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 박해천

아파트가 빼곡한 도시 풍경은 전세계적인 현상은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는 대안이 부족하다.

유토피아를 꿈꾼 이상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현실. 디자인 연구교수인 저자가 쓴 책은 마포아파트에서 강남 곳곳을 이르는 변화를 의인화한 픽션과 자료를 바탕으로 아파트 생활 안팎의 변화를 서술한 팩트로 나누어져 있다.

서문에서 인정했듯이 두 부분이 어색하게 책장을 나누고 있다. 결론은 아니더라도 맺어주는 장이 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국가기록원의 항공사진도 그렇고 60년대에서 21세기에 이르는 콘크리트 상자 안팎의 생활을 담은 도판들이 흥미롭다. 아파트의 자서전, 강남 1세대, 2세대의 회고 등을 통해 이질적이었던 구조가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었고, 부동산 투기의 물결 속에서 사회가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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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서울의 벽

2009년 5월 23일. 고인의 명복을 빈다.

“페르시아의 왕 캄비세스가 이집트의 왕 사메트니우스를 붙잡았을 때, 그는 이 포로에게 모욕을 주고자 했다. 캄비세스는 페르시아의 개선행렬이 지나는 거리에 사메트니우스를 세워두라고 명령했다. 사메트니우스는 자신의 딸이 물동이를 인 하녀의 모습으로 제 앞을 지나는 것을 봐야 했다. 모든 이집트인이 이를 보고 슬퍼했지만 사메트니우스만은 눈을 땅에 떨어뜨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 아들이 처형당하기 위해 행렬 속에 함께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로행렬에서 자신의 하인 가운데 하나를 보는 순간, 그는 손으로 머리를 치면서 가장 깊은 슬픔을 표했다.”

fare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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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식민지다 – 강준만

사회적 모순에 대한 근엄하지 않은 비판, 강준만의 글은 여전히 날카롭다. ‘서울이 만원’이라는 말이 나온지 40년도 넘었다. 그간 오른 물가와 화폐가치를 따지면 이젠 얼마나 할까?

超집중화 hyper-centralization란 정치적 권력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자원들이 지리적,공간적으로 서울이라는 단일 공간 내로 집중됨을 의미한다. .. 정치적 차원에서 집중화는 모든 정치권력이 정점으로 집중됨으로써 피라미드적인 위계적인 구조를 만들어내며, 중앙집중화의 인과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던 정치를 비롯하여, 사회, 문화, 교육 등 사회의 중요 부문에서의 엘리트들이 서로 중첩됨으로써 동심원적 구조를 갖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선진화’, ‘경쟁력’, ‘선택과 집중’, ‘파이 키우기’ 등등 다양한 수사 속에 서울은 더 커졌고 복잡하다. 다 같은 삽질이더라도 행정수도가 그럴듯 해보였다. 뜬금없는 ‘관습헌법’이 나왔고, 운하가 나왔지만. ‘내부식민지’같은 말보다 현실이 더 와닿는다. Continue reading

을지로 순환선 – 최호철

을지로 순환선 서울은 크다, 넓다, 사람이 많고 집도 차도 회사도 학교도 돈도 너무나 많다. 역사와 유적과 개발과 변화가 들어차 넘치는 곳이 서울이다. 그런 서울을 그린다는 일을 온전하게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딘가 기사에서 보고 을지로순환선을 책갈피에 접은게 2006년인데, 책이 이제서야 나왔다.

만화일까 그림일까. 만화는 단순하게 어쩌면 간결하게 이야기를 담고 칸으로 나누어 전하는 것인가 보다. 그러면 그림은 꼭 나눌 수 만은 없는 빛깔을 화폭에 올리는 것일까. 그림이라고 할지 만화로 보아야할지 그 사이를 오가는 것일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꼭 나눌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야기그림’이라고 했을지도.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렸을까. 빼곡하게 거리와 버스와 집들이 있고 사람들이, 일상의 조각들이 숨을 쉰다. 그 색깔과 선이 시선을, 사람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창은 다시 나의 눈에 보이는 세상에 겹쳐진다.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도회가 아닐지라도 그림 속에서 세상을 본다.

서울, 골목길 풍경 – 임석재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찬 도시에서 의미를 잃어가는 골목길. 임석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종합한다.

‘아늑한 휴먼스케일을 유지하며, 차가 다니지 않아야 하고, 근대사의 주역인 서민들이 사는 공간이며, 일상성의 가치가 살아 숨쉬는 동네다. 또한 능선에 나지막하게 퍼져 있어야 하며, 한국전쟁 이후 독재 개발기 때 농촌이 붕괴되면서 대도시로 내몰린 사람들의 군집지이고 별의별 불규칙한 공간의 종합선물세트이며, 귀납적 축적의 산물’이다.

사라져가는 골목길을 찾고 담는 방법은 역시 발품을 파는 것이다. 저자는 삼개월 동안 여덟 동네, 약 450여 킬로미터 이상을 걸었다고 한다. 그 결실이 정성스럽게 그린 약도와 세심한 관찰, 동네 사람들과의 이야기로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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