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바탕으로 만든 코리얼레이너스 Coriolanus는 레이프 파인즈가 감독한 첫 영화다.
칼 대신 총을 든 장군 카이어스 마셔스는 전장에서의 공로로 코리얼레이너스라는 칭호를 얻는다. 용감하고 명예를 중히 여기지만 한편으로 거만하고 뻣뻣한 그는 집정관에 추대되고, 어머니와 메네니우스의 권유로 원치 않는 자리에 오른다. 고개를 숙일줄 모르는 그는 정치적 음모에 빠져 추방을 당한다.
무대에서 연기했을 이야기를 영화로 옮겼는데,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잘 들어맞는다. 주인공 코리얼레이너스는 성급하고 거칠지만 덕목을 갖춘 귀족, 원치 않았던 상황과 사람들의 변심을 견디지 못한다. 긍지와 용기, 명예가 정치와 권모술수에 꺾인 일은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인터넷과 언론, 음모론과 여론, 한 순간 명성을 날리더라도 그 파도에 쓸려가기도 한다. 어머니와 아들, 국가와 전사의 긴장관계도 흥미롭다.
블럭버스터에 비하면 소박하게 만들어진 영화에 좋은 조연들이 잔뜩 나온다. 숙적 오피디우스를 연기한 제라드 버틀러가 상대가 되고,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브라이언 콕스의 연기가 훌륭하다. 원작이나 연극에 친숙하다면 더 좋을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