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으로 영화를 볼 필요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고, 예고편이 효과적이서 지나치기 어려운 영화가 있다. 이 경우는 그 효과가 좋았다고 해야겠는데, 잘 만든 오프닝이 (아마도)새 담배갑을 뜯는 것 같은 감흥을 선사한다.
닉 네일러는 연초연구소의 대변인, 즉 담배회사들의 입인 로비스트다. 폐암환자의 소송이나 환경보호론자들의 공격에 시달리고, 비행기나 왠만한 건물은 금연. 이런 곤경(?)을 담배회사들은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
조던이 농구하고 맨슨이 사람을 죽이듯 자신은 입으로 먹고 산다는 닉은 청산유수, 거기에 필수적인 도덕적 유연성(moral flexibility)을 갖추고 있다. 이런, 아들에게 일찍부터 가르칠 교훈은 아니잖아. 금발 미남 aaron eckhart 은 좀 낯선데, 에린 브로코비치에도 나왔다고 한다.
빠른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나아가는 재치있는 영화다. 옳고그름 보다 논쟁과 협상, 말재주와 기만으로 움직이는 사회를 풍자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난다. 그저 웃고만 말수 없는 까닭은, 영화가 그리는 모순이 현실에 그대로 있고 쉽게 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 기업과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는 현실에서는 담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원작은 이 책이라고.
영화는 딱딱한 금연 캠페인이 아니어서, 죽음의 상인 3인조(m.o.d. – merchants of death)란 착상 재미있고 아들 조이와의 얘기들은 닉을 친근하게 만든다. 할리웃 에이전트 제프로 나오는 rob lowe 의 모습도 😀
세련된 외양에 날카로운 말재주로 승승장구하던 닉은 위기에 처하고, 일도 건강도 모두 잃은 것 같지만 또 살길을 찾는다. 뭐, 먹고 산다는게(paying the mortgate).. 말재주 글재주는 업그레이드나 재교육이 필요없는 평생 밑천이라니까. (-ㅅ-)
영화를 열고 닫는 노래를 고른 솜씨도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