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sshouse – charles stross

glasshouse identity theft는 우리말로 ‘개인정보 도용’이 될까. 골치 아프고 끔찍한 일이지만, 웜홀과 전송기술이 등장하는 유리집의 세계에서는 더 심한 일이 된다. 물질적인 존재 뿐 아니라 의식과 기억까지 그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기억적출 시술을 받은 로빈은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외양이나 성별을 바꾸고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우는 신인류/탈인간 시대에서도 흔하지 않은 경우다. 회복시설에서 상담을 하던 중 그는 문화실험 ‘유리집 glasshouse‘에 참가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는다.

유리집 실험은 참가자 개인에게 무작위의 신체와 익명성을 부여하고 과거 시점의 제한된 재현 속에서 3년 가량 살도록 한다. 기록이 소실된 ‘암흑시대(20세기후반-21세기초)’의 연구를 명분으로 그 시대의 규범과 문화에 부합하는가에 따라 점수를 가감한다. 감독관이 부여하는 규범과 상벌에 적응하는 피실험자들은 우리의 현대를 바라보는 시각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도처에 깔려있는 감시. 나는 방금 암흑시대 원형감옥 테마 호텔에 투숙한거야!
Ubiquitous surveilllance. I’ve just checked into a dark ages panopticon theme hotel!

남자였던 로빈은 유리집 속에서 주부 리브가 되고, 원하지 않은 역할을 강요받는다. 밖에서 만난 케이를 찾으려 애쓰지만,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참가자들의 면면과 갈등 속에서 실험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악몽과 함께 기억이 되살아난다.

기억과 역사를 조작하는 황색벌레 curious yellow는 무척 재미있는 발상이다. 감염자가 매개가 되어 전파되는 바이러스.

신선한 발상과 물음이 가득하면서도 이야기 위로 넘치지 않는다. 늘어지지 않고 성큼성큼 나아가면서 매듭을 엮는 기분이랄까. 여태껏 읽은 스트로스의 책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3 thoughts on “glasshouse – charles st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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