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eure d’été – olivier assayas

여름의 시간 Summer Hours (L’Heure d’été)장만옥의 전 남편이기도 한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다. 스포일러 주의.

프랑스 교외의 저택, 나이든 어머니의 73세 생일을 맞아 흩어져 사는 자식들이 한데 모인다. 세상을 떠난 사촌 베르티에는 저명한 화가인데 어머니 엘렌은 그가 모았던 아르누보 가구와 그의 스케치북 등을 간직해왔다.

l’heure d’été / summer hours summer hours

장남 프레데릭은 자신감이 부족한 경제학자, 명민한 차남 제레미는 다국적 신발업체의 중국 생산기지에서 일한다. 딸 아드리안느는 뉴욕에서 디자인 일을 한다. 프랑스에 남은 것은 프레데릭 뿐.

생일잔치에서 엘렌은 프레데릭에게 생일 다음, 죽음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죽음은 살았던 이의 기억과 비밀, 그리고 그가 소중하게 여긴 것들을 가지고 간다. 엘렌은 베르티에의 흔적과 미술품, 가구를 지켰지만 자신의 사후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프레데릭은 어머니의 얼굴을 보면서 그러마고 할 수 없다. 지금처럼 집을 그대로 두겠노라, 어머니가 없어도 형제자매가 그들의 자식과 함께 모일 것이라 다짐한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그 집에 다시 모인 자식들은 저마다의 삶이 같지 않고 한 곳에 있지 않음을 확인한다. 그의 생각처럼 집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중국, 뉴욕, 프랑스. 각기 다른 일과 미래를 이어줄 어머니 엘렌은 더 이상 없다.

양도세 감면이라는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프랑스에서 부동산에 대한 세금이 근심이라 소장품의 일부는 생전부터 관심을 보였던 미술관에 기증하게 되고 검토와 감정을 거친다. 경매에 붙여져 구매자를 찾을 역사적인 공예품도 처음부터 미술관이나 소장을 위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발리의 별장을 위한 돈이 필요한 차남 제레미 역시 유년기의 추억과 회상을 피할 수 없다.

꽃이 없는 화병은 죽은 것이라, 프레데릭은 가족과 오랜 세월 함께 한 노파 엘로이즈에게 원하는 것을 고르기를 바란다. 미술관 대신 그녀의 아파트에서 철따라 다른 꽃을 담을 것이다. 엘로이즈는 그 금전적/역사적/미술적 가치를 모르겠지만 화병의 쓰임새를 알고 꽃을 바꾸어줄 것이다.


딸 실비를 찾으러 경찰서로 간 프레데릭은 자식을 염려하고 잔소리도 하지만, 자신 역시 비슷하게 자라 어른이 되었다. 일상의 공예가 박제된 미술관에서 같은 물건도 다르다. 미학과 역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무심히 지나는 사람도 많다. 관광객과 관람객, 프레데릭과 그의 아내는 타인들 속에서 지나간 시간을 추억한다.

그리고 매매 계약이 끝난 저택에서는 아이들이 한바탕 놀러 모여든다. 그 부모들이 그랬듯이 젊고 아름다운 아이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고 웃고 춤을 춘다. 할머니와 부모가 느끼는 어른의 감정과 집착을 그들은 아직 모른다. 담을 넘어 손을 잡고 달려가는 그 모습이 엘렌이 사랑했던 풍경과 겹쳐진다.

감상적이지 않고 솔직한, 현실을 극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어른의 이야기(?). 영화에 나오는 오르세 미술관 Musée d’Orsay에서 제작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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