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간 Sleight of Hand은 SF의 작은 출판사 타키온에서 피터 S. 비글 Peter S. Beagle의 단편을 모아 펴낸 책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녀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잠이 필요할때는 첫번째 모텔에서 멈추었다. 뷰익 자동차의 연료계가 적색지대로 떨어지면 기름을 넣었고, 가끔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나 오렌지 주스를 샀다. 가끔 계산대 직원이나 주유소 직원 말고 다른 사람과 말을 하기도 했지만 몇 분 이내로 다 잊어버렸다. 몇 주나 전 화창한 수요일 오후 방문했던 젊은 경관의 말 이외의 모든 것을 잊었듯이. 그 시점 이후, 남편과 아이가 죽었다는 동정어린 그의 떨리는 목소리의 기억 말고는 아무 것도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집에서 여섯 블럭 떨어진 곳에서 졸린 십대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착각한 탓에 알아볼 수 없이 뒤틀린 연기나는 잔해가 되었다는.
경이, 위안, 지혜, 용기, 사랑, 가족, 우정… 과장되지 않은 현실적인 묘사로 일상을 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주는 글솜씨에 언제나 감탄하게 된다. 망각과 기억 사이의 벽을 다룬 이야기 증발 Vanishing을 읽으면서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287페이지에 열세 편의 이야기, 아담한 페이퍼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