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 이언 뱅크스

어느 사이 이언 뱅크스의 소설이 꽤 번역되어 나왔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가 쓴 비즈니스 The Business는 1999년에 나왔고, 표지는 거의 같다. 한글판은 아담한 하드커버.

보통명사로 부르는 조직들이 있다. 그저 회사, 학교 그렇게 만. 그 말이 가리키는 대상을 이해하는 사람들 만을 위한 이름이다. 아니면 이름이 없는 셈인가.

비즈니스는 말 그대로 사업조직인데, 따로 국적이 없고 무척 오래된 비밀의 조직이다. 다양한 사업에 관여하여 이익을 취하는 비즈니스는 독특한 인사 체계를 갖고 있는데, 재정적으로 투명하고 어느 정도 민주적이다. 수백 년을 이어왔다는 얘기처럼 꽤 효과적인 것 같이 소개된다. 조직의 생존과 미래를 고려할 안목과 함께 독단을 견제할 투명성은 건강한 덕목이다.

주인공 캐스린 텔먼은 3급 간부 level 3 executive다. 욕망과 성취욕구가 있고 명석한 그를 통해 우리는 비즈니스의 내부 정치와 의혹, 위험한 계략과 도박을 맛보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실용주의자들이다. 부패에 눈살을 찌푸리는 까닭은 본연적으로 악한 행위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업을 기계로 볼 때 회로 단절, 혹은 회사를 신체로 볼 때 기생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요는 그런 행위를 눈감아 넘길 수 있는 수준까지 줄이자는 것이지 진지하게 완전히 뿌리 뽑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자면 우리 체제가 아주 엄격하고 한정적이 되기 때문에 변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해 만연한 부패보다도 훨씬 더 심각하게 자연스러운 사업의 숨통을 막는다.

비즈니스는 성과에 후하게 보답하지만 개인 소유의 재산이나 상속을 막는데, 기록과 감시를 피해 재산을 모아 물려주는 일을 쿠파블링이라고 부른다. 한번 있었던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텔먼은 그런 의혹을 좇아 조사를 하게 된다.

책 속의 기술은 20세기이지만 이야기는 별로 낡지 않았다. 화려한 저택과 빠른 차, 위험과 사랑(로맨스 소설은 아니지만 뭐), 세상의 비즈니스들이 돌아가는 구조를 흥미롭게 묘사한 냉정한 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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