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ctal Prince – Hannu Rajaniemi

fractal prince한누 라야니에미의 양자도둑 이야기 2편은 프랙탈 왕자 Fractal Prince.

정신을 업로드한 미래, 태양계를 장악한 소보르노스트는 육체를 떠난 정신, 고골의 집합체다. 행성 크기의 시스템 구버니야 gubernia 속에서 자신들을 반복하여 실험한다. 태양계 외곽에는 오르트 성운의 전사들과 게임에서 나온듯 개조한 조쿠가 있다.

소보르노스트 설립자 가운데 하나인 펠레그리니는 주인공 쟝과 과거의 인연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숨기는 것도 원하는 것도 많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과거의 자신들에게서 감추었던 진실을 찾아냈으나, 이번에는 상자를 여는 것 부터.

사냥꾼이 나를 찾은 날, 나는 슈뢰딩거 상자에서 유령 고양이들을 죽이고 있다.
테슬라 코일의 스파크처럼 q-도트 실타래가 내 손가락에서 선실 가운데 떠 있는 칠한 작은 나무 상자로 이어진다. 뒤 편 완만한 곡면의 벽에는 하이웨이가 보인다. 암흑에 별을 붓질한듯 끊임없이 강처럼 흐르는 우주선과 생각조각. 우리 배 퍼호넨은 화성에서 지구로 흐르는 태양계의 중력 동맥 지류를 따르고 있다.
나는 입술에서 땀을 핥는다. 시야에 양자 프로토콜 도식이 거미줄을 친다. 퍼호넨의 수학 고골들이 내 머리 속에서 속삭이고 중얼거린다. 너무 인간적인 뇌와 감각을 돕고자 문제를 기목세공, 일본 퍼즐 상자로 옮긴다.
양자 프로토콜이 감각이 되고, 쪽매붙임의 골과 불완전함, 긴장한 근육같은 나무 속의 지압점, 미끄럼 구간의 희미한 미소가 된다.
단 여기서 너무 일찍 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 무늬는 (0과 1을 동시에 표시하는) 수 없이 많은 큐빗 qubit 속에 숨어 있고 움직임은 고골들이 배의 날개에 설치한 레이저와 간섭계 어레이가 실행하는 양자 논리연산이다. 이게 다 우리가 살며시 넣은 탐침 상태에 상자가 무얼하는지를 알아내려는 것, 고대인들이 양자 조작 분석이라고 하던 일이다. 8면의 루빅스 큐브를 갖고 저글링하면서 동시에 풀려는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떨어뜨릴 때 마다, 신神은 고양이 10억 마리를 죽인다.
타래 속의 빨간 실, 고골gogol들이 도식의 한 부분을 밝힌다. 즉각적으로 연결된 다른 부분이 보인다. 이 화살표와 저 상태를 돌리고 아다마르 게이트를 적용하고 측정..
내 손가락 밑 상상의 나무가 삐걱거리고 맞아들어간다.
‘열려라 참깨’ 나는 속삭인다.

한편 지구는 와일드코드라 불리는 나노기기가 창궐한 사막과 유적사냥꾼이 있는 아라비안 나이트 같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은 타와더드의 이야기가 쟝, 미엘리, 퍼호넨의 모험과 엇갈리며 진행된다.

바쁠 때면 몸이 여럿이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한다. 분신술을 펼치는 손오공처럼, 우편물을 확인하고 복사를 하고, 사과를 깎는다든가 여러가지 일을 나누어 하면 빠를테니까. 물론 나누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경우에만. 숫자 자물쇠나 네자리 암호의 경우에도 가능하다. 경우의 수를 나누어 맞추다 보면, 이런걸 막무가내, brutal force 접근법이라고 한다. 연산능력과 용량이 무한하다면, 이런저런 수를 다 써볼 수 있겠지만 우리의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렇지만 라야니에미가 대담하게 펼쳐내는 미래의 태양계에는 또 다른 이야기.

반복 iteration과 설립자 코드 Founder code, 비밀의 이름 등은 소설 속의 개념, 과학적 흥미에 인물과 이야기의 비유도 된다. 하드SF와 모험소설, 재미와 생각할 거리를 놓치지 않은 책.

고골은 프로그램 내지 매트릭스나 게임 속의 플레이어 같다. 가상 속의 가상 속의 가상.. 양파같이 겹겹이 싸인 이야기 속의 현실은 흥미롭다. 원판 Prime이 아닌 인물은 꼭두각시나 프로그램에 불과한 것일까?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이름, 개념을 어색하게 설명하기보다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배경과 함께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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