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we fight – eugene jarecki

eugene jarecki 의 다큐멘터리는 그 제목을 2차 대전시 카프라가 만들었던 일련의 프로파간다에서 빌렸다. 독전과 애국심 고취가 목적이었던 카프라의 영화와는 사뭇 다른 회의를 던지기 위해. (트레일러. 공식 사이트)

군산복합체라는 말을 처음으로 쓴 것은 미국의 군인출신 대통령 아이젠하워였다. 영화를 시작하는 퇴임연설에서 그는 수백만이 종사하고 있는 방위산업과 이해단체에 대한 경고를 했다. 무기와 돈의 만남은 미국을 영원한 전쟁상태로 몰아넣을거라는 경고는 현실로 이어졌다. 불과 몇년 전까지 전장은 미국 바깥이었지만.

9/11 에서 아들을 잃은 전직 경관의 고백을 통해 아마도 일반적인 미국인의 시각을 조금 담고, 그 귀에 전하려 애썼다. sekzer氏는 아들을 잃은 분노에 적으로 주어진 이라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메일을 보내어 무기에 아들의 이름을 쓰고 복수심을 잠시 달랜다. 그러나 이라크와 9/11 의 무관함을 부시가 인정하자 그는 배신과 허탈함에 치를 떤다.

방산업계와 군, 의회. 그리고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씽크탱크들. 군과 정부의 관계자들은 무기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정치가들은 지역에 공장이 있다면 반대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적을 찾고, 공격을 하고, 소비를 하고,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시장을 넓힌다. 그 곳에서 미국 기업이 돈을 벌기 좋도록. 월남전과는 달리 정보는 가공되고 통제되기도 하거니와, 자본의 논리와 이해득실을 따지면 진실은 그리 수익이 크지도 않다. 복잡하고 비관적인 현실보다 간단명료한 애국심 고취가 달콤하고 후련하게 잘 먹히는 것은 뭐. 통계와 기록을 쫓아가는 일은 흥미롭고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일은 과제를 던져준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무시한다면, 어떻게 접근하고 다루어야 하는 것일까?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방법은 과연 있는 것일까?

영화의 내용에 동의하는 사람만이 볼 것이라는 지적은 여전히 맞을듯.

polysics @cafe du nord – 03/04/2006

métal urbain 은 프랑스 출신 원조 펑크 밴드. 드럼과 베이스 대신 신디사이저와 드럼머신을 쓰기로는 선구자 가운데 하나라나. 1977 년부터라면 한 우물을 파도 꽤 깊게 판 셈이다.


새 앨범을 샌프란시스코에서 녹음하고, 아직 가사를 다 외우지 못해 모니터에 펼쳐놓는 보컬 아저씨 의외로 소년같은 어색함을 보였다.


노트북에 윈도우를 띄우고 음원을 부르는데 좀 매끄럽지 않은 사건도 있었지만, 두 기타가 쏟아내는 시원스런 음악은 탄탄했다.



l.a. 에서 온 los abandoned 는 보컬과 기타/우쿨렐레 그리고 춤을 추는 lady p, 기타 don verde, 전영록 안경의 귀환을 주장한 베이스 vira lata, 드럼에 dulce 4인조 팝/락 밴드.


각기 몸담고 있던 밴드가 해체되고 버림받은 기분에 공감한데서 착상한 이름이라고. 과거의 이름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음에 멤버들의 이름도 저렇게 지었다나. 유머감각이 있지 않나.


열성을 다하는 무대에 노래를 따라부르는 팬들도 있고, 호응이 꽤.


긴 머리와 빨간 스카프를 휘날리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 lady p 가 인상적인 매력적인 팝이랄까. 70, 80, 90년대 맛에 영어와 스페인어를 쓰니 스페인식 블론디라고 부를 만도. 와닿는 언어로 부르는 노래에 매료되는 히스패닉 팬들이 많은가 보다.

일본産 polysics 의 무대는 신선했다. 자칭 총천연색 뿅뿅 펑크. 의상에도 한 센스 하는 모양인데. devo 에 영향을 받은 hayashi 를 주축으로 kayo, fumi, yano 이렇게 넷. 미국 공연도 처음은 아닌데, 우러러보던 데보까지 만나봤다니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열광해 참지 못하고 방방 뛰는 관객이 꽤 있었다는 것인데, 덩치나 만만하면 감당해 볼 것을 (-ㅅ-); 개중 머리가 벗겨진 중년 아저씨는 정신없이 몸매를 휘둘러 간담을 서늘케 했다. 결국 무대에서 점점 멀어지는 보신책을 택할 수 밖에 없었고, 음악을 즐길 마음도 꽤 식어버렸다. 보다 못한 보안요원이 몇번 가까이 가서 주의를 주기도 했지만, 그 아저씨 보호자인 모양(부인?) 아주머니 달려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더라, 허 참.


강한 비트에 신디사이저, 하야시의 기타와 퍼포먼스는 잘 달리던데. 게임기 세대를 위한 펑크랄까.

stereolab @the fillmore – 03/02/2006

무대를 연 okay 는 여덟 명의 젊은 친구들. 정체가 궁금한데, 이렇게 평범한 이름을 지어버리면 찾기가 어렵다. 이걸 노렸다면 고수다.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그리고 건반, 기타, 하모니카를 갖고 노래를 부른 빨간 벙거지 쓴 창백한 친구가 리더인 모양.


실로폰과 건반, 풍금과 하프, 각종 타악기?를 갖고 오른 세 소녀 이렇게 재활용 악대랄까.


arcade fire 나 polyphonic spree 등 교향악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로파이 쌈마이에 조금 복잡한 구성은 하나의 경향일까나.


장난감 실로폰, 티벳 무당式 방울 등속에 저 노란 풍선도 나중에 악기로 둔갑했다 )

stereolab 는 laetitia(seaya) sadier 와 tom gane 이 주축인 밴드. 어느새 15년이 넘었는데, 난 아직도 누가 누군지(이제 둘은 안다) 모른다. 50,60년대 팝, 라운지와 독일産 크라우트락, 포스트락, 아트락 등등 딱지가 붙지만.

약간 실험적이고 별난 팝, 신선하고 재미난다는 것.


laetitia 는 프랑스출신이라는데, 영어보다 불어가 더 편한 모양. 약간 엄하지만 멋진 아줌마랄까, 무그와 트럼본(꼬마일때 동경했었다) 그리고 여행가방 속 각종 악기를 써가며 노래를 했다.


드럼은 보통 사진을 찍기 어려운 위치, 오늘도 마찬가지. 하지만 넉넉한 체격의 이 아저씨, 거의 실수 없이 멋진 박자를 퍼부었다.


모임에 참석해도 자리를 옮겨다니지 않는데, 공연에서도 그런 편이다. 나름대로 밀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쓰기는 해도, 객석이 텅비어 있지 않고서야.


해서 무그 신디사이져에 laetitia 와 베이스, 건반 두 멤버가 가렸고 모니터가 tom 과 또 다른 건반 아저씨 사이에 올라와 있다. (음악인의 사랑을 받는 15인치 파워북 보이시는가?)


불특정 화면이 펼쳐지는 배경에는 풍차놀이 ferry’s wheel 도 비춰지고,


맨 오른쪽 친구는 건반, 기타, 트럼펫, 호른 까지 멋지게 다하더라. 재주도 많지..


묘하게 난 이들의 정규 앨범은 없고, 일종의 베스트랄까 aluminum tunes 와 oscillons from anti-sun 뿐인데. 듬성듬성 들었던 몇장의 앨범과 달리 공연에서는 tom 의 존재가 두드러졌다.


철가방 규격의 저 상자가 바로 마법의 상자:P, 기타 하나로 별별 소리를 아주 자연스럽게 뽑아내는 것이다. 수더분한 아저씨風이지만 너무나 깔끔한 기교는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아날로그/디지탈 신디사이저 몇개와 트럼펫/호른/트럼본, 드럼과 베이스. 꽤 화려하지만, 건반 한두 개와 샘플링한 음원으로 낼 수 있는 소리와 다르고, 흥분도 달랐다 ) 멋진 팝이라고 뭉뚱그려버릴까.


이 할아버지가 층계참에서 맞아준다, good evening. welcome to the fillmore!

looking for jake – china mieville

공상소설환상소설 작가 china miéville 의 단편집 looking for jake 는 작년에 나왔다.

편안한 가상의 푸줏간 호러도, 일상 한켠에 숨은 그림자의 쭈뼛함도 아닌. 하늘이 뒤집힌듯 음습하고 불쾌한 공포. 만만한 유령이 아닌 열네 편의 이야기들.

혼돈과 상실의 도시 런던을 그리는 looking for jake 은 시작으로 적절하다. emma bircham, max schaefer 와 함께 쓴 the ball room 은 대형매장 놀이방 괴기물. 야간경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 나중에 읽을 것. 자신에게 잘못 배달된 모종의 보고서 얘기 reports of certain events in london 은 광란의 골목길/viae ferae/feral street 에 대한 연구 ;) 를 다루고 있다. 의학사전에서 발췌한 entry taken from a medical encyclopaedia 는 버스카드병/病言을 흥미롭게, 옮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ㅅ-)

항상 세부조항, 깨알같은 글씨를 조심하라는 경구에서 어린시절 기괴한 경험을 details 에서 만날 수 있다. 상호불신 현대사회에 걸맞는 이중첩자의 편집증, go between. 묘하게 마음을 끈 골동품 유리창과 밤, 피하면 좋았을 신비주의 different skies. 사이버펑크 국제 스릴러 :p an end to hunger 는 영화같다.

저작권이 말처럼 창작 의욕을 고취하는 긍정적인 도구라고만 믿나요? 산타, 트리, 순록 모두 사유 재산권의 보호를 받는 미래의 별천지, ’tis the season 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봐요. 반대쪽에서 늘어놓는 영웅 jack half-a-prayer 얘기. 만화 on the way to the front (liam sharp 그림).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the tain 은 길이로 보나 얼개로 보나 마무리로 어울린다. 거울 이편과 저편의 경계가 무너진 런던에서 imago(image?amigo?) 와 뱀파이어가 날뛰고, 거리의 생존자 scholl 과 이름모를 사이비 뱀파이어는 각기 알듯 모를듯 기묘한 여행을 한다.

the king of france, bart davenport @hemlock tavern – 02/23/2006

공연을 보러 늘 샌프란시스코로 갔지만 hemlock tavern 은 처음. great american music hall 에서 두 블럭 떨어진 바 한 구석에는 교실 정도 크기의 골방이 있었고, 저렴하게 $7 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기네스 한잔도 $4.50 밖에.


그 동네를 tenderloin 이라고 하는데, 어느 대도시에나 안심살로 통하는 동네가 있다. 스트립바나 나이트클럽 등 유흥가로, 뒤를 봐주는 경찰들이 상납금으로 안심을 즐길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통하게 되었다고도 하는데. 밤에 골목 구석구석을 산책하고 싶어지는 동네는 아니다. 깔끔하고 환하지는 않은 대신, 집세는 싸지 않을까. 싸구려 호텔이나 늦게까지 영업하는 식당도 적지 않다. 가난한 여행자나 유학생들도 종종.


샌프란시스코 로컬밴드 this union standard 가 먼저 무대를 열고 한 시간 남짓 자리를 바꿔가며 연주했다.


뉴욕에서 온 the king of france 를 보러 간 것이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steve salad, 드럼을 치는 인디락 연구가 michael azerrad, 건반을 두드려대는 tom siler 세 남자가 무대를 준비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아마 30분 쯤? 무대 앞에 서서 하릴없이 자신들을 보는 눈길이 부담스럽지 않았을는지.

드럼, 기타, 건반(피아노 대신 묵직한 걸로)이 전부였지만 쨍쨍한 연주.

두터운 안경테가 엘비스 코스텔로를 연상하게도 했던 마이클 아저씨의 드럼은 든든했고, 사진찍기 만만치 않게 열정적으로 흔들어가며 노래하는 스티브의 기타는 신났다. 모니터와 약간의 불화가 있기는 했지만, 몇번이고 예민하게 소리가 울렸다니까. byrds 나 oceanblue 가 떠오를 바가지머리가 참한 톰은 간간이 농담을 던져가면서 건반을 주물렀다.

공원에 산보나갈 차림이었지만, 카바레에서 피아노를 연주해도 나쁘지 않았을걸. dawn 이었나 베이스를 치는 아가씨가 나중에 몇 곡을 거들었다. 무대 바로 앞이라 귀가 좀 혹사를 했지만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아, 그들을 알게 된 것은 3hive.com에서.

bart davenport 는 샌프란시스코 밴드 the loved ones 의 리드 싱어였다고. 70년대풍으로 멋스럽게 차려입고 통기타 하나를 들고 나와 대부분 사랑노래를 불렀다. 깔끔한 연주 솜씨에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노래 그리고 쇼맨쉽까지, 즐거워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편안하게 듣고 즐기기에 좋은 음악이라 그렇게 빠져들기에는 좀 모자라서. 드문 일이지만 무대 중간에 자리를 떴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기도 했고, 나 아니라도 즐거워 할 사람은 많을 것 같기도. 편안하게 들으면서 얘기를 나누거나 하기에는 좋을듯.

paper friend 괜찮았는데, 그의 사이트에서 들어볼 수 있다.

나오던 길에 벽과 바 사이에서 얘기를 나누는 것은 불란서王의 스티브, 가볍게 빠져나오면서 칭찬을 던졌다. you guys rock! 그의 대답은 co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