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태어난 도로시 L.세이어즈 Dorothy L. Sayers는 격정에 찬 삶을 살았다. 사랑과 실연, 세계대전, 소설과 비밀. 큰부리새가 나오는 기네스 맥주 광고. 추리소설의 ‘황금시대’ 네 여왕 가운데 애거서 크리스티 다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만화주인공이 되어도 손색이 없을 귀족 탐정 피터 윔지 경. 수완이 좋은 조수 번터, 이상에 찬 형사 친구 파커.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구조는 다 갖춘 셈이다.
꼼꼼한 묘사와 친절한 수다는 하드보일드의 반대편. 한량 탐정의 20세기 초 과학 수사는 그 자체 뿐 아니라 시대상으로도 흥미롭다. 자연스럽게 옮긴 번역이 정갈하다. 참하게 읽기 좋은 활자와 편집, 제본도 괜찮다.
살인과 수수께끼 풀이를 넘어 인간본성과 감정에 대한 탐구가 추리소설의 맛이라면 이성과 직관이 그 도구다. 예스러운 신사들의 체스 경기처럼 친절한 범인의 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