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etenders @the warfield – 03/30/2006

한물 간 밴드 프리텐더즈, 라디오에서 쉽게 듣게 되는 음악 가운데 왠지 끌리는 데가 있는 밴드. 해서 그리 좋아하지 않는 무대인 the warfield 지만 (1층 바닥 표가 아니었다면) 예매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보니 미리 알았으면 생각을 달리 했을 밴드 the czars 가 오프닝이지만 noise pop 의 일환으로 sea and cake 의 sam prekop 과 archer prewitt 의 공연에 같이 서는게 아닙니까. pedro the lion 의 dave bazan 도 함께.

예매한 표를 어떻게 처분하고 마음을 달리할까도 생각했지만,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놀 것처럼 그랬다가 혼자 숙제해가는 기분은 좀.. 자기 공연도 아니고 오프닝인걸요. 뭐 좀 아쉽긴 하지만.

카메라도 맡기고 들어가야 하는 공연이라 처음부터 좀 씁쓸했는데, 풋풋한 네 청년 밴드의 오프닝이 이미 시작했더군요. 그래도 무대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고 섰습니다. 관객의 평균 연령을 낮추는데 공헌하는 기분은 오랜 만이라 묘하기도 했지 뭡니까.

70년대 말부터면 까마득하죠. 꾸준하게 지속해 온 것은 크리시 하인드 뿐입니다. 1951년 생이니 부모님 연배에 가깝지만, 꽤 여전한 모양에 다듬지 않은 머리칼도 마찬가지더군요. 작은 하모니카를 물고 무대로 올라왔고, 어린 시절 그 음악을 즐겼을 아저씨 아줌마들이 담배 아닌 뭔가에 불을 붙이곤 했습니다. (네, 샌프란시스코죠)

나쁘지 않았습니다, 거기 위에 늙은이노땅들(old timers) 여전하냐고. 우리 이렇게 이게 무슨 꼴이냐고 농담을 해가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람들이 또 좋아하더군요.

좋게 싫게 비집고 앞으로 옆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 중에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길게 자란 곱슬머리를 묶고 모자를 눌러쓴 이 남자, 어딘가 좀 이상해 보이지 뭡니까. 옆에 바짝 서더니 살짝 비켜주니 앞으로 들어가는데, 앙상한 팔을 쳐들고 손을 가볍게 흔듭니다. 내가 왔으니 제발 봐달라는듯이 한 마디 없이 조용하게.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가끔 팔을 쳐들고 손가락을 그리더군요. 왠지 애처롭고 처연하달까, 뭔가 사연이 있었는지도. 같이 나이를 먹을 팬이, 밴드가 있다는 것이 어떻게 그렇지 않을까요.

밴드가 무대를 내려갔다 올라오고, 언저리 한 아저씨의 용기에 덩달아 전화기 카메라를 꺼내 보았다가 무대 곳곳을 지키던 한 친구과 잠시 얘기를 나눠야 했습니다. 보통 가는 곳들은 어설픈 디지탈 카메라 정도는 묵인해 줍니다. 공연 중에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은 삼가해야죠. 몇 년 만이라 워필드 기준이 달라진 건지, 그래도 꽤 유명한 프리텐더즈라 삼엄했는지 모르겠군요. 미련이 있던 것도 아니고, 얌전히 지우고 돌아갔지요. :p

나오니 비가 내렸습니다. 맑은 날이 얼마 되지 않아 비내리기로는 기록을 갱신할 거라는 소문이 들리는 3월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