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 박해천

아파트가 빼곡한 도시 풍경은 전세계적인 현상은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는 대안이 부족하다.

유토피아를 꿈꾼 이상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현실. 디자인 연구교수인 저자가 쓴 책은 마포아파트에서 강남 곳곳을 이르는 변화를 의인화한 픽션과 자료를 바탕으로 아파트 생활 안팎의 변화를 서술한 팩트로 나누어져 있다.

서문에서 인정했듯이 두 부분이 어색하게 책장을 나누고 있다. 결론은 아니더라도 맺어주는 장이 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국가기록원의 항공사진도 그렇고 60년대에서 21세기에 이르는 콘크리트 상자 안팎의 생활을 담은 도판들이 흥미롭다. 아파트의 자서전, 강남 1세대, 2세대의 회고 등을 통해 이질적이었던 구조가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었고, 부동산 투기의 물결 속에서 사회가 변화했다.

무엇보다 식순이 언니들의 횡포에서 놓여날 수 있다는 것이 후련하다. 시골 아이들을 데려다가 모든 것을 알게 될 만큼 가르치면 보따리 싸들고 나선다. 저 애가 없으면 시장은 어찌 가고, 동창 모임은 어쩌나. 손을 엉망으로 만드는 연탄갈이는 누가하고, 빨래는? 청소는? 아이구 야단났다 싶어, 월급도 올려주마, 옛다 이 옷도 너 입어라. 어르고 달래서 주저앉으면 다행이지만 끝내 뿌리치고 가버리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다.

여원, 주택, 살림,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등 잡지와 신문의 기사와 광고, 소설 및 책들을 인용한 구절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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