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never talk about my brother – peter s. beagle

we never talk about my brother - Peter S. Beagle 타키온 Tachyon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작은 출판사인데, 흥미로운 책들을 내곤 한다. 별나거나 참한 묘한 책들은 어쩌면 커다란 곳에서 나오지 않을거다. 아담한 트레이드 페이퍼백으로 나온 피터 S. 비글의 단편집 “우리는 동생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비글은 대본도 쓰고 소설도 썼지만 유명한 것은 마지막 유니콘이다. TV에서 애니메이션을 본 기억이 나는데, 이제 보니 목소리를 연기한 사람들도 꽤 유명하다.

찰스 드 린트의 소개글은 길지 않지만 찬사의 정수를 보여준다. :p 그는 흥미로운 예를 드는데.

음악에서, 가수들은 음성 기교, 음색(목소리의 특성), 개성, 일반적으로 그 세가지의 결합으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물론 감동이란 주관적이고 듣는 이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한 가수가 성공하기 위해서 모든 점에 능할 필요는 없다.
셀린 디온 같은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세계 정상급 가수라고 하지만 나는 그녀의 노래를 들어낼 수가 없다. 그녀는 목청으로 곡예를 하지만 개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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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945~2000 – 임석재

임석재 교수의 건축과 미술의 연관 비교사 2권.

아르브뤼, 팝아트, 아르테 포베라, 미니멀리즘, 환경미술, 공공미술, 상대주의, 해체주의, 신표현주의에서 원시주의미디어 아트까지. 2차 대전 이후의 반세기는 복잡다단하다. 폴락, 올덴버그, 게리, 쿨하스, 스미스슨.

반발이든 재해석이든 모두 모더니즘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데, 책은 좀 아쉽다. 도판을 쓰는 비용 탓에 화보가 많지 않기도 하고, 현대 미술과 건축의 최근까지의 활동과 흐름을 책 한권에서 다루기도 어렵다.

좀 다르고 열에 차있지만 다니엘 리버스킨트의 17가지 건축 이야기도 흥미롭다. Continue reading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 – 정희준

프레시안에서 발칙한 ‘어퍼컷’을 날리는 정희준이 우리나라 운동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스포츠맨십, 페어플레이 하지만 가슴으로 전해지는 열기에 핏대올리는 현상은 국적불문. 역사가 말해주듯 운동은 정치적이다.

직접 달리거나 구경을 하거나, 경기는 사람들을 몰입하게 하고 흥분하게 한다. 남녀노소, 저마다 다른 삶의 조건을 넘어 함께 환호하고 탄식하는 짧은 순간. 매체의 발달과 인터넷으로 그 전파력은 대단하다. 스포츠 팬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재미있다. 식민지, 군정에서 해방 이후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지에 불타는 열혈의 한국인.

일제시대에서 해방, 군사독재에서 프로스포츠와 해외진출까지. 자전거대왕 엄복동, 콧수염이 멋진 장사 여운형 (사이트에는 불만), 신금단.. 탁구, 레슬링, 마라톤, 축구, 권투.. 사람들은 다양한 종목을 알게되고 즐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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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책은 어디에?

전업작가로 거듭나기까지의 역정을 최근에 간추렸던 찰스 스트로스. 컴퓨터 잡지 기고 시절의 기억이 블로그로 이어졌다. 내 짐작에 Guesswork. 껑충껑충 추려보자.

스티브 잡스 曰, “500불 짜리 컴퓨터를 어떻게 만들라고.”

유닉스 계보상 맥 신도로 분류될 수 있을 스트로스. 그는 애플 브랜딩과 BMW의 비교를 이해한다. 그리고 신기종 1.0을 멀리할 것을 충고한다.

그리고 이제 애플 넷북/태블릿 소문. 오스본 효과를 몸으로 아는 잡스가 비밀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화면부품을 잔뜩 주문하면 표가 나는 법. 수 년 간의 소문에 중국 기업 폭스콘 Foxconn 직원의 자살 사건이 일어났다. 두 달전에 새로 나온 아이폰이 개비될리는 없고, 이게 뭐냐 하는 추측이 난무하는데..

맥 넷북이 나오지 않을 이유. 첫째, (적어도 애플의 관점에서) 맥북과 아이맥 매출을 깎아먹는 일이다. 둘째, 잡스가 옳다. 500불 짜리 컴퓨터에서 애플 운영체제 OS X을 돌린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해봤고, 안다. 넷북이란 저출력 CPU와 통합 그래픽 칩셋으로 만든 것이라 애플 고객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경험을 줄 수가 없다. 넷북에서 OS X은 비스타처럼 엉금엉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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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누구 – 도로시 L. 세이어즈

19세기 말 태어난 도로시 L.세이어즈 Dorothy L. Sayers는 격정에 찬 삶을 살았다. 사랑과 실연, 세계대전, 소설과 비밀. 큰부리새가 나오는 기네스 맥주 광고. 추리소설의 ‘황금시대’ 네 여왕 가운데 애거서 크리스티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만화주인공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귀족 탐정 피터 윔지 경. 수완이 좋은 조수 번터, 이상에 찬 형사 친구 파커.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구조는 다 갖춘 셈이다.

꼼꼼한 묘사와 친절한 수다는 하드보일드의 반대편. 한량 탐정의 20세기 초 과학 수사는 그 자체 뿐 아니라 시대상으로도 흥미롭다. 자연스럽게 옮긴 번역이 정갈하다. 참하게 읽기 좋은 활자와 편집, 제본도 괜찮다.

살인과 수수께끼 풀이를 넘어 인간본성과 감정에 대한 탐구가 추리소설의 맛이라면 이성과 직관이 그 도구다. 예스러운 신사들의 체스 경기처럼 친절한 범인의 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