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s – ted chiang

테드 창 Ted Chiang의 신작 중편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명주기 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s는 예쁘게 만든 책이다. 지하출판사 Subterranean Press에서 나온 150페이지 하드커버는 표지와 지도, 삽화가 아기자기하다.

준비했던 취업면접에서 바람을 맞은 애나 알버라도 Ana Alvarado는 친구 로빈이 일하는 신생기업 블루 감마 Blue Gamma에서 일하게 된다. 동물원에서 일했던 경험을 높이 산 것인데, 일종의 아바타인 디지엔트 digients, 디지털 지구같은 환경에 사는 디지털 유기체 digital organisms들을 돌보는 것이 일이다.

데이터 지구 Data Earth는 게임이나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는 가상의 공간이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처리능력이 나아지면 충분히 가능할텐데, 블루 감마는 뉴로블래스트 Neuroblast라는 염색체 엔진을 개발하고 그에 기반한 디지엔트들을 만들고 있다. 고정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지 발달이 가능한 아바타들을 만든다고 생각하자. 생물의 염색체가 그렇듯이 다양한 개체가 나오다보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한다. 새로 나온 디지엔트는 시각적인 자극의 이해, 사지를 움직이기, 사물의 반응 같은 일들을 다 배워야 한다.

애나는 동물원에서의 어린 동물들 처럼 아는 것이 없는 디지엔트들에게 의사소통이나 어울리는 법을 가르친다. 인공지능의 잠재력은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와 맞닿는다. 애처럼 심통도 부리고, 이기적이거나 충동적일 수도 있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귀엽고 약간 영리하고 예쁘게 행동하는 아바타를 상품으로 내놓고, 주어야 하는 밥을 파는 ‘면도날 전략’을 편다.

인공지능이 한동안 유행이었는데, 한물간 말이 된 것은 이름만 인공지능인 물건이 많기도 했지만 제한된 지능이 주는 효과가 크게 실감나지 않은 탓도 있다. 기계가 발달하면 지능을 갖추게 될까, 지능을 위해서는 교육과 경험이 필요한 것일까. 창의 소설은 교육과 경험의 경로를 따라간다.

블루 감마와 그 무대인 데이터 지구의 성쇠에 따라 애나와 데릭, 디지엔트 애호가들과 디지엔트들은 다른 시험과 변화를 겪는다. 해킹도 일어나고 회사가 망하기도 한다. 오픈소스 시스템으로 옮기고 정보도 주고받지만, 힘이 많이 들면 오래 가기 어려워진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회사의 붕괴를 겪은 적이 있어서, 불행은 하지만 그들에게 소프트웨어 업계에 일어나는 한 사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블루 감마의 폐쇄는 애나에게 가장 가슴 아픈 경험이었던 동물원의 폐쇄를 상기시켰다. 왜 다시 볼수 없을지 설명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새 집에 적응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원숭이들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맺혔다. 소프트웨어 업계를 위한 교육을 받으면서 새 직장에서는 그런 이별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안도했었다. 그 모든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상하게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간결한 문체로 복잡하지 않게 이야기를 펼치는 창의 개성은 여전하다. 인터넷, 가상현실과 게임세계를 무대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보는 이야기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실과 윤리적인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애나와 데릭, 디지엔트 잭스, 마르코, 폴로가 지능과 상품성 사이, 우정과 애정 사이에서 겪는 20년.

출판사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기는 한데, 깔끔하게 편집된 지면과 지도가 없어서 아쉽다. 공짜는 거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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