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영화 私營化 privatization

공(公)기업의 반대가 사(私)기업이고 사립학교가 private school이니 privatization은 사영화(私營化)가 아닌가. ‘민영화’라는 용어는 해방 이후 귀속재산불하(歸續財産拂下) 같은 흔적을 지우려는 설탕물 덧씌우기가 아닐까.

아참, 언제부터인가 이글루의 예전 글은 구글에서는 찾기 어렵다. 네이버나 다음에서는 나오는 모양인데, 역시 주인이 바뀐 결과인가.

그리하여 이사들은 단기 수익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 거기에다 흔히 보는 스톡 옵션을 더하면 주가에 대한 압박은 더 높아진다. 장기적인 성장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그다지 큰 문제는. 지출을 줄이고 이번 4분기의 수익률을 과시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가 된다. 물론 수익률 성장으로 받는 커다란 보너스는 반납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최적화가 장기적인 파국을 가져오더라도.

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자: 떠오르는 새 CEO가 있다. 그는 연구부서를 폐쇄하고 지출을 절감한다. 판매에 돈을 좀 쏟고, 매출이 오르면 마케팅 직원들을 줄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술 지원, 유지 보수, 품질 관리 차례대로. 지출은 훨씬 줄어든다. 매출이 좋아보인다. 수익률이 오르고, 주가가 뛴다. 넋이 나간 주주들의 만장일치로 커다란 보너스를 받는다. 잘난 이 사람은 다른 회사의 제의를 망설이다 못이기는 척 수락하고, ‘이 곳에서의 내 일은 끝났소’라는 주제의 인사와 함께 떠난다. 시간이 지나고 회사가 흔들린다. 고객은 더 이상 브랜드를 믿지 않고, 마케팅이 없어졌으니 매출도 떨어지며, 새로운 제품은 더 이상 없다. 주식이 곤두박질한다. 모두가 불행해진다, ‘내가 떠날때는 주가가 높았죠. 새 경영진 아래 일어난 일을 어쩌겠어요’라는 잘난 친구 마저.

기업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회사에 있다보니, 경제도 세상도 모르던 엔지니어라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합병을 하거나 당하거나, 경제가 좋거나 나쁘거나 하는게 월급받는 데 상관이 있더란 말이다. 그렇게 보니 사영화란게 도깨비 방망이다. 책임없는 말들을 흘리면서 헐값으로 사들이고 조직을 대폭 정리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까닭으로 가격을 올린다. 비용이 줄고 매출이 늘면 이윤이 쑥쑥. 뭐하면 분할매각, 쪼개고 팔고 그 사이 또 돈주머니를 키울 기회는 많다. 거기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등등 수도 많다. 똑같은 일 하는 사람이 지난 달에는 정규직이다가 하청업체 소속으로 보험도 잔업수당도 없이 줄어든 월급을 보게 된다. 이게 다 사영화를 추진한 사람과 인수 혹은 불하에 성공한 사람의 업적으로 돌려질텐데, 이 사람들은 책임도 없고 곧 떠난다, 깔.끔.하.게. 그 와중에 이 불하과정에 관계된 사람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장판 밑으로 감쪽같이 숨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전력, 상하수도, 도로 등 공공 서비스를 미국에서는 유틸리티 utility라고들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배운 영어단어라 처음에는 낯설었다. 이게 다 사기업판이다 보니, 근래 캘리포니아의 전력 문제가 불거졌다. 전기, 가스, 쓰레기 처리 등등 가격은 오르고 품질은 오르지 않거나 떨어진다. 신비스러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데 그 마력이 있다. 발전소와 우리집 사이에는 수도 없는 중계업체가 존재하고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오가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중동사태가 어떻고, 정유시설이나 폭풍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전기가 끊기기도 하고 사용량은 거기서 거긴데 가격은 쭉쭉 오른다. 투자는 비싸다고 해서 품질개선은 흔치 않은데, 가끔 가격인상의 이유로 등장하긴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공공 서비스는 가격도 품질도 뛰어난거다. 이런저런 비리도 적발하지만, 사기업이나 다른나라는 그게 없을까? 사영화하면 해결될 문제인가, 국회와 감사원이 제대로 하면 나아질 문제인가. 처우나 다른 문제도 있을테고, 그것도 어쩌면 비용의 일부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쳐도 그만하면 훌륭한게 아닌가 싶다. 철밥통, 황금낙하산이야 국회의원, 지방의원 어르신들만 할라고. 정부 고위직과 사기업 감사/이사 오가는 사람들은 금밥통이라고 할까. 업무와 연관이 있는 업체로 옮기는 일은 워낙 흔해서 강제성 없는 규정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솔직하게 나는 대운하보다 행정수도 이전이 낫다고 본다. 적어도 멀쩡한 강과 산을 파헤치겠다는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사영화, 사유화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다. 사영화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람들보다 그 대상이 되는 공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못할게 없다고 생각한다. 하고나면 되돌리기도 힘들고,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사영화 이전의 품질과 가격이 훌륭한 경우가 많고, 사영화는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기 쉽다. ‘고용창출’ 부르짖던 공약들은 어데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