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블루스 – 이경호

30년 중앙 부서에서 공무원으로 일한 애환을 담은 ‘논픽션 소설’. 경제기획원,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를 거치는 동안 주인공은 국민연금, oecd 가입, imf 발발 등 변화를 겪는다.

작가는 공무원 사회의 비효율과 모순, 전시행정과 처우, 고시출신이 아니라는 차별을 직접 겪었다. 정부 기관 사이의 구조적인 문제, 구태의연한 행정에 대해서는 더 잘 이해할 수 없을지도. 자주 들어왔던 이야기, 참여 정부의 실무에 관한 무능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고위직 공직자와 관련 기관, 기업의 부정한 고리는 지금도 여전한 문제로 남아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으로 부르고 갈수 있는데, 주고 받는 것이 없을 수 있을까.

쇄신, 사정, 개혁, 혁신 그 쨍쨍했던 구호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 공직기강감찰, 아파트 시장, 입시와 농촌 생활은 여전하다.

이론적인 연구나 체계적인 분석은 아니고, 소설의 모양새를 빌렸지만 인물이나 사건을 그려내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 같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글로 경험있는 중앙 부서 공무원의 시각에서 보는 안타까움과 울분, 아쉬움과 희망이라고 할까.

아파트 공화국 – 발레리 줄레조

valérie gelézeau 2004년 ‘한국의 아파트 연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던 논문을 다시 엮은 책. 번역티가 나지 않는 글이 자연스럽다.

1993년 처음 접한 아파트를 1996년부터 한강 양쪽 일곱개 단지를 대상으로 참여관찰과 비유도적 자유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2004년과 2005년에 재조사를 거치기도 했다고.

서구인의 눈으로 관찰한 한국적 현상인 셈인데, 전문가가 아닌 눈에도 흥미로운 분석이 많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 그 한국적인 현상을 이방인의 눈으로 보고 연구한 결과는 때로 신선하고 날카롭다. 우리에게 익숙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냉정한 호기심으로 다시 보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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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미치고 있다 – 이정익

여기서 죽어가도 아무도 모를 수 있다는 공포.. 그렇게 자행되었던 일을 잊는 일 역시 마찬가지로 두려운 일이 아닐까 라고 추천하는 글에서 박재동 화백은 말한다.

200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책 속에서 작가는 잊혀져 가는 부담스러운 그 기억, 불편한 이야기들을 그려낸다. 역사는 과거를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를 보는 시각으로 읽는 것이다. ‘역사의 평가’라는 허울좋은 말로 미루어 책임을 회피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할 가치가 없는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가 넘쳐난다고 거기에만 취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닐까.

책을 낸 길찾기에서 나온 중 흥미로운 책들이 많다.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 강준만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 강남의 정의는 각기 다를수 있지만 저자는 방향없는 비난보다 한국 자본주의의 농축된 형태, 그 전형이자 엔진으로서의 고찰을 제안한다. 괜히 사람들끼리 미워하지 말자는 말이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한국적인 현상이며 강남의 역사는 부동산의 역사다.
남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진 것이 나쁜 것인가? 더 노력해서 더 많은 것을 가졌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그러나 경제적, 교육적, 정치적인 집중은 건전하지 만은 않은 영향을 초래했다. 미적지근한 부동산 대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생산없는 부의 집중은 심해져만 간다. 학벌의 공고화, 그 위계질서에 따라 교육은 경쟁을 위한 ‘구별짓기’이며 인맥 만들기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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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 산책 1990년대편 – 강준만

‘3당합당에서 스타벅스까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3권의 책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부족했음을 인정하게 한다. 군사정권의 말미에서부터 외환위기. 신세대, 10대 위주의 방송에서 케이블과 민방. 서태지에서 인디밴드, 수많은 사고와 학벌, 입시. 지역주의와 남북관계. 정부와 재벌, 언론. 그 10년이 아찔하게 펼쳐지면 책장은 금세 넘어간다.

우리 현대사가 그렇지만, 1990년대는 특히나 변화가 몰아쳤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는 탓일지 모르지만 지금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건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면 평가나 분석이 이른 것이 아닐까? 강준만 교수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머리말에서 말한다. 신문, 잡지 및 다양한 책을 인용한 글은 어려운 이론이나 특별한 처방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학문적인 연구와 평가는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것이고, 현대사에 대한 조망은 지금의 많은 현상과 문제들이 한 순간 특정한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관찰에 도움을 준다.

3당합당이라는 1990년대의 통합은 꿈으로 사라지고 2000년대 중반의 운명은 분열이지만 연대라는 깨달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보는 90년대의 한 교훈이다. 많은 것이 변했고, 또 많은 것은 변하지 않았다. 지치고 불안한 개인은 독재자나 재벌의 보호를 기대하지만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언론의 왜곡은 여전하지만 인터넷에서 밝혀지기 쉽다. 선정적인 포탈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인신공격과 비방이 인터넷에 가득하다. 가족을 나누어 낯선 땅으로 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