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닉 하커웨이의 두번째 장편 엔젤메이커 Angelmaker는 태엽기계와 장인, 지하세계와 범죄집단이 아직 숨쉬는 영국을 무대로 한 SF, 대체역사물이나 팬터지라고 해도 되겠다.
따발총 매튜 스포크의 아들이자 시계수리공 대니얼 스포크의 손자인 조, 조슈아 조셉 스포크는 좀 외롭지만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
“좋은 분이야, 아들아. 최선을 다하시지. 할아버지는 게임을 믿으셔. 법 대로 오래 하면 옳은 사람이 승리할 거라 생각하시지. 그게 맞을지도 몰라. 그런데 말이야, 내 경험으로 보면 옳은 쪽이 돈이 바닥나거나 그른 쪽이 테이블을 떠나거나야. 조작된 게임이지. 언제나 그랬고, 언제나 그럴거야. 빠져나갈 길은 갱이 되는 것 뿐이야. 옳은 편이 되는 것이 누굴 뭔가에서 구해 준 적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 잡을 수 있는 한 움켜쥐고, 해야 할 일을 하렴.”
런던의 지하 샛길로 다니면서 골동품 시계를 고치던 그의 삶에 사건이 일어난다. 골치덩이 친구 빌리 프렌드가 갖고 온 일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2차대전시에서 조의 현재까지 오간다. 판도라의 상자에 시한장치가 달린 경우?
러스킨派는 인간의 영혼을 고양하고 계몽하는 공예의 힘을 믿은 장인들의 집단이었다. 다급하고 자원이 부족했던 영국 정부가 가능한 한 많이 포섭하여 병기를 만드는데 이용했을 만큼 그들은 뛰어났다.
내성적인 주인공 조, 용감무쌍한 여걸 에디 배니스터, 신이 되려는 대악당 솀솀 치엔, 천재 장인 프랭키 포소여, 눈치빠른 터프걸 폴리 크레이들 등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런던은 역사가 뒤섞인 스팀펑크/역사펑크의 무대가 된다. 공예를 통해 신성에 닿으려는 기술자들인 러스킨파와 본명을 숨기는 심야시장의 지하세계가 만나고 주인공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점점 커진다.
“바로 그거야. 왜냐하면 따발총을 든 남자가 버티고 서서 방아쇠를 당기면 아무도-문자 그대로 아무도-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이건 도박꾼의 무기야. 갱의 총이지. 완벽, 기술, 아니 생존의 문제도 아니야. 뻔뻔함과 기개. 크고 요란하고 우스꽝스럽고 이렇게 말을 해: 다 해봐라! 우리 중 하나는 쓰러질 테지만 누가 될지 나는 몰라, 상관도 안 해!“
존 르 카레의 아들이라는 건 이제서야 알았는데, 아버지 소설을 읽지 않았으니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정신없고 과장이 심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스타일은 유전이 아닐 것. 한번에 읽어버리기에는 길고(478페이지), 좀 장황하다. e북으로 읽기는 좀 어색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전작도 그렇고 하드커버로 여유롭게 읽는게 낫네. 영국판 표지가 더 예쁘다. 영화 같고 만화 같은 욕심 많은 소설.
인터뷰 하나 추가
http://www.scottishbooktrust.com/podcasts/audio/book-talk-kate-summerscale-nick-harkaway-natasha-soobramanien-inter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