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xicon – Max Barry

lexicon 호주 작가 맥스 배리 Max Barry의 SF스릴러 렉시컨 Lexicon.

평범한 사내 윌 파크는 공항에서 봉변을 당한다. 정체불명의 두 남자에게 납치당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개과인지 고양이과인지, 좋아하는 색깔은 무언지, 왜 엉뚱한 물음을 하고 고문을 하는건가? 레인, 울프, 브레히트, 엘리엇… 시인이라는 사람들은 점잖게 시를 쓰는게 아니라 무시무시한 괴물 같다. 말을 무기로 쓰는 마법사들.

“어떻게 말이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소.”
“그건 네가 말이 무언지 모르기 때문이야.”
“소리잖소.”
“아니. 너와 나는 서로 꿀꿀거리는게 아니야. 서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지. 바로 이 순간 내 말 때문에 당신 뇌에서는 신경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윌은 침묵을 지켰다.
톰이 말했다. “말했지만, 틀이 없어.”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언어다. 언어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지식을 전달하며 감정을 전한다. 예술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상대를 속이고 세상을 혼란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 언어다. 바벨의 탑, 수메르 신화의 엔키, 아프리카 반투족의 기근, 아즈텍의 바람의 태양,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 등 유사하게 반복되는 것이 언어의 대혼란이다. 한가지 말을 쓰던 인간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다른 말을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야바위로 먹고 사는 소녀 에밀리는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 이상한 남자를 만나고, 이상한 학교의 입학 시험을 보게 된다.

“학교를 다녔을테죠.” 리가 말했다. “별로 맞지 않았을겁니다. 관심없는 것들을 가르치려고 하죠. 날짜, 수학, 죽은 대통령들에 관한 사소한 것들. 설득을 가르치지 않아요.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설득하는 능력인데, 그걸 전혀 다루지 않아요. 우리는 하죠. 그리고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찾고 있어요.”

까다롭고 신비스런 학교의 우수한 졸업생은 시인이 되고, 정체불명의 조직에서 일하게 된다. 에밀리의 이야기, 윌과 엘리엇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소설은 언어와 설득의 힘이라는 고전적인 소재와 개인과 사생활, 감시와 통제, 빅데이터 같은 현재의 문제들을 흥미롭고 날카롭게 다룬다. 적극적이다 못해 무모한 주인공 에밀리가 인상적이다. 긴장감 넘치는 빠른 책.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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