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tinum pohl – frederik pohl

platinum pohlthe merchants of venus – venice 도 그럴듯 하지만, vegas 도 떠오르던걸.

지노메트리에 있던 the kindly isle 도 올라있다. 나머지는 읽는 중.

가장 짧은 단편이라 한 꼭지 욕심을 냈는데 옮기기는 어렵다 (-ㅅ-);;

겨울을 기억한다 / I remember a winter

매섭게 춥고 시리지만 눈은 내리지 않았던 한 겨울을 기억한다. 아주 오래 전, 방과 후 면 폴리 오쇼네시가 찾아와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하곤 했던 때다. 하얀 입김을 불며 이가 시린 추위 속에 모퉁이에 폴리와 서서 말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공원으로 가기에는 너무 추웠고 달리 어딘가 가려니 돈 한 푼 없었다. 우리는 헌책방에서 잡지를 뒤적이다 쫓겨났다. “차를 얻어타고 다운타운으로 가자.” 폴리가 말했지만 전차 뒤편의 바람이 얼마나 차가울지 뻔했다. “칼튼 극장에 숨어들어 가자.” 내가 말했지만 일주일 전 막스 형제를 구경하러 숨어들다 폴리가 잡혔으니 문지기는 얼굴을 기억할 것이었다. 우리는 실내 미니 골프 코스로 들어가 한 동안 있었다. 그 곳은 1 년 전 자동차 전시장이어서 여전히 기름 냄새가 났다. 하지만 우리 말고 손님이 없어 눈에 띄었고, 주인이 다가와 자리를 떴다.
우리는 총총걸음으로 플랫부시街를 따라 낡은 도서관으로 갔다. 걷다 뛰다, 찬 공기가 얼굴에 스며들었고 사과장수와 가양주가를 지나 헐떡이고 불평하며. 그런데 말이다. 폴리가 먼지 앉은 낡은 책장에서 책을 한 권 집었다. 열람증은 없었지만, 다 못읽고 돌아오기에 그 책이 너무 좋았나 보다. 폴리는 외투 속에 책을 숨긴 채 걸어나왔고, 15년 후 마르고 쭈그러져 참회를 두려워하면서 그는 그날 읽은 대로 죽었다. 사실이다. 내가 목격했다. 그 망할 책은 착한 형제 이야기(beau geste)였는데.

그 다음 여름을 기억한다. 돈은 여전히 없었지만 나는 여자애들을 알게 되었다. 그 여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시카고로 날아가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했고, 믿지 못할 만큼 더웠다. 모퉁이에 서 있으면, 전차 바퀴에서 튀는 불꽃이 햇살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기회만 있으면 전차에 올라타고 해변으로 갔고, 창백한 폴리의 유대인같은 얼굴은 빨갛게 타서 주근깨가 앉았다. 폴리는 그게 싫어서, 사막의 태양에 검게 그을리거나 하얗더라도 갈라진 턱에 끈자국이 있었으면 하고 바랬다.
그러나 그 여름 폴리를 자주 보지는 않았다. 렌(p.c. wren)의 책을 다 읽어버린 그는 잡지 데어데블 에이스(daredevil aces)로 넘어갔다. 그는 세계대전시 불란서 대검을 삼촌에게서 얻어냈고 양복점에서 배달을 하며 22구경을 살 돈을 모으고 있었다. 내가 자주 본 것은 그의 누나였다. 열 다섯인 그녀는 폴리와 나 보다 한 살 많았다. 하지만 영국 용병 흉내를 낼때면 폴리는 누나가 어린애인 양 행동했다. “이봐” 눈을 가늘게 뜨고 옅은 미소를 문 폴리는 말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지만 키티 만은 안돼.”
사실 나중에 하고 싶은 대로 한 셈이지만, 그건 1932년 보다 훨씬 나중에 각자 결혼한 다음이었다. 그렇지만 1932년에도 시도는 했다. 7월 한 저녁 마침내 나는 그녀를 옥상으로 데려 갔다. 벌써 다른 사람이 거기 있었고, 키티는 함께 있기를 싫어 했다. “현관에 앉자” 그녀가 말했지만 그건 길가였고 모래더미에서 애들이 대장놀이(king of the hill)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팔을 끌고 인생과 용기와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며 거리를 걸어갔다. 물론 그녀는 내가 아니라 폴리로부터 들을 만큼 들었을 얘기지만. 개가 다리를 들어올리듯 그 구애 의식을 그녀는 들어주었다. 무슨 얘기를 하든 남성적인 것이라면 상관 없을 것 같았다.
키티에게 남자답게 보이고 싶었던 내 마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의문의 여지 없이 그녀는 동네에서 가장 예쁜 여자애였다. 마치, 기억할지 모르지만 진저 로저스가 단정하고 친근한 얼굴에 가장 아담하고 날씬한 엉덩이를 가진듯 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춤을 배우고, 남자를 연구하고 있었다. 내게서 무얼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는 알수 없는 일이다.
딘街로 접어들었을때 나는 전쟁에서 과학으로 화제를 바꾸고 열은 지표에서만 심하다고 말했다. 머리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가면, 공기는 언제나 시원하고 신선하다고. “화재비상구로 올라가자” 나는 아틀랜틱 극장으로 그녀를 재촉했다.
아틀랜틱 극장은 그 해 꼭꼭 잠겨 있었다. 영화볼 돈이 없는 대들은 폴리와 나 말고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화재비상구는 열려있었는데, 철제 계단으로 3층을 올라가면 깜둥이 천당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이어졌다. 왜 그렇게 불렀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동네에서 거기 오는 유색인종 아이들은 없었는데. 극장에서 그 애들을 본 적이 없다. 화재비상구는 갈 만한 곳이었다. 일이 없을 때면 폴리와 나는 자주 가서 사람들 몰래 내려다 보곤 했다. 그래서 키티와 나는 2층으로 올라가서 계단에 앉았고, 잠시 후 팔로 감싸 안았다.
이 모든 것을 두세 달 전부터, 혼자 가서 불편하지 않은지 계단에 앉아 엉덩이를 찧어 실험해보고 비내린 5월 아침에 8월의 밤을 고려하는 등 이것 저것 모두 계획했다. 열네 살 심려의 승리랄까. 아니 뭔가 이루어졌다면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화재비상구 더 높은 곳에서 누군가 기침을 했다.
키티가 팔꿈치로 나를 찔렀고 우리는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 우리 위에서 가볍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가 우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일어나 층계참을 둘러보았고 촛불과 면도하지 않은 주름진 슬픈 얼굴을 보았다. 거기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꼭대기 층계참에 비를 막기 위해서인듯 식료품 상자에서 뜯은 골판지가 정성스레 둘러져 있었다. 비가 온다면 말이다. 아니면 사람들의 시선을 막기 위한 것인지도. 그는 담요 위에 앉아 한쪽 무릎에 팔목을 기댄 채, 초를 보며 혼자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끝이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계단을 내려왔고, 키티는 집에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갔고, 솔직하게 나는 그녀와 결혼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표제와 등화관제, 눈 앞에서 모든 것이 이상하게 변하던 전시 몇 년을 기억한다. 폴리는 성공했었다. 곧장 지원한 그는 밀집 대형 훈련의 즐거움에 대해 짧고 간략한 편지를 보냈다. 마지막 휴가를 나온 폴리의 낡은 차를 사던 일을 기억한다. 바지단을 공수부대 군화에 집어넣은 채 기본 훈련의 위험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늘어놓던 그를. 그 차는 연료통 뚜껑 대신 코르크 마개로 막은 1931년 뷰익이었다. 신혼여행 때, 피츠버그에서 연료 배급권이 다 떨어져 열차표 두장에 팔아버렸다. 키티는 아니었다. 키티는 그 때 이미 내 인생에서 멀어져 있었다. 춤 교습 덕택에 아마추어 탭 댄서에서 film fun 모델, 그리고 국제도박장의 쇼걸. 그녀는 순회공연을 따라 파리로 갔고 점령당한 파리에 묶였다. 상황에 적응하고(mutatis mutandis) 바뀌고(plus ça change). 달리 말하면, 점점 꼬여들었다는 얘기다.
나는 전쟁을 무사히 넘겼다. 제퍼슨 막사의 중대 행정원 하나 말고는 정말 죽이고 싶은 사람도 없었고 처리하지 못할 일도 없었다. 폴리가 거짓말을 했는지, 내게 전쟁은 달랐다. 신문 일을 했었던 탓에 나는 특무대에 배치되었다. 미군위문단 쇼 때문에 소대장을 쏘는 사람은 없으니까. 기고만장하고 창피를 당했던 41개월 간이었다. 알겠지만, 정말 중요하고 이겨야만 하는 전쟁이었다. 청백색 불꽃의 자긍심에 얼마나 들떴는지 모른다. 가슴 큰 무명 스타들을 쫓는 군인들을 막는게 대체로 내 일이었기에,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황송해 했는지. 정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는게 믿어지는가? 나도 믿을 수 없지만, 그렇게 나는 키티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모양, 그녀는 번역일에 지원했다. 상황은 달랐다. 그녀는 점령된 파리에서 이 멋진 대위를 만나 결혼하고 독일인이 되었다. 인상적인 재회. 저녁식사에서 그녀는 폴리가 살레르노 상륙에서 부상당해 병원에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좀 지나 보조개가 있는ss장교인 그녀의 남편이 동부 전선에 포로로 수감되어 있다는 얘기를 했다. 비스바덴에 있는 넉 달 동안, 그녀는 내 막사에 기거하면서 밤낮으로 번역을 했다. 그리고 아내가 알고 첫번째 결혼도 끝났다. 독일아가씨와 바람이 나서가 아니라, 그녀가 과거의 여자였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원인들을 기억한다. (consequential causes) 내 살갗을 들여다 보면 모든 것은 인과다. 나라는 존재는 단지 실직한 목수가 집을 잃는 일, 신문업계에 종사한 적이 있는 분류 담당 직원의 우연한 영향이다. 기타 등등 항목으로 나눌 수 있는 씨앗들이 쉰두 살의 나를 있게 한 것이다.
사실, 내 자신이 원하는 이상을 기억한다. 어떤 시기, 어떤 장소, 어떤 상황과 관련해 기억하는 일들은 사실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층계참의 그 남자. 전후 몇 년이 지나 tv 제작자로서 대공황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때, 취재원 하나를 시켜 그를 찾아보았다. 능력이 있던 취재원은 그를 추적할 수 있었고, 그가 목수였음을 알게 되었다. 은행의 폐업과 실직으로 그는 화재비상구에서 지내는 처지가 된 것이었다. 마침 취재원이 관할서에 있을때 경찰이 그를 쫓아냈고, 그녀가 찾아낸 이야기를 쓴 것도 공교롭다.
그리고 폴리를 기억한다. 스물 아홉에 40킬로그램(90파운드), 죽기 전 날 버지니아 병원 침대에서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뻗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폴리. 그는 3년 동안 거기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꼭 자신의 할아버지 같았다. 살레르노 상륙 2진과 공병이 놓친 지뢰 또한 인과다. 상이기장를 받았지만, 부서진 척추는 점점 나빠져 끝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죽음 말고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던 그의 말을 내가 제대로 알아들었고 기억했다면, 그 장소를 보았다고 생각한다. 살레르노 해변, 만의 북쪽 끝에 물 위로 세운 기둥 위에 있는 작은 식당 언저리라고 생각한다. 어느 오후 그 해변에 서서 떠다니는 피자 부스러기와 똥을 바라보면서 지뢰를 밟고 솟구치는 짠물과 피 속에 허공에 던져지는 폴리를 떠올리려 애썼다. 별로 효과가 없었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내가 들은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 뿐이었다. 부상자들을 볼 수가 없었다. 단지 자문할 수 밖에, 영웅심에 자원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열세살에 렌의 책을 읽은 까닭일까? 혹은, 폴리가 가난하게 죽은데 비해, 나를 비교적 부유하게 살게 한 것은 무엇인가? 미군위문단에 있을때 알아둔 좋은 연줄 너댓이 나를 빼어난 tv 제작자로 만든 것일까? 나라는 것, 우리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모든 것이 그저 인과일 뿐인가?
많이 생각해 보았는데, 일어났던 일은 계속해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쉬지 않는 현재시점의 시간에 덩굴을 뻗고, 멸종과 폭발과 반향을 영원히 계속하면서. 조심하는 것이 구원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곰 스모키 말 처럼 말이다.
키티와 결혼을 했었더라면 자식이, 손자까지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두번의 기회 중 하나도 잡지 못했다. 첫번은 화재비상구의 늙은이 때문에, 그리고 그녀가 돌아가 기다린 친절한 나찌 때문에. 그녀는 러시아에서 시간을 들여 석방하고, 전후 공판이 이어지는 동안 오랫 동안 기다렸다. 그 때 쯤 가정을 이루기에 너무 늦었음을 깨달았으리라 생각한다. 나와 결혼했던 여자들 아무도 학부모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 인과를 생각해 보라, 키티와 내가 갖지 않은 자식들의 미래 말이다. 모짜르트를 놓치기라도 했을까? 리 하비 오스왈드? 아마 나나 그 자신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인명을 구원했을지 모를 브루클린 소방대원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라. 태어나지 않았으니 할 수 있는 것은 그 뿐이니까.
렌은 폴리를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다. 늙고 슬픈 부랑자는 키티와 나를 떼어놓으려는 의도가 없었다. 의도가 문제는 아닌 일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이의 주머니 속에 산다. 오늘밤 내가 멀홀랜드 거리로 차를 몬다면, 단지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예쁜 홍보 직원과의 데이트 때문이다. 내가 당신의 존재를 알 턱이 없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자동차가 휘발유를 태워 독성 가스가 스모그로 이어진다면, 그 미소한 배기가스가 당신의 폐를 고장나게 할지도 모른다. 내 의도 따위는 당신에게 중요하지 않다. 당신의 죽음은 변함 없으니까. 내 평생 그 누구도, 제퍼슨 막사의 행정원 마저도 진정으로 해치고 싶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가 멀쩡하게 살아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죽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발코니로 나가 뿌연 대기 속 l.a 의 불빛을 바라본다. 흑인 투사와 항공 기술자, 데실루 음향 기술자와 가게 앞의 전도사, 프랑스 한림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장병 후원’ 스티커를 자동차 범퍼에 붙인 노인들이 사는 곳을 본다. 그들과 당신, 하나하나가 나에게 한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반 세기 동안 두들겨 맞고 뇌물을 받아 지금의 내가 되기 까지. 그러나 그들, 당신 모두, 오늘 밤 서로 무엇들을 하고 있나?

consequential causes, consequences.. 옮기기 어렵군요 (-ㅅ-)

흙에 맨발을 디딘듯, 더운 가슴과 우직함은 구세대의 낭만일까. 네, 눈물을 흘리게 될겁니다..

3 thoughts on “platinum pohl – frederik pohl

  1. 맘 먹고 쓰면 (또는 의식하지 않고 쓰면) 잘 쓴다니까요. 에스에프 작가들은.

    며칠 전에 픽션와이즈에서 실버버그 대 세일을 한다길래 왕창 사들였습니다. 요즘에 이북으로 삽니다. 이제 책을 놓을 공간을 걱정하는 일은 지긋지긋하거든요. 멀티포맷이라면 이메일로 날려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겠지요? (혹시 음흉한 비밀코드가 숨어있다가 다른 사람이 여는 순간 삐리릭?)

    원하시면 세이, 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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