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aryatids – bruce sterling

the caryatids 브루스 스털링의 신작 카리아티드 the Caryatids. 300페이지가 채 안된다. 2060년의 지구, 환경은 망가지고 대부분의 국가는 무너졌다. LA를 중심으로 한 디스펜세이션 Dispensation은 엔터테인먼트와 자본주의가 하이테크 기술로 융합된 조직이다. 아키 Acquis는 신경기술로 연결된 환경 근본주의 단체다. 그리고 중국은 가차없는 인구절감으로 살아남은 유일한 국가.

발칸의 전범, 광인 옐리사베타 미하일로비치 Yelisaveta Mihajlovic는 유비쿼터스|편재 기술로 무너진 세상을 재건할 자신의 분신을 만들 계획을 꾸몄다. 그리스 신전의 기둥을 떠받드는 여신 모양의 기둥처럼, 일곱 소녀들 카리아티드는 세상을 모른체 훈련을 받으며 자랐다. 대지진과 민병대의 습격으로 비밀연구소는 파괴되고 살아남은 열 일곱 소녀 넷은 흩어져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아름답고 똑똑하고 강한 여자들, 망가진 세상의 망가진 신상들.

암울한 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소설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기후가 탈바꿈하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든 21세기에 와서 그 미래의 그늘은 현실적이다. 뭐 그렇다고 인간이 일상의 사소한 고민을 잊지는 않는다.

전화가 없던 세상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편지나 배달부가 아니면 직접 소식을 전하던 세상. 낯설고 별난 물건이었을 전화가 나오고, 그 기술과 편의는 사람들의 세상을 바꾸었다. 휴대전화가 더 적절한 예가 될까.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하게 빨리 여행하고 멀리 가는 수준을 넘어 유행과 사회, 심리와 정치와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작가들이 있다. 닥터로우스트로스가 좋은 예고, 스털링은 그들보다 선배이지만 개념과 사회적 변화를 인물과 배경 속에 녹여 장황하지 않게 풀어내는 솜씨는 탁월하다. 이렇게 보면 한때의 유행으로 지났다고 생각했던 사이버펑크는 발자취를 남긴 셈인가.

아드리아海 믈렛 Mljet에서 외골격 Boneware을 조작하는 베라 Vera는 아키의 막사에서 오염된 환경을 복구한다. 결혼으로 연예와 사업으로 유명한 몽고메리 몬탈반 가문기업 Family-Firm의 일원이 된 라드밀라 Radmila는 스타가 되어 디스펜세이션의 한 가운데에서 매혹과 자본, 재개발과 대중, 권력의 속성을 체득한다.

‘사회보장과 법치를 와해시키는 가운데 고급 기술을 암시장에 가두는.. 국가권력과 계급의식을 기술적으로 진보했지만 도덕적으로 야만스러운 사적인 기업연합이 대체하는 것’ 한 저명한 아키 비평가가 이 기술에 대해 한 말이다. 증강 Augmentation이란 좀 속임수 같은거랄까.

디스펜세이션의 핵심인물이자 라드밀라의 남편인 존 몽고메리 몬탈반 John Montgomery Montalban은 벤처자본가/사업가/정치가의 이상적인 전형이랄까, 능란한 언변과 손속의 묘사가 정확하다.

아주 틀렸어, 베라. 역사가 사업이다. 역사는 유일한 사업이다.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결과로서의 역사가 없이 사업을 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방매하듯 세상을 운영했기 때문에 산업이 이 행성을 망가뜨린거야. 그들은 과거, 미래, 그리고 시공간과 인간의 적절한 관계를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동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전체주의를 넘어 편재주의 Ubiquitorian 국가가 된 중국에서 하얼빈의 천사 Angel of Harbin라는 별명을 얻은 소냐는 주천酒泉에서 스키타이 Scythia로 떠난다.

병사와 하사관은 용기를 자랑한다. 호파기나 침투. 영관과 장성들은 냉정하게 보급열차와 간접포화를 논한다. 야만, 무질서, 혼돈과 살인은 인류의 기저상태였으니 참호와 기습은 모자라지 않는다. 공공의 질서란 모자란 것들에 투자하는 일이다. 튼튼한 보급열차들과 우월한 화력.
소냐가 이 모든 것을 깨닫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중국어를 배우랴, 응급처치를 주섬주섬 배우랴, 추종자들을 끄랴, 열아홉 모험소녀는 바빴기 때문이다.

복제인간 뿐 아니라 다양한 기술과 상상이 호들갑 없이 넘친다. 상관엔진 Correlation Engine과 역경의 비유, 곳곳에 침투한 정보의 흐름인 감각망 Sensorweb, 뇌신경학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주목 캠프 Attention Camp, 미생물학을 통한 농출 exfection 등등.

괴퍅하고 불안정한 비서카 Biserka와 세계적인 사업가가 된 남동생 조지 George/Djordje, 아키의 환경공학자 허버트, 행운의 전사 바돌렛 Badaulet, 존의 동생 라이오넬 Lionel 등 흥미로운 등장인물들. 닮았지만 다르고, 같은 카리아티드 자매가 세상을 일으킬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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