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restler – darren aronofsky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80년대 고물 영화, 레슬러를 보았다. 기억과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다. 프로야구, VTR, 워크맨, 올림픽, 뉴웨이브, 헤비메틀, 냉전과 광주. 80년대는 벌써 이렇게 낡아버렸다.

The Wrestler

미키 루크는 한때 잘나가는 배우였다. 9주 반, 바플라이, 엔젤하트 등 80년대의 매력남 가운데 하나였는데. 권투를 한다고 하기도 하고 배역을 번번히 거절도 하면서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었다. 덩치큰 사내들이 부딪치고 뒹구는 레슬링에 특별한 관심은 없다. 흑백텔레비전으로 보았을테지만, 김일도 기억은 나지 않는다. 역시 80년대 뜨거웠던 헤비메틀과의 공통점은 스판덱스. 메틀 음악이 잔뜩 나오고 액슬 로즈에게 바쳐진 영화이기도 하다.

늙은 레슬러 랜디 ‘램’ 로빈슨은 혼자 산다. 세를 못줘 트레일러집에서도 쫓겨나는 신세다. 삐걱대는 몸을 추스려 왕년의 이름으로 근근히 이어가는 삶. 아버지 구실을 못한 탓에 딸과 소원하고 아파도 하소연할 가족이 없다. 스트립 바에서 나이 든 캐시디를 알게 되지만 마음을 주지 않는다. 후회하기에 늦은 삶, 산양은 숨이 다할때까지 부딪친다. 젊음과 힘을 잃도록 자리잡지 못한 인생. ‘자네는 얼굴, 나는 발바닥’이라고 오랜 적수가 말하지만 화장기 없는 그 얼굴은 초라하고 지쳐있다. 거칠지만 사납지는 않은 퇴락한 터프가이. 자기연민과 감상에 빠지지 않지만 현실은 너무 차다. 프로 레슬링과 영화의 비교는 필연적일까. 어리석음과 자만으로 지나간 젊음, 배역과 배우가 공유하는 경험에서 영화는 힘을 얻는다.

와이어나 CG아닌 액션에 거친 화면. 현역,퇴역 레슬러들이 출연하기도 했다는데, 공연을 준비하는 그들의 대화는 거칠지 않고 점잖기까지 하다. 머리를 염색하는 랜디에게 미장원 아주머니는 알아서 할테니 걱정말라고 우리말로 타이른다. 에반 레이첼 우드가 딸 스테파니로, 마리사 토메이가 친절한 캐시디로 나온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 ‘레슬러’가 영화의 끝을 맺는다. (골든글러브 주제가를 탔다고 한다.)

1. 80년대 메틀음악이나 프로레슬링에 대한 향수
2. 미키루크 아직 죽지 않았다
3. beautiful wreck, 남루한 삶의 진실

p.s. 예수-마리아-십자가 혹은 부활의 비유도 그럴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