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ll & the Cross – Lech Majewski

폴란드 감독 레흐 마예브스키 Lech Majewski의 영화 풍차와 십자가 The Mill & the Cross는 시각을 매료한다.


피터르 브뤼헐 Pieter Bruegel the Elder의 그림 골고다를 향한 행진 The Way to Calvary. 이야기는 마이클 프랜시스 깁슨 Michael Francis Gibson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예수의 수난과 16세기 플랑드르의 시골풍경을 브뤼헐의 그림 속에서 재현한 영화는 무척 흥미롭다.

룻거 하우어가 연기하는 브뤼헐은 친구이자 후원자 용헬링크와 그림을 이야기한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나오는 그림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돌산 위에 풍차가 있고, 말을 탄 병사들이 있고,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와 슬퍼하는 마리아가 있다. 세심하게 재현한 옷차림과 빛으로 살려낸 색감이 눈에 띈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는 특수효과가 동원되었는데, 너무 섬세한 원경이 가끔 도드라지지만 대체로 잘 녹아들었다.

그림과 영화의 차이라면 서사의 수단이 우선이라서, 시간이라는 흐름의 순서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그림이다. 주인공과 사건, 전개가 또렷한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은 만족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영화는 시대를 그림 속에서 찾으면서 창작과정의 거미줄을 더듬어나간다.


샬롯 램플링, 룻거 하우어에 마이클 요크까지 주요 인물들이 다 60대다. 허약하게 나오는 이 하나 없는데.. 서민들의 연기가 즐겁고 아기자기하다. 스페인 병사들의 폭력과 농민들의 일상을 다 안은 것이 그림이고, 영화의 주인공이다.

제작 및 투자에 참여한 곳이 많은 것을 보면 한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유럽에서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가 궁금해진다. 쉬운 일은 아닐텐데, 한두 곳의 영향력에 흔들리지 않는 상황을 제공할지도 모르겠다.

서사가 아쉽다면 루디 러커의 책 As Above, So Below를 읽는 것도 좋겠다. 집필 노트를 참고용으로 공개해놓은 러커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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