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뉴욕, 2009

상한에 다다르면 더 이상 쌓이지 않고 잃는 것이 휴가라 무작정 예약을 했다. 그리고 나니 나와 무관하게 일의 일정이 한 주 밀려, 노트북을 들고가야 했다.

맞아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리 계획을 꼼꼼히 세운 것도 아니어서, 아이폰이 도움이 되었다. 초기형이라 전화망을 통한 인터넷은 느리지만 구글로 찾아도 보고 지도로 길도 찾았다. 나 있는 곳과 궁금한 곳 뿐 아니라 경로도 대중교통이나 도보에 맞게 골라주는데 꽤 쓸만하다.

nyc #01 - broadwaynyc #02 - central park, where the birds arenyc #03 - subway

한 친구의 말 따나 무작정 걸었다. 유월의 뉴욕은 조금 흐렸지만 서부보다 습했다. 그래도 걷기에 나쁘지 않은 도시이고, 대중교통이 유용하다. 그래서 사람들도 비교적 날렵해 보이기도.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조금은 흔한 별명이 24시간 가동하는 대중교통 탓임을 실감했다. 전설같은 옛날 이야기와는 달리 밤에도 다닐 만 했다, 지하철도 탈 만 했고. 공항에서 20불짜리 메트로 카드를 사서 나흘을 쓰다 공항열차를 탈때 3불을 보탰으니 가격도 무난한 셈이다.

nyc #04 - central park, jacky reservoirnyc #05 - sunset on high line parknyc #06 - a pig on the moon?

관광객을 포함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옷차림도 달라서, 서부보다는 세련된 도회 맛이 났다. 달리는 사람들이 많았고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는데, 유독 두 마리 이상 끌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의아했다. 이야기를 듣자니 자기 개가 아닐거라나. 바쁜 뉴욕사람들의 애견을 대신 나들이시키는 직업인게다. 시간이 없을 망정 대도시에서 크고 작은 개를 키우는 것은 호사로 변하기도 한다. 그렇게 또 고용창출? :p

nyc #07 - inside guggenheim museumnyc #08 - rooftop garden of met - roxy paine - maelstromnyc #09 - lion face in met

뉴욕 중앙공원, 센트럴 파크 남서쪽 콜럼버스 서클에는 자전거 대여 팻말 든 사람들이 많았다. 샌프란시스코보다 커피가 비싸고 스타벅스는 많지만 피츠 Peet’s는 없었다. 첼시시장의 작은 가게의 커피가 그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미술관 세 곳을 대충 들렀는데, 역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인상적이다. 사람이 많았지만 미술관이 워낙 크니까. 휘트니에서는 호퍼올덴버그를 볼 수 있었고 구겐하임에서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작품(물론 모형과 청사진 따위)들이 나선을 따라 올라가며 전시 중이었다. 원대한 꿈에 거대한 규모의 설계, 사막 가운데의 집이나 마천루를 보니 왠지 60,70년대 락음악 정서가 느껴졌다. 구겐하임은 사람구경하기 좋고 샌프란시스코의 미술관들 처럼 두어 시간 편히 보낼 만 했다.

nyc #10 - fire escape in nycnyc #11 - hotel corridornyc #12 - high line park

공원 서편의 호텔은 저렴했고 깨끗했으나, 작았다. 불평은 아니지만 욕조는 어른이 다리를 뻗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편리한 위치와 가격에 다국적 투숙객들이 눈에 띄었다. 무선 인터넷이 방에서 제대로 된 것은 하루? 모기가 배회하는 로비에서는 좀 나았고 그나마도 자정쯤 되니 불통이 되었다. 미룰 수 없는 일 만 하는데 좋은 핑계가 된다.

nyc #13 - yellow is the colornyc #14 - a nice table, don't you think?nyc #15 - pigs are predestined

높은 건물과 벽돌집이 많지만 보도가 넓은 곳이 많았고, 역시 화재대피 계단이 밖에 즐비했다. 오래된 건물을 안전규정에 맞추는 수단일거라 생각했는데, 위키에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교회, 성당 등 오래된 건물도 많고 거리에는 수염에 검은 모자쓴 유대인도 많다.

nyc #16 - how new yorkers deal with ratsnyc #17 - life underground - tom otternessnyc #18 - all together

다리를 좀 무리하게 쓰기는 했지만 즐거웠다.

5 thoughts on “초여름의 뉴욕, 2009

  1. 숨이 턱 막히는 달라스의 현실을 잠시나마 떠나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또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부러울수가 없군요.
    멋진 여행되십시오. 😉

  2. Pingback: !wicked » Blog Archive »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890~1940 - 임석재

  3. ethar님.. 저도 비슷한 시기에 뉴욕에 있더랬습니다…뉴욕에 갔던 중한 이유가 MOMA 가 소장하고 있는 gogh 의 starry night 을 보기위해서였는데..맙소사, 하필이면 제가 방문했을 시기에 외국미술관에 대여중이더군요.
    그것도 16일날 돌아갈 일정이였는데, 17일날부터 다시 전시를 시작한다고…
    일정을 좀 더 연기하고 싶었지만..여러가지로 안되서….못보고 왔네요..어쨌거나 뉴욕은 좋았어요. 특히 밤이^^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