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rsions – Iain M. Banks

inversions 이언 M.뱅크스의 소설 Inversions는 1998년 작이다. 도치, 역전, 거꾸로 한다는 의미의 인버전은 전형적인 팬터지를 좀 거꾸로 뒤집은 SF다.

천재지변으로 제국이 멸망하고 자칭 황제들이 난립한 중세 수준의 봉건 문명.
머나먼 곳에서 온 의사 보실 Vosill의 이야기와 계몽군주 얼린 UrLeyn의 경호대장 드와 DeWar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펼쳐진다.

화자인 엘프 Oelph는 보실의 조수이면서 다른 주인 ‘마스터’를 섬기는 첩자다. 퀸스 왕의 총애를 받는 보실은 문명이 발달하고 평등한 드레진에서 왔기에 의심과 시기의 대상이 된다. 남녀와 신분의 차별이 확실한 왕국에서 혼자 깨어있는 의사를 감시하는 조수의 시각으로 왕실과 귀족사회의 술책과 갈등이 조금씩 이어진다.

“…가장 친한 친구이지만 많은 일에 의견이 달랐단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논쟁은 라비샤가 불쌍한 종족을 만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것이었어. 그냥 두는 것이 좋을까 그들의 삶을 개선하려 시도하는 것이 좋을까? 개선이 낫다고 결정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이리와서 우리처럼 되라고 할까? 당신들이 믿는 신들, 간직한 믿음, 고유한 전통, 문화를 버리라고 할까? 아니면 대략 지금처럼 있고, 우리가 당신들을 아이처럼 다루면서 삶을 개선할 장난감을 주기로 했다고 할까? 과연, 무엇이 나은지 누가 결정을 한다는 걸까?”

드와는 보호령 태서신의 영주 얼린을 지키는 일에 몰두하는 사내. 머리도 쓸줄 알고 걱정도 많은 그는 권력과 재물에 욕심이 없어 다른 귀족이나 장군의 의혹을 산다. 매사에 대충 넘기는 일이 없는 그는 영주를 지키고 신뢰를 얻지만 널리 인정받거나 찬사를 듣지는 못한다. 얼린을 지키다 한쪽 팔을 다쳐 잘 쓰지 못하는 후궁 퍼룬드가 친구인 셈인 술수를 모르는 일편단심의 무사.

뱅크스는 봉건적인 신분제의 차별과 잔혹함에 조금씩 찾아드는 변화의 조짐을 묘사했다. 더딘 변화가 답답할 주인공 보실과 드와는 딴 세상 사람들, 드와가 얼린의 아들 래턴스를 위해 지어내는 마법의 나라 라비샤의 이야기는 아마 자신의 과거를 암시한다.

문명의 발전과 중세 영웅담을 살짝 비꼬는 이야기, 익살이 부족한 컬처 외전 쯤 되겠다. 좀 진지해서 심각하지만 읽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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