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팀 레본 Tim Lebbon의 바 논 Bar None은 또 하나의 종말 이야기다. 제목은 無주점도 되고 아무것도 막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 맥주잔에 잠긴듯 한 사내 뒤로 폐허가 된 도시가 그려진 표지. 부제는 ‘오싹한 긴장감, 종말론적 美와 좋은 맥주’.
알수없는 역병으로 사람들이 죽고 살아남은 다섯 명은 시골저택에 살고 있다. 제시카, 제클린, 코델과 아일랜드 사내, 나. 뭔가가 하늘을 떠도는 도시, 냄새를 피해 집에 틀어박힌 세상의 끝. 모두 다 죽은 것인지, 왜 살아남았는지 알지 못한다.
지하에 들어찬 술이 위안이다. 술이 가져다 주는 기억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그러던 하루 오토바이를 탄 이방인 마이클이 찾아온다. 바 논을 찾는 여행이 시작된다. 과거의 일부를 지고 가는 현재, 저 구비 너머에는 없을지 모르는 미래.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뭔가 말하고 있었다. 경찰차 뒷자리에 갇히지 않고서도 더 효과적으로.
동지의식은 아찔하고 강력했다. 식당이나 화장실에 줄을 서는 동안도 조급함, 분노나 성내는 일은 없었다. 애쉴리와 나는 그날 오후 술집 바깥에 앉아 런던 프라이드를 마시고 있었다. 멀리 걸은 탓에 다리가 뻐근하고 발도 아팠다. 요크셔의 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거리에서 즉석 곡예를 선보이는 동안 선생님들은 한잔 하며 쉬었다.
“얘들은 이 경험을 영원히 기억할거예요.” 한 선생님이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빛나는 눈으로 말했다.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