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작가 L.X.베켓 Beckett의 장편소설 게임체인저 Gamechanger를 읽었다. 게임체인저란 생각을 바꾸는 변화, 기존의 질서나 규칙을 바꿔놓는 혁신을 일컫는 IT용어. 예전 킬러앱이라는 말처럼 새로움/의미를 잃거나 널리 쓰이게될듯 하다.

The world ended. Humanity didn’t.
표지에 씌어있듯 세상이 끝났으나 인간이 끝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주인공 루비 Ruby는 유명한 VR 게이머, 바다를 되살리는 테라포밍 프로젝트 SeaJuve를 지지하는 한편 정신질환자 변호를 하고 있다. 비사회적인 클라이언트 팍스 Luciano Pox와의 상담을 위해 온 파리에서 인터폴을 만난다. 인터폴의 안젤모는 팍스가 완전체 수준의 AI, 싱귤래리티가 아닌가 의심한다. 루비의 아버지 드로는 음악계의 전설이지만 스캔들로 은둔한 매드마에스트로. 가깝고도 먼 부녀간.

루비의 아버지는 셋백 Setback 당시 젊었다. 전쟁, 물자결핍, 대재해로 인해 인류멸종이 도래한듯 했을때. 지구가 더워지고 해수면이 오르자 산불처럼 역병이 번졌다. 그는 클로백 Clawback과 이어진 긴급상황도 살아남았다. 계엄령, 극한의 배급제도, 강제밀집 forced densification. 대기중 탄소수준, 인구증가를 되돌리는 싸움에서 모든 사람이 희생해야했다. 인간의 생존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서.

Setback – Clawback – Bounceback 물러서고 긁어모아 재기한 인류는 SNS의 ‘좋아요’와 다르지 않은 상벌 포인트 stroke/strike와 틈나면 게임속 퀘스트 같은 일 gig을 통해 점수를 버는 경제를 통해 일부 재건된 지구 자원을 관리한다. VR/AR 같은 Sensorium은 사람들이 현실 surface에서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데 도움이 된다.

좋은 철거반은 집 한채를 하루에 처리할수 있었다. 금속은 녹여서 재활용하도록 떼어내고, 나무, 회반죽, 콘크리트를 골라내고 갈아서 다양한 프린터의 바탕재료를 만들었다.루비는 열네살때 이곳으로 달아나 같은 일을 했다.

2020 연초에 바라보는 21세기는 어둡다. 기후변화 climate change를 여전히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후위기 climate crisis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인간이 지구를 태워먹고 있으니, 생태계파괴 이후의 미래가 오싹하게 다가온다. 유토피아가 아닌 소설 속 미래가 역설적으로 희망을 찾는 느낌.

루비와 숙적 김릿 Gimlet Barnes의 게임속 대결과 애정구도, 그리고 AI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거의 계층, 사회구조가 무너진 미래의 인간관계. 체온과 접촉이 사람을 이어준다. 루비의 아버지 매드마에스트로 드로, 김릿의 딸 프랭키도 제 몫을 한다. 당위를 잃은 구속에서 한결 자유로운 親LGBTQ 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