되는 공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못할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고나면 되돌리기도 힘들고,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사영화 이전의 품질과 가격이 훌륭한 경우가 많고, 사영화는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기 쉽다. ‘고용창출’ 부르짖던 공약들은 어데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