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보일의 새 영화 슬럼독 백만장자 Slumdog Millionaire는 가진 것 없는 인도소년의 이야기다. 깡마른 자말 말릭이 백만장자 퀴즈쇼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에서 2천만 루피의 상금에 운을 건다.

문제 하나하나, 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희극, 비극, 범죄, 사랑이야기. 어린 꼬마에서 다 큰 청년이 되기까지. 판자촌이 껑충한 아파트 단지가 되도록. 구경거리 있다면 똥통도 마다하지 않던 집념의 소년 자말은 어머니를 잃고 형 살림과 함께 험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역시 고아인 라티카는 그의 첫사랑. 앵벌이 두목 마만, 폭력단 두목 자베드 같은 악당과 고난을 견디고 넘는 역정이 이어진다.

라만 A. R. Rahman의 음악은 인도색깔을 띠면서도 현대적이고 즐겁게 어울린다. 정치를 피하지 않는 가수 M.I.A.의 노래는 감독이 원했다고. 강가와 골목, 기차와 도시를 담는 카메라가 멋지다. 영국판 트레일러에는 아하의 노래가 향수를 자극한다.

봄베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뭄바이는 금융중심지인 대도시다. 영어권 국가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고객의 전화를 처리하는 콜센터를 인도에 운영해온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자말이 급사로 일하는 콜센터처럼 낯설지 않은 영어이름과 최근 시사에 대한 지식을 통해 자국인과 대화하는 환상을 심어주는 일도 많다. 유명한 TV프로그램 이야기는 기본이다.

역동적인 뭄바이에서 영화를 찍는 일은 쉽지 않아서, 건설현장이 생겼다 없어지고 허가가 나지 않다가 막판에 나기도 하는 등 계획이 무용지물. 몰려드는 구경꾼을 막는 일도 불가능해서 나중에는 단념했다고 한다. 18세의 자말을 연기할 배우를 찾다찾다 감독의 10대 딸이 드라마 스킨즈에서 발견한 것이 데브 파텔 Dev Patel이다. 발리우드의 젊은 배우들은 죄다 영웅/주인공 스타일이라 걸맞지가 않았단다. 캔디든 올리버 트위스트건,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희망을 믿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